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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엘리트주의와 아마추어리즘

올림픽의 여운

어제 올림픽 폐막식 잘 보셨나요? 전 개인적으로 멋진 근대5종의 동메달의 주인공 송중기 닮은 전웅태선수가 기수로 나온다고 해서 폐막식을 열심히 보았으나 카메라에 안잡혀서 너무 아쉬움만 남았던 폐막식이었네요 ㅎ


코로나 팬데믹 속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 올림픽이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이번 우리나라의 메달 종합순위는 16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88년 서울올림픽 때 말도 안되게  4위를 한 뒤로 줄곧 10위권 내를 유지했는데 메달 순위로만 따지면 88 올림픽 이전으로 "퇴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통통 튀는 MZ 세대 선수들도 그렇고, 국민들도 이번에는 메달 순위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예전에는 목표 금메달을 달성을 못하면 올림픽 단장이 사과도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번에 화제가 된 선수들은 금메달 선수들 뿐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노메달인 선수들이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금메달 타령을 했다간 꼰대 소리 듣기 십상입니다. 금메달 지상주의, 성과 제일주의의 퇴조라 볼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스포츠는 "엘리트 스포츠"라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엘리트 스포츠의 정점은 88올림픽이었습니다. 88올림픽은 전두환대통령이 국가 총동원령을 내렸고, 실질적인 추진단장은 돈맥인 정주영 현대그룹회장이었습니다.  국가총동원령으로 최고의 성과를 이룬  올림픽 이후 최대의 수혜자는 노태우 대통령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스포츠가 정치인 시대였습니다.


이후 강도는 약해졌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엘리트 스포츠가 이어져왔습니다. 잊혀질 만하면 들려오는 어린 선수들에 대한 코치들의 폭력, 파벌 논란은 엘리트 스포츠가 낳은 폐해였습니다. 지금도 역시나 한국 스포츠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엘리트 스포츠입니다. 어릴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을 찾아 집중 육성시키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선수들이 화제가 되는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직업을 가진 선수가 한 명도 없다고 대한체육회에서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올림픽은 축구를 포함하여 프로스포츠가 있는 경기에는 나이 제한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애시당초 올림픽이 시작될 때 올림픽은 아마추어리즘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로 선수의 올림픽 참가를 엄격히 금지했습니다. 이런 제한 떄문에 프로스포츠 중심의 자본주의 국가 선수들은 실력이 좋아도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죠. 근대 올림픽을 부활시킨 프랑스의 쿠베르탱의 명언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승리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히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가 올림픽의 정신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 오가는 곳에서 언제까지나 순수가 지탱할 수는 없습니다. 올림픽이 전 세계에 중계되는 시대가 오면서 방송사의 시청률과 올림픽을 후원하는 기업, 그리고 주최하는 나라의 속사정 등이 맞물리면서 소위 "변질"되기 시작합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NBA의 수퍼스타들이 미국 남자 농구대표팀으로 뛰면서 전환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 뒤 축구나 야구 등에서 나이 제한이 있긴 하지만 와일드 카드 등 각종 명칭으로 프로 선수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유럽은 올림픽의 탄생지답게 아마추어리즘을 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다른 유럽국가들도 국가가 올림픽 전력에 신경쓰기 시작했음에도 영국은 특유의 자신감으로  아마추어리즘을 고집하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근대 올림픽이 다시 시작된 이후로 항상 상위권에 위치하는 여유만만한 나라였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영국인들에게 올림픽이란 선수 개인의 성취감 충족을 위한 자기만족 표현의 현장이었지 올림픽에 국가가 전력을 다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국력에 비해 좀 낮은 순위가 나와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오히려 메달 숫자를 가지고 국격 운운하는 미국, 러시아(구 소련) 등을 "어른 옷을 입은 아이들(Childresn in adults clothes)"라고 부르면서 그들과는 다르다는 자부심을 뽑냈죠. 우린 이미 높은 국격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국격을 높일 필요 없다는 그 특유의 "snobbish"한 태도였겠지요.


하지만 이런 영국의 태도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종합순위 36위를 하자 나라 전체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당시 영국은 에티오피아, 북한, 아일랜드, 카자흐스탄보다도 순위가 밑이었습니다. 국민들의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졌습니다. 이미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올림픽에서 아마추어리즘이 없어진 틈을 타서 메달을 따는 선수들에게 거액의 금전적 보상을 해주고, 기업을 기업대로 선수들과 후원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정부기구인 영국체육(UK sport)를 발족시키게 됩니다. 결성 직후인 1997년 초 바로 5890만 파운드라는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예산으로 책정되고 돈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 그 다음 시드니 올림픽에서 종합 10위로 훌쩍 올라오게 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영국의 올림픽 지원은 해를 거듭할 수록 늘어났고 2008년 베이징 때는 2억 3510만 파운드가 책정이 되었으며 그 결과 종합순위 4위를 기록했다고 하네요. 그 다음 런던 올림픽 때는 3위, 리우올림픽 때는 2위의 최고의 성적을 내게 됩니다. 영국 체육인들은 이런 올림픽 성적의 역사를 놓고 "솔직하게 돈이 성과를 낸 것"이라고 대놓고 말한다고 합니다.


일본은 이번에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습니다. 개최국의 어드벤티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수한 성과입니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이 확정된 이후 부터 올림픽 선수강화 예산을 40%를 늘립니다. 영국의 성공사례를 모방했다고 공공연히 밝혔습니다. 영국의 투자방식을 본 따 메달 획득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S,A등급으로 나누어 예산을 차등 지원했습니다. 금메달리스트에게 주는 포상금도 두둑하게 책정했습니다. 이런 엘리트 집중식 올림픽 지원이 어쨌든 이번 올림픽에 성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국 여론이 또 달라지고 있다 합니다. 코로나 19 사태로 국가 경제 사정이 어려운 판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올림픽에 투입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논쟁입니다. 영국은 이번 도쿄올림픽에 3억 4500만 파운드(약 5175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리우올림픽 때 최고의 성과를 냈지만 들인 돈에 환산하면 금메달 하나에 550만 파운드(82억원)이나 들였다는 비난이 나온 바도 있었구요. 최근 어떤 조사에서는 영국인의 7%만이 올림픽 예산 투입이 정당하다고 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이런 엘리트 스포츠를 키우는 대신 갈수록 운동을 하지 않는 일반인이나 학생들을 위한 예산으로 사용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네요.


영국여론의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커보입니다. 제가 정확히 우리나라의 올림픽 대비 예산을 찾지는 못했지만 우리도 대략 천억대의 예산이 측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올림픽 예산을 투여해서 집중적으로 선수를 육성하고 그 육성된 선수들을 유지하기 위해 실업팀이 있으나, 에산상 유지되지 못하고. 하지만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해당 종목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게 길러졌으므로, 스포츠가 아니면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됩니다.

20대 시절 동네 헬스장에서 PT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저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은 저와 나이가 비슷했던 유도 국가대표 출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도만 계속 하다 부상을 당했고, 국가대표로 뽑히긴 했으나 부상으로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나니 갈 곳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헬스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스포츠 엘리트로서 키워지다가 중단되는 경우 이는 분명한 국가적 손실이 되게 됩니다.




이번 올림픽은 어수선한 가운데서 치뤄졌지만 많은 생각할거리를 던져주었다 생각합니다. 미국 체조팀의 스타 시몬 바일스가 정신건강을 이유로 경기를 기권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운동만 해온 어린 운동선수의 상황에 대한 논쟁을 테이블에 올렸습니다. 그는 앞으로 운동이 자신의 삶을 좌지우지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며 육상 뿐 아니라 음악, 미술, 패션에도 관심을 쏟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운동이 제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나는 트랙밖에서의 삶을 살아야한다."는 어린 선수의 말은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여자 사이클 개인 도로 부문에서 금메달은 딴 안나 키센호퍼(30, 오스트리아)의 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그의 원래 직업은 수학자 출신 연구원이라고 합니다.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석사 학위, 스페인 카탈루냐 공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스위스 로젠공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올림픽 출전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코치도 없었고 식단과 훈련계획을 혼자 세우며 올림픽을 준비했고, 결국 금메달을 획득한 그는 다시 공부와 일, 그리고 운동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멋지죠? 인생은 발란스입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인생은 스포츠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도 중요하게 맞추어져야 합니다. 프로선수로만 구성된 야구 대표팀의 무기력한 패배는 어쩌면 우리에게 이제는 다른 스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시사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원래대로 프로경기를 하고 수많은 사회인 야구팀들 중 올림픽 선수팀을 꾸려서 나가는 것이 안될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 아들은 올림픽에 흥미를 잃더니만 막판 근대 5종 경기를 보고 홀딱 반해서 아마추어로 근대 5종 올림픽 경기에 나갈 것이랍니다. ㅎ 제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는 아마추어리즘이 부활한 진정한 올림픽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생각을 정리하면서 자료들을 찾느라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올림픽의 여운이 끝나기 전 떠오르는 생각의 단상을 정리하기 위해 써보았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나는 월요일 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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