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신병훈련소에서 하나의 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신병들이 훈련소에 배치될 때 일부 소대에만 이런 편지가 전달이 됩니다. “이 소대 훈련병들의 평균 잠재력이 다른 소대 훈련병들보다 눈에 띄게 뛰어나므로... 그들이 놀라운 성취를 이루리라고 기대해도 좋다.”
만약 내가 소대장인데 이런 편지를 받으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새로운 훈련병들에 대한 기대와 이 친구들을 잘 키워야겠다는 책임감이 같이 들겠지요. 실제로 이 편지를 받았던 소대의 구성원들이 무기 숙련도나 전문지식 시험에서 월등한 성적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예상을 하셨을까요? 네. 이 실험은 랜덤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대학 심리학과에서 행해진 실험으로 아무 소대에나 무작위적으로 편지를 보낸 것입니다. 당연히 훈련병들의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받은 훈련병들이 월등한 성과를 냈습니다. 해당 대학에서는 동일한 실험을 5년 뒤에도 실시했다고 합니다. 역시나 결과는 동일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저런 편지를 받으면 소대장은 기대를 하게 됩니다. 기대를 품은 소대장이 더 많은 지원과 조언을 하게 되고 실수가 있어도 원래 그럴 애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너그러워지며 배움의 기회로 삼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훈련병들의 자신감과 실력이 좋아지고 소대장은 자신의 생각이 옮음을 확인하는 선순환을 보이게 된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로즌솔의 손가락 실험”도 있습니다. 하버드대학의 로즌솔 교수가 임의로 학생 몇 명을 지목하여 똑똑한 학생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교사도, 학생 스스로도 똑똑한 사람이라고 믿게 했습니다. 그러자 지목받았던 학생들의 성적이 압도적으로 올라갔다는 연구결과입니다.
이렇듯 신뢰는 중요합니다.
박혜란 선생님 말씀대로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입니다. 더구나 부모와 아이 사이의 신뢰는 저렇게 편지나 손가락으로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합니다. 한 번 신뢰가 무너지면 그것을 회복시키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듭니다. 이를 스티븐 코비 박사는 저서 [신뢰의 속도 speed of trust]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신뢰가 부족하면 속도는 느려지고 비용은 늘어난다. 일종의 세금을 내는 것과 같아서 이를 신뢰 세금이라고 한다. 반대로 신뢰가 높으면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은 줄어든다. 보이지 않는 신뢰에 따른 이익을 누리는 것이다. 이것이 신뢰 배당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배당을 가지고 있나요? 배당은 없고 세금만 내고 있지는 않은가요? 혹시 아이와의 상태가 적자 상태는 아닌가요? 부모와 아이 사이 신뢰는 하루아침에 생길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차곡차곡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신뢰를 쌓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요?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바로 인정입니다.
인정의 힘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모든 사람에게 본래적인 것입니다.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에게도 필요한 것이 인정이고 직원뿐 아니라 사장에게도 필요한 것이 인정입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분명 표면적인 이유는 인정과 상관없어 보이는데 고객 내면의 욕구에는 “나 좀 인정해달라”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님들에 아이를 인정해주세요. 칭찬해주세요. 하면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아니 도대체 칭찬할 것이 있어야 칭찬을 하지요.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만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인정을 합니까. 분명히 인정을 해주려고 방문을 열었는데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속에 천불이 납니다. 방꼴은 왜 이리 엉망인지요. 하려고 했던 말은 온데간데없고 잔소리가 나옵니다. 아이는 다시 귀를 닫고 입을 닫습니다.
인정, 칭찬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영혼 없이 남들 하는 대로 칭찬하면 우리 아이들은 귀신같이 알아듣습니다. 이 엄마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구나. 하고요. 상대를 알지 못하는 칭찬은 칭찬을 하는 당사자도, 받는 상대도 힘들게 합니다.
제대로 된 인정을 하려면 상대를 잘 알아야 합니다.
내 속으로 낳은 아이인데 당연히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시나요? 내가 낳았지만 낳는 순간 아이와 나는 다른 개체로 분리됩니다. 다른 개체로 분리되어 태어난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의 영향은 받겠지만 다양한 자극과 경험이 더해져 자신만의 생각과 체계를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가 일일이 성장할 때마다 부모에게 보고를 하지 않습니다. 갈등의 시작은 내가 잘 알고 있다는 자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티칭 하지 말고 코칭하라]의 저자 고현숙 교수님은 부모는 판단자 judge가 아니라 학습자 learner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판단자는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 나는 이미 알고 있으니 상대에게 묻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고 자동으로 반응이 나옵니다. 똑같은 아이여도 그 상황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도 있는데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확신이 강해 바로 반응해버립니다. 반면 학습자는 기본적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알아보려 합니다. 코칭에서는 “호기심”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호기심을 가질 때 우리는 판단을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맥락, 그리고 관점과 생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때 비로소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