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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덕 May 29. 2024

인도네시아의 도로와 교통 사정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나는 많은 사람, 특히 서민들이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음을 느꼈다. 보행자를 위한 도로와 신호등이 없는 곳이 많아서 걸어 다니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길을 건널 때에는 정말 긴장하게 된다.  인도네시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나와 아내는 학교 주변으로 구경삼아 걸어 나갔다가 고생한 적이 있다. 우선 매연이 심했다. 그리고 신호등이 없어서 길을 건너는 것이 위험해 보였다. 도로에 신호등이 없으니 사람이 길을 건너는 중에도 승용차와 오토바이들은 정지하지 않고 빨리 지나갔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손을 들고서 천천히 잘 건너갔다. 우리도 이제는 손을 들고 잘 건너가는 편이지만 인도네시아에 처음 온 사람은 정말 주의해야 한다. 내가 아는 한국 사람은 길을 건너다가 오토바이에 치여 한국에 가서 수술까지 받은 적이 있다.

차를 모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신호등이 없으면 좋은 점도 있다. 한국에서는 차가 없는 한적한 길에서도 신호등에 걸리면 멈추어야 하고 또 기다려야 할 때가 많지만, 여기에서는 그야말로 논스톱 주행이 가능해서 운전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도로의 특징은 일방통행 도로가 많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방통행 도로는 편한 점도 있지만 불편한 점도 많다. 목적지가 옆에 보여도 반대 차선 쪽에 있으면 유턴해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턴하는 곳은 항상 막힌다. 그리고 유턴해야 하는 곳이 너무 멀리 있어서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도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가는 길과 오는 길이 다르다 보니 목적지를 찾아가는 일도 쉽지 않다. 다행히도 요즘은 ‘네비게이션’이 있어서 길을 찾는 데 별 어려움이 없으나 정착 생활 초기에는 ‘네비게이션’이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중앙선을 넘어 유턴하는 차량이 많다. 정부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중앙선에 분리대를 설치하고 있다. 시멘트로 만들어 아예 고정한 곳도 있다. 아니면 플라스틱 차단기를 세워놓았다가 상황에 따라 옮길 수 있도록 한 곳도 있다. 그리고 자동차는 유턴할 수 없으나 오토바이는 유턴할 수 있도록 조그만 공간을 마련한 곳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차량의 유턴을 도와주고 돈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유턴하는 차의 운전자로부터 한국 돈으로 보통 50원 혹은 100원씩 받는다. 액수는 적지만 차가 많으면 수입이 괜찮아서인지 곳곳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유턴하는 차가 많은 곳에서는 여러 명이 역할을 분담하기도 한다. 한 사람은 반대 차선에서 오는 차를 막아 주고 다른 사람은 돈을 받는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잘 웃고 또 다른 사람을 잘 도와준다. 그런데 팁을 바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이런 서비스들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다. 팁을 어느 정도 주어야 할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음식점이나 마트, 은행 같은 곳은 주차비를 따로 받지 않지만, 주차장을 벗어날 때는 주차 안내를 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약간의 팁을 주어야 한다. 지역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 돈으로 보통 200원 혹은 300원을 준다. 적은 돈이지만 이처럼 주어야 할 때가 많아서 인도네시아에서 차를 몰고 다니려면 항상 잔돈을 준비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대중교통 수단은 다양하다. 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기차, 버스, 오토바이 등이다. 그런데 한인 중에는 이들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환경이 열악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데뽁에서 생활할 때 나는 기차 지붕 위에 사람들이 빼곡히 있는 모습을 보고서 놀란 적이 있다. 그 모습은 6.25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을 싣고 가는 기차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자카르타에서 출발하여 보고르로 가는 그 기차는 내가 살고 있던 데뽁을 거쳐서 가기 때문에 나는 그 광경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기차 지붕은 누워 있거나 앉아 있는 사람들로 채워져 빈틈이 없어 보였다. 너무 위험해 보여서 인도네시아 사람에게 이유를 물어봤더니 표를 사지 않은 사람들이 기차 지붕 위로 올라간다고 했다. 기차 지붕에 앉아서 가도 위험할 터인데 많은 사람이 누워서 가고 있었다. 그러니 기차 문에서 몸을 내밀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애교처럼 느껴졌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버스도 많이 이용한다. 그런데 환경이 열악한 버스가 많다. 게다가 소매치기도 많아서 조심해야 한다. 특히 승합차 같은 ‘앙꼿’은 비용이 저렴해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이 없는 차도 적지 않아서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앙꼿은 손님이 있는 곳이면 아무 곳에서나 정차하기 때문에 운전할 때 앙꼿이 있으면 주의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교통수단은 오토바이이다. 오토바이는 승용차보다 싸고 길이 막힐 때 승용차보다 빨리 갈 수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들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싼 오토바이를 자가용처럼 이용한다. 나는 5명의 가족이 하나의 오토바이에 타고 가는 것을 본 적도 있다. 게다가 거리에는 상업용 오토바이가 많다. 사람들은 가까운 거리의 경우 택시보다 이 오토바이를 많이 이용한다. 그래서인지 인도네시아에는 오토바이 사고가 많다. 내가 가르치던 한 남학생도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오토바이 사고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법규를 어기고 운전을 하기 때문이다. 나도 차를 몰고 가다가 오토바이에 두 번이나 받힌 적이 있다. 내 차 뒤에 가까이 따라오던 오토바이가 내가 급정거하자 바로 내 차 뒤를 받았다. 내가 급정거한 이유는 도로변에 서 있던 한 오토바이가 갑자기 내 앞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내려서 보니 차 뒤의 램프가 깨지고 범퍼가 찌그러져 있었다. 내 차 뒤에는 많은 오토바이가 서 있었다. 그런데 누구 하나 잘못했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누가 그랬는지 알 수 없어서 그냥 차에 탔더니 앞에 있던 문제의 오토바이 운전자가 내 눈치만 보고 있다가 슬슬 가 버려서 웃은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사소한 교통사고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인이라서 가급적이면 현지인과 마찰을 빚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에 들지 않은 차도 많고 가난한 사람들도 많아서 배상을 요구하기 어려운데다가 경찰이 오게 되면 일이 더 복잡해지고 돈도 더 든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지인은 상대가 잘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 수리비를 요구해서 돈을 준 적이 있다고도 했다. 아무튼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운전을 하려면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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