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창작물의 피드백을 받는 법 (2)
첫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회사는 아직 UX 성숙도가 낮고 부서 간 소통이 제한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어 솔로 디자이너로서 팀의 영향력을 넓히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매니저의 부임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피드백에 대한 두려움이 있던 내게 매니저는 오히려 그 두려움에 정면으로 맞서보자며 '디자인 크리티크 세션'을 제안했다.
디자인 크리티크 세션은 디자인이나 컨셉을 완성하기 전에 건설적인 피드백을 모아 디자이너 또는 디자인팀이 작업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한다. 이러한 세션은 다양한 관점을 활용하여 잠재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탐색하며, 전반적인 디자인의 품질을 높이는 것을 지향한다.
'크리티크(critique)'라는 단어가 다소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디자이너가 원하는 피드백의 방향과 기대사항을 명확히 전달하면 다양하고 유익한 의견을 얻을 수 있는 배움의 자리가 된다.
디자이너는 목업이나 와이어프레임 같은 디자인 자료를 준비한다. 현재 디자인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예: 초기 아이디어 단계인지, 어느 정도 컨셉이 잡혔는지)를 명확히 설명한다. 또한 프로젝트의 배경과 목표, 해결하려는 문제점, 사용자의 필요사항, 그리고 특별히 피드백을 받고 싶은 부분에 대해 설명한다.
다양한 부서의 핵심 팀원들을 적절한 규모로 초대한다. 예를 들어 나는 개발, 프로덕트, 세일즈, 마케팅, 고객 서비스 팀에서 각각 주요 팀원 한 명씩을 초대해 두 번의 세션을 진행했다. 디자이너는 참석자들에게 각 디자인 목업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디자인의 근거, 해결하려는 문제, 특정 디자인 결정의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사용성이나 시각적 레이아웃 같은 특정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할 수 있다.
내 매니저의 추천으로 나는 "I like, I wish, I wonder" 프레임워크를 활용했다:
I like: 디자인의 긍정적인 부분을 공유한다. 레이아웃이나 사용성 측면에서 잘된 점을 포스트잇에 적는다.
I wish: 디자인에서 아쉬운 점을 이야기한다. 부족한 부분이나 기대했던 요소들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나눈다.
I wonder: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디자인의 실현 가능성, 비즈니스 가치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첫 크리티크 세션에서는 5가지 사용 사례별 디자인 흐름을 보여주고, 각각 5분씩 타이머를 설정해 피드백을 받았다. 피그잼의 장점은 타이머 기능과 함께 배경 음악을 틀 수 있어 집중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팀원들이 포스트잇에 의견을 적는 동안, 나는 비슷한 피드백끼리 묶어가며 의견을 정리했다.
참석 인원이 적을 때는 5분이 지난 후 돌아가며 각자의 피드백을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 이 방식을 시도했다가 시간이 많이 길어져서, 이후에는 방식을 바꿨다. 각 사용 사례마다 5분 피드백을 받은 뒤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고, 모든 리뷰가 끝난 후에 각자 가장 강조하고 싶은 1-2가지 의견만 간단히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각자 핵심 의견을 1-2가지씩 공유한 후,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디자이너가 피드백에 대해 답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구체적인 답변을 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5분은 투표 시간으로 활용했다. 참석자들이 서로의 피드백을 읽어보고 가장 공감되는 아이디어 2-3가지에 투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세션 후에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피드백을 중심으로 깊이 있게 고민해 볼 수 있다
팀원들에게 세션 결과를 공유할 때 중요도가 검증된 의견들을 전달할 수 있다
크리티크 세션이 끝나면 디자이너는 비슷한 피드백끼리 정리하고 컨플루언스 등의 문서 플랫폼에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그 후 프로덕트 매니저와 함께 피드백을 검토하며 어떤 부분을 수정할지 논의한다. 모든 의견을 반영하기보다는 프로젝트 목표에 맞춰 중요도를 판단해 우선순위를 정한다.
피드백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나면 디자인 목업 수정 작업을 진행한다. 나는 같은 팀원들을 다시 초대해 수정된 디자인을 보여주고 추가 의견을 듣는 두 번째 세션을 가졌다.
이 후속 세션에서는 두 가지 장점이 있었다:
참석자들이 이미 피그잼 사용법에 익숙해져 있어 더 자연스러운 진행이 가능했다
자신들의 이전 피드백이 반영된 결과물을 보면서 더 구체적이고 발전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처음 이 워크숍을 준비할 때 매니저가 리더십 팀과 CEO, COO도 함께 초대하자고 제안했다.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다행히 두 분 모두 시간을 내주셔서 우리 팀의 프로젝트와 디자인 방향을 경영진과 공유할 수 있었고, 이는 프로젝트 진행에 큰 탄력을 더했다. 다만 대부분의 참석자가 피그잼 같은 협업 플랫폼을 처음 접해서 계정 설정부터 접속까지 초기 셋업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를 추천한다:
사전에 이메일로 프로젝트 배경과 관련 문서를 공유해 참석자들이 미리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러면 세션 당일 배경 설명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피그잼을 처음 사용하는 참석자를 위해 연습용 공간(Figjam playground)을 만들어 포스트잇 작성 등 기본적인 기능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게 한다.
이 워크숍을 처음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고, 이제는 디자인 크리티크뿐 아니라 리서치 발표, 아이디에이션, 브레인스토밍 등 다양한 워크숍에서도 피그잼을 활용해 임원진과 주요 팀원들과 협업하고 있다. 이는 매니저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가능했고, 우리 회사가 협업 문화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디자인 크리티크 세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글을 참고하면 좋다:
https://mgearon.com/ux/design-crit-sess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