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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Aug 30. 2021

청담동에서 연예인은 일반인이다

연예인도 무대 위에서나 연예인이다

 

연예인도 TV 봐야 연예인이지.




청담동에 살며 신기한 건 SM과 JYP가 있다는 점이었다. 10대 시절, 나는 반에서 알아주는 아이돌 덕후였다. 학급에 그런 애들 한명씩 있지 않는가. 예능프로그램 녹화영상 가져와서 쉬는 시간에 틀어주는 은혜로운 아이. 그게 나였다. (나이가 나옴). 하드웨어는 비디오테잎에서 유투브로 변했지만 아이돌을 파는 성향은 여전히 남아있다.     


아이돌 연습생까지 관심을 가졌던 나에게 청담동 길거리는 연예인들이 바글바글한 방송국 대기실 같다. 밤 9시에 산책하러 나갔더니 유명한 아이돌 커플이 손을 잡고 걸어간다. 커피 한잔 마시려고 스타벅스에 들어갔더니 가수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마트에 갔더니 S급 여배우가 장을 보고 있다. 아니 다들 왜 이렇게 막 돌아다니지? 자고로 연예인은 강한친구들(경호업체명)에 둘러싸여 호위를 받으며 다녀야하는데 다들 일반인처럼 돌아다니고 있었다.       


일반인처럼 돌아다니는 연예인들도 신기했지만 더 신기한 건,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는 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도 지나가는 연예인을 멈춰 세워서 싸인을 해달라거나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지 않는 다. 싸인과 사진까지도 아니다. 그냥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대체 왜지? 좋아하는 연예인이면 달려서 ‘팬이에요’라고 한마디라고 할수 있는 것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봤다. 왜 청담동 사람들은 유명한 연예인을 아는 척을 안 하는가?       


1. ‘모른 척하자’

2. 쟤가 누군데?  

3. 쟤가 뭔데?      


처음엔 1번인 줄 알았다. 연예인도 사람 아닌가. 아는 척 하는 건 동네사람으로써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동네 8년 정도 살다보니 1,2번은 아닌 듯하다. 생활 속에서 익숙한 얼굴(연예인)이 보이면 일단 시선은 멈추는 것 같다. 5초 정도 시선을 멈추다 다시 자신이 하던 일을 한다. 청담동 사람들에게 연예인은 그냥 일반인 그 이상 이하도 아닌 느낌.       


다시 내가 연예인을 파던 10대를 돌아본다. 질풍노도의 시기,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다. 그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아이돌에 빠져 대리만족을 느끼곤 했다. 그 스트레스는 대학입학과 함께 사라졌다. 당연히 대학에 들어가서는 팬클럽활동과 녹화생활을 멈췄다. 현생에 큰 불만이 없고 나에 대해 집중해야할 시기였기 때문에 대중문화 소비보다는 학업이나 취미생활에 열중했던 것 같다.


연예인에 대한 청담동 사람들의 반응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대중문화는 딱 필요한 정도만 소비하고 (예. 너무 재밌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있을 때 몰아보는 정도) 남은 시간은 자신의 삶에 집중한다. 생활의 중심이 자신 (또는 가족)이다보니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을 보고 굳이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연예인에게 아는 척 할 시간에 내 앞에 있는 친구랑 운동, 자산, 취미에 대해 담소를 나누는 게 더 중요한 거다. (실제 카페에 앉아있다 꽤 알려진 아이돌분이 들어온 걸 봤는데 다들 한번 슥 쳐다보고 계속 앞사람과 대화를 지속함. 나 혼자 안절부절 난리.)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가난할수록 대중매체를 열심히 소비한다. 즉, 소득이 낮을수록 여가시간에 TV와 유투브를 본다. 경인교대 미디어리터러시 연구소에 따르면 경제 수준 상위권 가정의 어린이는 하위권 가정보다 스마트폰 보유율이 낮고 사용시간도 2배 이상 낮다. 부유한 가정일수록 대중문화 중심의 미디어 이용을 통제하며  미디어 사용 시에는 파워포인트, 코딩, 사진편집 등 기술적인 부분을 다수 활용한다.

(출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1737)


청담동 사람들의 연예인에 대한 태도를 보며 여가시간에 TV나 유투브를 많이 보지 않으려고 한다. 사실 미디어와 콘텐츠는 사람을 통제하는 가장 쉬운 방식이다. 역사적으로 대중을 통제할 때 많이 사용되고 (흑색선전, 3S등) 여전히 정치적 사건사고를 묻을 때 유효하게 활용되고 있다. 게다가 대중문화 콘텐츠는 시간을 때울 수는 있지만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진 않는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 삶에 집중하기 위해선, 오늘부터 조금 킬링타임 콘텐츠를 줄여보는게 어떨까. (브런치는 열심히 하시고...)



ps. 그럼에도 길거리에서 Van을 보면 두드리고 싶은 나, 비정상이죠?



@강남구청 앞 스타벅스. 방송국 대기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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