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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 Nov 15. 2024

UX 디자이너의 호주 직장 기록 1

나의 영향력을 넓히는 방법


호주의 중견 헬스테크 기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한 지 어느덧 2년이 넘었다. 그동안 이직을 고민하던 내가 이곳에서 더 성장하기로 마음먹게 된 것은, 지난 7월에 합류한 새로운 매니저 덕분이다. 나만의 단단한 기반을 다지고 난 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회사에서 영향력 없이 조용히 솔로 디자이너로 일해왔던 나에게, 그는 훌륭한 멘토가 되어주었다. 그가 준 여러 조언들과 그것들을 실천하며 얻은 인사이트를 이 글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디자이너로서의 영향력 넓히기


우리 회사는 50여 명 규모의 중견 기업이다. 나는 솔로 디자이너로서 2명의 프로덕트 매니저와 1명의 프로덕트 디렉터(나의 매니저)와 협업하고 있다. 우리 팀은 내 고충을 이해하고 리서치 프로젝트를 지원해주었지만, 회사 전체적으로는 유저 리서치와 테스팅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지는 못했다. 입사 초기에는 피그마 외에 디자이너를 위한 툴 지원도 전무했던, 소위 "UX-Immature"한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7월, 우리의 구세주와 같은 새로운 프로덕트 디렉터가 합류했다. 그와 나눈 대화에서 사용자 경험보다 세일즈와 파트너십 기회만을 중시하는 리더십 팀의 현황을 공유했다. 다행히 그도 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회사 내에서 디자인과 리서치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었다.


1. 투명성 (Transparency) 높이기


우리 회사는 다소 사일로(silo) 현상이 있었다. 마케팅팀이나 세일즈팀의 프로젝트를 중간이나 마지막 단계가 되어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잦았다. 내 매니저는 이런 폐쇄적인 문화를 개선하고 싶어했고, 그 시작은 우리 팀부터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걸음으로 슬랙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업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실천 방법은 단순하다. 리서치의 전 과정을 매주 슬랙에 공유하되, 아래와 같은 구조로 간결하게 전달한다.

예시) 서베이/인터뷰 진행 시 업데이트 포맷   

현재 진행 상황 (1줄)

주요 인사이트 (2-3줄)

성과 및 도전 과제 (1-2줄)

다음 주 계획 (1-2줄)


더 자세한 내용은 컨플루언스와 같은 문서 플랫폼에 정리하고, 슬랙에는 해당 문서 링크를 첨부한다. 이를 통해 관심 있는 동료들이 자유롭게 상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는 반응이 미미했고, 무관심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매주 꾸준히 공유하다 보니 "계속 업데이트 해줘서 고맙다"는 피드백이 하나둘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리 팀의 적극적인 소통이 본보기가 되었는지, 다른 팀들도 점차 자신들의 업무 현황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작은 변화였지만,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



2. 회사 올핸즈에 발표하기


다른 회사들처럼 우리도 매달 올핸즈 미팅(monthly company update)을 진행한다. 주로 임원진이 사업 실적과 프로젝트 현황을 공유하는 자리였는데, 이번에는 우리 팀의 프로젝트를 소개해보자고 매니저가 제안했다.


비록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리서치 결과를 전사적으로 공유한다는 생각에 긴장되었다. 매니저는 단순한 결과물 공유 대신 스토리텔링 방식을 제안했고, 덕분에 리서치 인사이트를 네 가지 페르소나로 재구성해 생생한 아키타입(archetype)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다음 발표에서는 인사이트 나열 대신 도전 과제와 극복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여전히 많은 청중 앞에서 즉석 발표를 하는 것은 긴장되지만, 우리 팀의 활동과 성과를 알릴 수 있어 보람찼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며 프레젠테이션 실력도 점차 향상되는 것을 느낀다.



3. 협업 워크샵을 통한 참여 유도


내 매니저는 회사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는 타 팀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이해관계자들을 초청해 FigJam을 활용한 워크샵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리서치 인사이트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브레인스토밍과 솔루션 아이디에이션을 함께 진행했다.


또한 디자인 크리틱 세션도 도입했다. 이는 내가 작업 중인 로우/미드 피델리티 작업물에 대해 여러 팀원들이 FigJam에서 포스트잇으로 피드백을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워크샵들을 통해 얻은 구체적인 인사이트는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이러한 방법들은 UX 성숙도가 높은 기업에서는 이미 일상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의 가치를 크게 인식하지 못했던 우리 회사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앞으로도 매니저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더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볼 예정이다.


추가 참고를 위해 UX 성숙도와 디자인 크리틱 세션에 관한 유용한 자료들을 아래에 첨부한다.


The 6 levels of UX Maturity

https://www.nngroup.com/articles/ux-maturity-model/


5 tips for breaking down silos and fostering collaboration at work

https://www.betterup.com/blog/breaking-down-silos


How to run a design crit session

https://mgearon.com/ux/design-crit-ses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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