먼저 위치와 구조 살펴볼게요.
이제 와서 고백하건대, 나는 AK그룹에서 약 9년여간 일을 했었다.
3년 정도는 부동산 개발 계열사에서 상업시설 패션 MD로 일을 했고(주임, 대리)
나머지 기간은 AK플라자로 그룹사 이동을 하여 상품본부 여성팀 영캐주얼 MD와
뷰티 프로젝트 TF와 콘텐츠팀을 거친 후 신규 개발사업부에서 테넌트 Leasing 업무를
했었다(대리, 과장).
내가 업무를 하던 시절에 AK금정은 검토했던 프로젝트이고 AK와 땅주인(보령제약)과
임대차계약서의 수정 작업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관련 협의도 진행한 바 있고.
보령 회장님 앞에서 프로젝트 PT를 한 기억도 있고 이 프로젝트의 중간 점검을 위해
공사 현장도 방문한 바 있다.
어쨌든 중요한 부분은 이 프로젝트의 site에 대해서 나름 좀 알고 있는 게 있고
MD기획을 하는 부분도 초기엔 참여했었기 때문에(결국 상품본부가 그림을 그리지만,
맨 처음 작업은 신규 개발사업부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구조로 업무가 진행됨)
이곳 금정 땅에 대해서 장단점을 나름 잘 알고 있다는 것.
단점부터 살펴보면 주상복합 저층부 쇼핑시설은 평면구조에서 아무래도 외기를 접하는 곳
, 즉 바람 불고 비바람이 몰아칠 수 있는 외부의 공간이 많기 때문에 집약적인 매출 올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 매출이 뭔가 분산이 되는 하드웨어(구조)가 보이면, 당연히 이에 따라
브랜드(테넌트) 유치도 쉽지가 않다는 것이 따라오는 결과이다.
또한 이럴 때에는 AK플라자라는 이름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OO상가 이런 식의 개념을 적용해서 개별 테넌트들이 살아남을 수 있게끔 MD를 짜고
운영할 때에도 그렇게 개념을 가져가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강남 한복판에서 그랜드백화점 이런 곳은 한때는 장사 잘되었지만 결국 망해서 없어졌어도
은마상가는 건재하다는 것이 잘 짜인 상가가 보여주는 장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회사를 다닐 때에도 늘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거나 너무 소수였다.
이유는 유통업체는 조직도 크고 다루는 규모도 크다 보니 소규모에서 중규모에 이르는 스케일을
(영업면적 5천 평 이하) 잘 다듬지 못한다.
유통업체가 백화점을 운영하며 몇십 년간 쌓여온 노하우이기 때문에 큰 스케일은 잘 다루는데도
스케일이 작아졌을 때에 그에 맞는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자꾸 큰 스케일에서 적용했던 그림을
압축적으로 펼치려 하는 것이 항상 문제였다.
여기서 문제라 하면, 이것이 원인이 되어 매출이 안 나와서 허덕이는 것을 뜻한다.
다시 금정역 site로 돌아와서 일단 상업시설의 구조가 4층까지 올라가는 박스 형태의 건물이 있고,
1층과 2층은 주상복합 저층부로서 야외 복도 공간을 끼고 스트리트 상가가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지하에는 영업면적 약 1천 평 이상의 나름 방대한 공간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의 환승 전철역인 금정역은 2층에서 연결이 되는데
금정역에 미래에 GTX가 연결된다 하니, 이것은 꽤나 큰 호재이지만 상업시설 자체에는
불안요소일 수도 있다. 처음 KTX 부산-서울이 뚫렸을 때 부산에서 엄청난 인구의 분들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몰렸다는 것, 지금 SRT도 비슷해서 삼성서울병원이 엄청 더 잘되는 현상은
상업시설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해서 GTX 타고 15분이면 삼성역에 도착한다.
가정하면 아마 금정에 사는 분들도 삼성역에 위치한 코엑스몰이나 다른 상업시설로 충분히 빠질 수 있으니.
하지만 GTX덕분에 인근 주거가 활성화되고 주위 타운의 색깔이 바뀔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곳은 지식산업센터도 많이 생겨서 나름 오피스 인구도 새로 유입되었고,
기존 공장지대 같은 다소 어두운 느낌이 AK금정의 등장으로 인해 약간 밝아졌다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앞으로 더 좋아질 일은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업시설은 '앞으로' '미래에'의 가정을 너무 기대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되 미래의 일이 약간의 플러스알파 요인으로 역할을 할 때에 더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왜냐면 지금 당장 트래픽이 보이지 않고 활성화가 안된 채로 3개월에서 6개월 지속되면,
그 상업시설은 소위 '죽은 공간'으로 소비자에게 인식이 되고 그다음엔 정말이지 되살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는 게 상업시설 운영에서 정말이지 중요한 핵심인 것 같다.
만약 5년 후 교통도 좋아지고 새로운 주거시설도 들어와서 대박이 나면 뭐하나,
지금부터 5년까지 버티는 게 힘들다고 했을 때엔 그게 큰 의미가 없어져서 그때엔 이미 가치가 반의반 정도로
떨어지고 난 후이고 망가지는 건 순간이라는 의미이다. 지금 AK금정이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라
상업시설 기획 시 '미래'를 너무 비중을 두어서 기획하면 좀 어긋난다는 그런 의미이다.
보통 상업시설을 오픈할 때에 백화점은 최소 인구 50만 이상, 반경 2km 핵심 상권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만
이곳은 반경 1km 상권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맞을 것 같고 바로 옆 평촌엔 전통의 맹주 롯데백화점이 있고 남쪽으로 산본에는 피트인 등이 있는 형국이라서 경쟁이 좀 애매한 부분이 있다.
아 여기서, 그럼 과연 '나는 무엇으로 경쟁해야 하는가?'를 치밀하게 고민해야 한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사이즈(영업면적 5~6천 평 정도)에 영화관을 하나 가지고 있지만 그 외에
시설은 없고 주위 주거지 베이스가 단단한 것도 아니며 오피스 인구가 증가 추세는 맞지만 그렇다고
가산디지털이나 테헤란, 종로 느낌의 밀집도는 아니기 때문에.
AK에서 그럼 결과적으로 어떠한 고민으로 MD를 그리고 포지셔닝했는지는 다음 편에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