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창작물의 피드백을 받는 법 (1)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의 작업물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못마땅한 태도를 보이는 동료들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그런 사람들이 상위 직급에 있을 때는 때론 퇴사나 이직을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한 가지 경험을 나누고 싶다. 개발자들과 디자인 핸드오버를 진행하는 그루밍(Grooming) 세션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미 확정된 디자인의 기능과 인수 기준(acceptance criteria)을 설명하는 자리였음에도, 사소하고 부차적인 피드백들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 입사 초기였던 나는 당황한 나머지 몇 가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리더십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들의 해결책을 직접적으로 제시하곤 한다. 처음에는 나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특히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했기에) 당황한 모습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려 했다.
이 태도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작업물에 대한 애정과 확신이 있기에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나름의 자존심이 상한 것이 반영된 감정적인 대응일 수 있다.
'디자이너인 내가 데이터와 근거를 바탕으로 만든 작업물인데, 디자인 지식도 없는 사람이 왜 솔루션을 제시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실제로 나도 입사 초기에 이러한 생각으로 인해 대놓고 피곤한 표정을 지은 적이 있다.
이런 실수들은 모두 피드백을 생산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들이 내 실력을 의심하게 만들 수 있고 결과적으로 최적의 디자인 도출을 어렵게 만든다. 그렇기에 피드백 세션을 진행하기 전에 미리 점검해야 할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
1. 디자인 의도의 명확성
어떤 데이터와 근거를 기반으로 이 솔루션을 도출했는가?
각 디자인 결정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있는가?
2. 대안 검토의 충실성
다른 솔루션들을 충분히 탐색했는가?
실제로 다른 접근방식을 적용해 본 작업물이 있는가?
3. 최종 선택의 타당성
여러 대안 중 현재 디자인을 선택한 명확한 이유가 있는가?
다른 솔루션들과 비교했을 때 이 디자인의 우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가?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예측하고 방어하려 하기보다, 내가 선택한 디자인에 대한 확신과 근거를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준비를 바탕으로 피드백의 성격에 따라 적절한 대응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새로 부임한 내 매니저가 조언해 준 방법들이 있다. 이는 상대와 건설적인 피드백(constructive feedback)을 나누기 위한 필수적인 대응 방법이며, 동시에 무차별적인 피드백을 방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피드백이 단순한 주관적 의견인지, 아니면 명확한 근거(justification)가 있는지 확인한다. 만약 상대방의 피드백과 그 근거가 타당하다면, 수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한다.
즉각적인 수용이나 거부가 아닌, 팀원들과 재논의하거나 추가 검토 후 답변하겠다는 방식으로 시간적 여유를 만든다. 이후 작업물과 피드백의 연관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수용 여부와 적용 방안을 결정한다.
피드백이 다소 부정적이거나 냉소적이더라도, 이는 단지 한 사람의 의견일 뿐이며 창작물에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따라서 감사 인사는 확실히 하되,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작업물과 자신 사이에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최종 디자인을 다른 부서에 바로 공개하는 대신 초기 단계의 러프한 스케치부터 공유하여 초기 피드백을 수집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Figma 협업 도구를 활용한 실시간 피드백 수집
디자인을 프린트하거나 스크린에 전시하고 실제 포스트잇으로 의견을 모으는 오프라인 워크샵
이러한 워크샵의 구체적인 진행 방법은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더라도, 냉소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쓰라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처럼 이성적으로 대응하고 작업물과 자신 사이에 적절한 거리를 두는 태도를 유지할 때, 오히려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모든 피드백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접근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내가 이 회사에서 처음 디자인 크리틱 세션을 도입하고 진행하면서 겪었던 실패와 성공의 경험들을 공유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