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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단상

MZ세대의 흥에 대하여

이번 올림픽은 과연 MZ 세대의 반란이라고 부를 법하다. 아니 여기서 M 세대는 빼자. 1980~94년생까지가 M세대고 1995~2004년생까지가 Z세대라는데 막판에 낑긴 MZ세대로서 내가 그들에게 같은 세대라 하긴 민망하니깐 말이다.



나는 이번 높이뛰기 우상혁선수의 경기를 보고 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가 한국신기록을 세워서도 아니고 육상에서 최고 기록을 세워서도 아니다. 우상혁선수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그 이후의 인터뷰를 보고 말이다. 출발선에 선 그는 히죽히죽 웃는다. 결연한 표정도, 투지를 불태우는 모습도 아니다. 히죽히죽 웃더니만 관중석을 향해 박수를 유도한다. 그러더니 신나게 리듬을 타듯 높이뛰기 장대를 향해 내달린다. 성공해도 환호를, 실패해도 박수를 친다. “오늘 밤 높이 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경기가 끝난 뒤 밝힌 소감이다. 그에게 올림픽은 성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그저 올림픽은 축제다.



우상혁선수 뿐 아니다. 탁구 최연소 국가대표 신유빈선수는 평소 좋아하는 BTS의 뷔가 자신을 응원했다는 이야기를 "7초만에 알았다"며, "SNS에 자랑하고 싶어 죽는줄 알았다"고 웃는다. 양궁 안산선수는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It was a good game. Thank you!" 라는 글과 함께 은메달을 차지한 러시아 선수단(ROC), 동메달을 차지한 독일선수단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수영 황선우 선수도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초반 150M까지 1위를 유지하다 막판 50M에서 뒤쳐져 메달획득에 실패했는데 경기후 인터뷰에서 보여준 모습은 낙담과는 거리가 멀었다. 100M까지 49초대였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49초요? 정말 오버페이스였네" 라면서 "49초 턴한 것만으로도 만족하겠다"면서 웃었다고 한다.



이들에게 메달색은 중요하지 않다. 기록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주어진 순간에 열심히 하고, 다른 나라 선수들과 교류하고, 즐거움을 나눈다. 최선을 다했으니 되었고 그보다는 몇년만에 열리는 이 축제에 더 신나게 참여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그들 뒤에서 유도 73kg 급 경기에서 안창림 선수가 동메달을 딴 뒤 "우리가 원했던 색의 메달은 아닙니다만"이라는 캐스터의 발언은 내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로 기성세대로서 부끄럽다.



우리집에 있는 2010년대생은 Z+ 세대쯤 되려나. 얘는 더 웃기다. 미국과 한국의 야구 경기가 있는 날, 본인이 좋아하는 메이저리그 선수 출신 토드 프레지어가 미국선수로 나왔단다. 미국 디즈니랜드 출신이라 미국인인 인형 박덤보를 껴안고 이 녀석은 미국팀을 목이 터져라 응원한다. 얘한테는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 좋아하는 선수가 있는 팀을 응원하는 것이고, 경기가 중요할 뿐이다. 부모는 얘가 이상하고 한국팀만 무조건 응원하는 부모가 얘는 또 이상하다.



이런 모습을 보는 낑긴 세대인 나는 혼란스럽다. 올림픽이라 하면 부상투혼, 투지 이런 말들과 이미지만 떠오르는 내게 그들이 귀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 환자로 진료실에 오는 10대들도 당당하고 통통 튄다. 교정을 하러 다니는 민용이는 해맑다. 들어올 때마다 "쌤~ 오늘은 뭐하실꺼에요? 또 아픈 것 할꺼 아니죠?" "아픈 것 할꺼면 미리 말해주세요. 저번에도 또 쌤한테 속았어!" 하면서 싱글 능글하다. "민용아~ 너 오늘 학원 안가니? 시험기간 아니야?" 그러면 "쌤~ 저 학원 안다니는데요? 공부는 적성에 안맞아요”란다. 이눔아.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그랬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쌤~ 인생이 공부가 다가 아니에요. 저는 즐거우니까 괜찮아요”란다. 그래도 나 때는 공부를 안하던 애들도 남들 앞에는 하는 척이라도 했던 것 같은데 이 녀석도 참 너무 당당하다.



과연 주대환님의 말대로 선진국인 시절에 태어난 선진국 국민인 아이들은  다른걸까. 열심히 하는 자가 좋아하는 자를 못따라가고, 좋아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못따라 간다 했다. 바야흐로 "" 시대다. 즐겨야 성공할  있다. 우리 젊은 세대는 즐김을 아는 세대이다. 그런 젊은 세대에게 기성세대라는 이유로 가르칠 것이 있을까? 오히려 우리가 그들에게더 배워야하지 않을까? 흥을 아는 우린 Z 세대가 있어 희망차다는 생각이다. 브라보~ 코리아~ 브라보! MZ세대!


子曰 知之者 不如好之者요 好之者 不如樂之者


(자왈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도(道)를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도를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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