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대표님에게 카톡이 왔다.
정말 오랜만의 카톡이었다.
내 책의 출간일은 작년 11월.
책의 홍보기간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3,4개월 정도이다. 책 출간 1,2달 전은 막판 수정 작업과 표지 선정, 홍보 방향 등을 논하기 위해 자주 소통했고, 출간 후 1,2달 정도로 판매량 등을 공유하며 자주 연락했지만 그 이후에는 뜸한 사이였다.
가끔 안부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미안함과 서운함 그 사이 어딘가에 감정이 있었다.
첫 책을 내고 두 번째 책을 계약하고 보니, 출판사 입장에서 누군가의 첫 책을 내주는 것은 참 부담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기대감의 차이”
책을 내고자 마음먹은 사람은 아무래도 그동안의 사회적 커리어나 자신의 글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일생일대의 이벤트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욕심도 생긴다. 그 사실도 맞다.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 한 가지가 있다.
출판 역시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내가 자비로 출판하지 않고 출판사의 제의를 받아 기획 출판을 하게 되면 쓰는 것은 “비용”이라는 형태로, 받는 것은 “수익”이라는 형태로 생긴다.
하지만 초보 작가는 나도 그랬지만, 간혹 아니 자주 이 “비용”은 과소평가하고 “수익”은 과대평가한다. 본인이 시장에서 아주 잘 먹힐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ㅎㅎ
내가 블로그 이웃이 몇천 명이라고 해서 그 이웃이 다 내 책을 사주는 것은 아니다. 지인이 몇 백 명이라고 해서,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네주었다고 해서 그들이 모두 독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이라는 것은 어떤 것보다 개인적인 취향을 탄다. 정식 밥 한 끼 밖에 안 되는 가격이기 때문에 그거 하나 사주는 것이 어렵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책을 사주는 것보다 오히려 밥을 사는 것이 오히려 편할 수도 있다. 책이란 읽어야 하는 부담이 동반되어 오기 때문에 더욱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어쨌든 그 “기대감의 차이” 속에 나는 나대로 내 첫 책을 내주었다는 감사함+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미안함 + 그래도 아직은 남아있는 약간의 서운함이 더해져서 뜨문뜨문 어색한 사이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어색함을 “세종 도서”가 풀어주었다.
교수님 책이 세종 도서가 되었대요!
대표님의 들뜬 표현에 아.. 좋은 일이구나 싶었지만 출판 종사자가 아닌 낯선 이는 이게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그전까지 나는 사실 세종 도서는 어느 큰 출판사 이름인 줄 알았다 ㅋㅋㅋㅋ
그게 느껴졌을까. 대표님의 단호한 설명이 덧붙여진다. 세종 도서가 되기가 얼마나 치열한지. 세종 도서 선정이 가지는 가치를…
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얼마어치를 나라에서 사준다는 것. 그 부분에 가장 안도했다. 이제는 비로소 출판사에 해를 끼친 게 아니라는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겠구나…
어쨌든 얼떨결에 쓴 책이 세종 도서가 되었다.
첫 책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새로 작업하는 두 번째 책 편집자님도 대단한 일이라며 축하인사를 건네주시자 이제야 이 행운이 실감이 난다.
아들에게 엄마 책에 “세종 도서” 딱지가 붙을 것 같아.라고 했더니,
우와 엄마 칼데콧 스티커 같은 거??? 란다 ㅋ
아니… 그거랑은 좀 많이 다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