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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고 있습니다] 책으로 놀기의 끝은?

책으로 놀 수 있는 방법은 독서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책 모임 하기, 읽은 책 소셜미디어에 자랑하기, 책 수집하기, 책을 테마로 여행하기... 하지만 그중에 끝판왕이라고 한다면 역시 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은 반드시 글을 쓰게 됩니다. 책으로 여러 인풋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내 생각과 공명 작용을 일으키면서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게 되거든요.


글을 쓴다는 것은 뭘까요?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란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차이를 “발명”해내며,
그것을 세상과 다시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저는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인생을 2번 산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 번은 남들처럼 살고,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다시 뜯어보고 맛보며 두 번째 사는 것 같다고 말입니다.



어느 시대보다 읽을거리가 넘쳐흐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꼭 책을 통하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읽고 보고 있습니다. 늘 읽고 있지만, 늘 보고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남는 것이 없습니다. 그렇게 들어오기만 한 내용은 부유물이 되어 사라집니다. 음식을 먹으면 반드시 소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우리 몸의 여러 장기가 유기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정성껏 음식을 소화시켜 필요한 상태로 재흡수시킵니다. 그런데 먹기만 하고 소화가 안되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탈이 나게 됩니다. 그리고 더 먹을 수도 없게 됩니다.


지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많이 읽어 지식이 들어왔는데 이것을 적절히 소화를 시키지 않으면 우리가 필요한 곳에서 에너지원으로 쓸 수가 없습니다.


그 소화를 하는 과정이 바로 “쓰기”입니다.


지식을 얻고 그 지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의문에 대해 사유하고, 그 사유에 대해 나누고 “쓰는” 작업이 일어나야 비로소 그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많이 읽음에도 깨닫지 못하고 비슷한 사고를 반복하며 결국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는 것은 바로 이 “읽고 쓰기”의 세트에서 “쓰기”가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김애리 작가님의 책 제목입니다. 글쓰기는 더 이상 지식인이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유물이 아닙니다. 사람이 더 사람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읽어서 삶의 지평을 넓히고 그 읽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활용하는 데에 쓰기가 들어있는 것이죠. 쓰기의 매력을, 그 필요성을 약간이라도 먼저 느낀 사람으로서 이 글쓰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기를 바라는 일종의 사명감마저 느낍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무나 붙잡고 글 좀 쓰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서야 어떻게든 혼자 해보겠는데 글 쓰는 것은 너무 막막합니다. 서론, 본론, 결론 등 학교에서 배운 대로 써야 할 것 같고, 어떤 글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백지를 보면 두려움마저 느낍니다. 사람이 무언가를 계속할 수 있는 힘은 뭘까요?


바로 재미(fun)입니다.


재미가 없으면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유대인들은 아이들이 유대교의 율법서인 [토라]의 맨 첫 자를 배우면 꿀이나 단 음식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공부를 하면 단 음식을 먹게 될 것이라는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만드는 학습 유도 방법인 거죠. 아무리 공부가 필요해도, 글쓰기가 훌륭한 것이어도 즐겁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즐겁지 않은 일에 에너지를 쏟는 것은 시선을 빼앗길 곳이 너무 많은 현실에서 쉽지 않죠. 그래서 글쓰기도 즐거워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숙제 같은 글쓰기가 즐거워질까요? 요즘 운동을 독려하는 여러 앱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앱들의 특징은 같이 운동을 하도록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게임도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면 재미있습니다. 즐기려면 ‘ 있어야 합니다. 혼자는 쓰기 어려워도 같이 쓰면   있습니다.


일흔을 넘어 한글을 처음 배운 할머니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한글을 배우니까 뭐가 좋으시냐고. 할머니는 이렇게 대답하셨답니다.


“안보이던 꽃이 보이더라.”


글을 쓰면 안보이던 것이 보입니다. 늘 지나오던 출근길이 달라 보입니다. 짜증만 나던 병원이 달라 보입니다. 책으로 놀기의 끝판왕, 글쓰기의 재미를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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