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아재 바라아재 5화

5화 - 강가에 있습니다

by 시드니

“쓱쓱”


종이컵에 커피믹스를 담고 스푼으로 휘젓는 손.

다름의 머릿속에 그 장면이 떠나지 않았다.

술 취해 식당 벽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차경우.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있던 세나.

차경우는 6개월 전 결혼했다.

세나가 뭐가 부족해서 유부남을? 왜?


이세나 “선배님!”

남다름 “아 깜짝이야!!!”


평소처럼 해맑게 인사하는 세나.

세나얼굴에 어제 그 장면이 데자뷰되는 다름.


이세나 “왜 이렇게 놀라세요.”

남다름 “아,, 아니야.”


예전의 다름이었다면 시원하게 물어봤을텐데.

남의 일에 관여했다가 큰 일을 당한적이 있어 망설인다.


이세나 “무슨 할말 있으세요?”

남다름 “아.. 아니야..^^”


역시 눈치가 보통이 아니다.

황급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다름.

갸우뚱하며 다름을 쳐다보는 세나.

*

“아하하하하”

“어허허허허”


마케팅본부장실에 웃음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를 웃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딱 한명 뿐.

문을 열고 그가 나오자 몰려드는 아재들.

김과장 “공민우! 뭐야? 뭘 보고했길래 또 저렇게 좋아하셔?”

공민우 “아, 출장보고 했어요.”

김과장 “어디봐봐. 뭐야. 1장이야?”

다름은 민우선배를 보고 피식 웃었다.

보고서 1장쓰는 습관은 여전하구나.


머릿속에 모든 게 있으니 보고서는 짧게쓴다.

초등학생도 이해가능한 단어만 사용하고,

모든 질문에 답할수 있도록 미리 준비.


김과장 “민우야. 니 보고서 좀 주고가. 참고하게.”

심대리 “민우. 진짜 대단해. 짱이야.”


공민우를 향해 엄지척을 날리는 심대리.


김과장 “너는 자기개발이나해!”

심대리 “.....”

공민우 “왜 그러세요.”


심대리를 토닥이는 공민우,

웃으며 다름에게 다가온다.


공민우 “남다름이. 뭐하냐?”

남다름 “이번에 소비자조사 한거 보고서써요.”

공민우 “오~ 머리쓰는 일 한다? 업체 어디지?”

남다름 “인테그럴이요.”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는 공민우.

무언가를 말할려는 찰나, 다름이 밀고 들어온다.


남다름 “맞다. 여기 비용처리 하려는데, 견적서가 이래도 되는 거에요?”

공민우 “어디봐봐.”

남다름 “총액만 적혀있어요. 정량평가했으면 방법론이랑 단가는 명시되어야 하는거 아니에요?”

공민우 “그게...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이라 좀 책정이 어려운거 같아.”

남다름 “소비자 조사가 왜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이에요?”

힘겹게 입을 떼려는 민우.

다름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본다.

공민우 “인테그럴이 원래 광고대행사였다가 무슨 사건 후에 리서치업체로 바뀐거 거든. 그때 관성이 남아있는거지.”

남다름 “무슨 사건이라 함은...혹시..”

광고대행사, 구대표, 수학기호 인테그럴.

퍼즐이 맞춰진 다름.

놀란 표정으로 민우를 쳐다본다.

공민우 “맞아. 거기.”



*



4년 전, 법정 증인석에 서있는 다름의 모습.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고 목소리는 떨리고 있다.

“저희 회장님은 그럴 분이 아닙니다.”


*

"촤악"

얼굴에 물을 뿌리는 다름.

여자화장실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고 있다.

입사이래 가장 큰 위기였던 그 사건.

‘인테그랄이 그 사건이랑 관련된 회사라니.’

“휴...”

다름은 본인의 한숨인 줄 알았다.

찬물로 얼굴을 때리는 다름 뒤로

청소부 아주머니가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

친정엄마도 안보여주는 엄마미소를 항상 짓는분.

남다름 “무슨 일 있으세요?”

청소부 “아.. 아니에요.”

남다름 “표정이 좀 안 좋으셔서...”

청소부 “아가씨. 공부 잘했죠?”

남다름 “네?”

사정을 들어보니 이랬다.

초등학교 고학년 딸을 키우고 계신 아주머니.

학교에서 부모님 직업을 제출해달라고 한거다.

아주머니는 청소부, 남편은 막노동 하는 상황.


자신의 일을 즐기는 분이지만

사춘기 딸이 상처받을까 걱정인 아주머니.

어떻게 직업을 써야하는지 고민 중이다.

남다름 “제가 도와드릴게요.”

남일에 신경 안쓰기로 한 다름이지만

선량한 사람들에게는 머리보다 손이 먼저 간다.

아주머니가 건네준 종이에 슥슥 적는 다름.

종이를 받아든 아주머니 표정이 밝아지고.


청소부 “아가씨. 고마워요. 이거면 되겠어.”

남다름 “별말씀을요.”

그때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온 세나.

어색하게 웃음을 짓는 다름.

싱글벙글하며 사라지는 청소부 아주머니.


남다름 “세나. 안녕.”

이세나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 아주머니 무슨 좋은 일 있으신가요?”

남다름 “아. 별건 아니고. 남편분이 막노동하시고 아주머니가 청소부 하시는데 자제분 학교에서 부모님 직업란을 적어오라고 하셨나봐. 그래서 좀 도와드렸지.”

이세나 “어떻게 도와드렸는데요?”

남다름 “아빠은 프리랜서, 엄마는 건물청결관리.”

이세나 “오오. 워딩이 기가막혀요. 은유적인데 틀린말은 아니잖아요.”

남다름 “잊었나본데 나, 모회사 전략실 출신이다.”


오랜만에 허세부리는 다름.

그 모습을 보며 깔깔거리는 세나.

잠시 정적이 찾아오고, 다름의 입이 근질거렸다.

은유적으로 그녀를 떠볼 방법은 없을까.

남다름 “저기... 세나야.”

이세나 “네?”

남다름 “아... 별건 아니고. 드라마 <윤리있는 그녀> 인기 많잖아. 시청률 30% 넘던데. 알지?”

이세나 “아! 김희숙이랑 김사나 나오는 드라마요?”

남다름 “응응. 거기보면 막... 유부남 유혹하는 여자 나오잖아.”

이세나 “아~~가슴 다 드러내고 나오는?”

남다름 “내가 결혼해서 그런가, 그런 애들 보면 너무 화가 나더라고.”


마지막 문장과 함께 세나 눈치를 보는 다름.


이세나 “맞아요! 전 결혼 안했지만 저도 너무 화나요. 누가 내 남편한테 그래봐요. 그냥 머리카락을 다 쥐어뜯어서 잔디인형처럼 만들어 버려야지!!”


씩씩거리며 주먹을 불끈쥐는 세나.

그녀는 윤리가 있다.

그런 그녀가 유부남 차경우를 좋아한다?

다름의 머리로는 상상하기 힘들다.

*


일도 사람도 모든게 의구심 투성이었다.

그런데 세나에 대한 의구심은 조금 풀렸다.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다름이 휘파람을 불며 인사이트부로 가는데

저 멀리서 안경 쓴 뚱뚱한 아저씨가 뛰어온다.


심대리 “다름씨!! 나 좀 도와줘.”

남다름 “무슨일이세요?”

심대리 “오늘 외화지출 마감인데... 어떡하지?!”


외화지출은 일주일에 딱 한번 된다.

다름을 본인의 자리에 앉히는 심대리.

심대리 책상 위에 작은 인형들이 앉아있다.


심대리 “이것봐봐. 재무부에서 최종반려됐어. 오늘 돈 안나가면 상대측에서 난리날텐데.”

남다름 “잠시만요. 부장님 결재까지 났는데. 이상하네요.”


전화기를 드는 다름.


남다름 “아. 네. 안녕하세요. 인사이트부 남다름입니다. 심만경 대리가 올린 외화지출건 관련해서 좀 문의드릴려고요.”

총무과장 “아! 이거! 심대리가 올린거 말이지? 이거 금액 맞아? 다시 확인해봐!”

남다름 “네? 금액이요? 잠시만요....”

전화기를 귀와 어깨 사이에 걸고

비용이 올라간 내역을 살피는 다름.

지출금액 뒤에 이상한 화폐단위가 보인다.

IDR(루피아)..



*


총무부 앞. 세하웰니스에서 가장 무서운 호랑이 과장님 앞에 심대리가 쭈뼛쭈뼛 서있다.

그 뒤에 같이 서있는 다름.

호랑이과장 “정말! 이거 한두번이에요?”

심대리 “죄송합니다.”

호랑이과장 “3000루피아가 얼만지 알아요? 250원이야. 어디가서 새우깡도 못사먹어. 이걸 업체에 지출한다고 올린거에요?”

3000달러를 지출해야하는데 3000루피아를 지출한 심대리.


해당업체 본사가 인도네시아로 되어있어 현지통화로 지출했다고 한다.


견적서에도 달러로 표기되어있는데.

심대리 “죄송합니다. 제가 확인을 했어야...”

호랑이과장 “됐고. 부장님이랑 다 합의했어요. 인사이트부 부서예산 삭감하겠습니다.”

*



“전 그룹사에 바보인증했냐?!”


소리를 버럭 지르는 김과장.

심대리를 가장 많이 괴롭히는 사람이다.


다름은 김과장이 심대리를 이유없이 괴롭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보니 이유가 없는건 아니었다.


항상 창의적인 실수로 모든 이의 멘탈을 훔친다.

김과장 “진짜 답답하다. 바보 멍청이 아냐? 니 월급으로 대학생 10명 고용할수 있어. 걔네가 너보다 훨 잘해!”

마부장 “김과장. 그만해.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김과장 “아니. 저런 미친놈한테 왜 월급을 주는거에요? 야. 너 꼴보기 싫으니까 저리 꺼져.”

결재해준 부장님도 책임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모욕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가는 심대리.

자신도 완벽하지 않으면서 남만 다그치는 김과장.


부서가 어수선하다.

아재들과 다름은 한숨만 쉬고 있다.

다름의 시야에 들어오는 영업부서.

화기애애한 경우와 세나가 보인다.

모니터를 같이 보면서 깔깔거리고 있다.

약간의 스킨십도 하는 것 같고.

남다름 “아무래도 수상하단 말이야...”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업무로 돌아온 다름.

마케팅본부장에게 보고할 소비자조사 결과와

비용지출 서류를 만들고 있다.


그때, 갑자기 ‘헉’소리를 내는 김과장.

다름에게 황급히 다가와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준다.

김과장 “(떨며) 다름아...이것 좀 봐봐.”

문자를 본 다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과장님, 저 강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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