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아재 바라아재 9화

9화 - 생각보다 좋은사람, 생각보다 나쁜사람

by 시드니


“따르르르릉”

엄마에게 전화 중인 다름.

심장이 벌렁거린다.

어린이집 다닌지 한달도 안되서 다치다니.


친정엄마 “여보세요.”

남다름 "어! 엄마, 민준이 하원했어?"

친정엄마 "오냐."

남다름 "민준이 많이 다쳤어?"

친정엄마 "아니? 다쳤대? 이마 좀 빨간데?"

남다름 "(안심) 아 그래? 그럼 괜찮은거지."

친정엄마 "응. 신경쓰지말고 일해."



*



한숨한번 내쉬고 자리로 돌아온 다름.


메일을 열어보니 인테그럴로부터 견적서가 와있다.


남다름 “그래, 이런 자료는 가격이 얼만지 볼까.”


메일을 열어본 다름, 첨부파일에 세금계산서만 하나 걸려있고 본문에 내용이없다.


그순간 핸드폰이 울린다.


"일주일 내로 송금바랍니다. 인테그럴 구본구 대표."

남다름 “어이가 없네.”


저번에 로비에서 자신을 모른척했던 구대표가 생각났다. 눈을 분명 마주쳤는데 인사하는 다름을 확인하고 피한 느낌.


예전 성질같아서는 ‘갑질’ 한번 제대로 하고 싶지만, 대한민국 대표기업이 갑질로 괜히 이슈화가 되는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갑질과 반대로 ‘을질’당하는 경우도 많아진다.


서로 매너가 없어지는 요즘.


남다름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인줄 안다고...”


혼자 중얼거리며 파일을 찬찬히 넘겨보는 다름.

그런데 자료의 문체가 낯익다.


"~~과의 조화가 중요"

"~~치우치지 않는 관점."

"~~~의 ~~~간의 상호밸런스가 포인트."


남다름 "내가 이걸 어디서 봤더라...."


인테그럴이 보낸 조사자료에서 익숙함을 느끼는데 어디선가 집중을 깨는 소리가 들린다.


“이건 노케이야! 노케이!”

왠일로 마부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최대리가 작성해온 자료를 보고 화를 내고 있는 부장. 요즘 어디서 배웠는지 ‘오케이’와 ‘노케이’를 섞어쓴다.

'노케이'가 어법상 맞는말인지 헷갈리는 다름.


최대리 "아.. 이건 제발 통과시켜주십시오. 몇 달째 밀린 보고인데."

마부장 "그대로 보고하면 본부장한테 박살이야!“

최대리 “이번엔 정말 통과할수 있습니다. 제발요.”

마부장 “제발~ 본부장님 관점으로 접근해봐!! 남대리한테 물어보면서해."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서 불쾌한 다름.

10년 어린 다름에게 비교당해 불쾌한 최대리.

하나하나 지도해야하는 직원이 짜증나는 마부장.



*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고 있는 공민우.

컴퓨터를 끄고 짐을 정리하고 있다.


“딸깍”

중앙에 걸린 시계가 오후 6시가 되는 걸 알리자마자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는 그.


공민우 “부장님. 퇴근하겠습니다.”

부장 “응. 그래. 잘가.”

칼바람불듯 퇴근하는 공민우와 그런 민우를 불편하게 쳐다보는 민우네 부장.



*



전철타고 집에 가는 다름.

이놈의 2호선은 7시가 되도 만원이다.

귀에 이어폰을 낀 채로 하루를 되뇌어본다.


회사생활을 해보면 반전의 순간이 온다. 쓰레기같은 놈이 생각보다 괜찮거나 좋은사람이 생각보다 쓰레기거나.


차경우는 생각보다는 좋은 놈이었다.

회사에 충성을 다하고 싶은 그냥 워커홀릭.

앞자리 앉아있는 사람의 핸드폰 화면이 보이는 다름.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여자가 ‘워킹맘 고통지수’를 측정해보고 있다.


100점만점에 90점이 나오는 여자.

문득 본인도 궁금해진 다름.

핸드폰을 열어 검색해본다.

재미삼아 해보니 50점정도 나온다.

아무래도 친정엄마가 곁에 있으니 걱정이 덜하다.



*



“다녀왔습니다.”

“엄마~~~~”


오늘도 멀리서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뛰어나온다.

그런데 생명체 이마에 선홍빛 실선이 보인다.


남다름 "이게 뭐야? 민준이 이마 찢어진거야?"

친정엄마 "그거 좀 찢어진거 가지고. 다들 그러면서 크는 거야."

남다름 "이거 피났던거 아니야? 병원은 안갔어?"

친정엄마 "이런걸로 병원갔으면 너 어릴때는 365일 병원갔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다름.


남다름 "엄마.... 이정도면 연락을 나한테 해주지."

친정엄마 "너한테 연락와서 내가 말해줬잖아."

남다름 "아니.... 이건 좀 심하잖아."


친정엄마 표정이 심히 어두워진다.


침울한 표정으로 민준이 이마만 보고 있는 다름.

안 그래도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한데 상처까지 나다니.


"다녀왔습니다."

왠일로 집에 일찍 들어온 남편.


남편 "아이고. 장모님 안녕하세요. 잘지내셨..."


"쿵!"

문을 세게 닫고 떠나버린 친정엄마.


남편 "무슨 일이야? 장모님 화나신거야?

다름 "좀 일찍 좀 와!!!"



*


민준이를 재우고 맥주를 한캔씩 따는 다름 부부.

남편과 마주보고 앉은 것도 오랜만이다.

남편 얼굴은 주름이 더 깊게 패여있다.


남편 “힘들지?”

다름 “뭐. 다들 그렇지뭐.”

남편 “미안하다.”

다름 “뭐가.”

남편 “남편이 능력이 없어서.”

다름 “무슨소리야. 됐어.”


가끔 남편은 저런 소리를 한다.

남편이 능력이 없어서 다름을 일하게 한다고.


그런데 다름은 남편이 능력이 있었어도 일을 했을거다. 육아를 하면서 집에 있는 것 보다는 사회생활을 하는게 더 좋다.


다만 오늘처럼 아기가 다친 날은 강철멘탈 다름도 마음이 흔들리곤 한다.


남편 “그런데...”

다름 “??”

남편 “다음주 우리엄마 환갑인거 알지?”

다름 “알지. 주말에 같이 식사하기로 했잖아.”

남편 “응응. 그런데 내가 너 요리 잘한다고 자랑 좀 했거든.”


불길하다.


남편 “생신 당일에 아침을 같이 먹자시는데...”

다름 “어디서? 시댁에서?”

남편 “응...”


다름의 집은 성수동. 시댁은 아현동이다.


다름 “아침에 밥을 차린 후에 출근하란 소리야?”

남편 “정 힘들면... 연차내도 되고...”

다름 “연차? 연차????”


다름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다름 “연차내서 시어머니 생신상 차리라고?”

남편 “아니... 연차를 내라는 게 핵심이 아니고.”


다름이 목소리가 높아지자 쪼그라드는 남편.

한편으로 까다로운 장모님과 생활하는 남편을 생각하니 마음이 안좋다.


다름 “휴... 이번엔 환갑이시니까 하겠어. 단! 다음부턴 절대 안해.”

남편 “고마워 여보. 진짜. 내가 더 잘할게.”

다름 “됐어. 그냥 나도 어머니한테 감사해서 하는 거야.”


회사 동료들의 시댁스토리를 들으면 정말 다름의 시어머니는 양반이다. 일하는 며느리 불편하게 안하는 시어머니.


회사에서 일하는 도중에 시댁 전화 받으러 가는 여직원들도 태반인데.


다름 “장을 봐야겠네. 참, 이번달 생활비 왜 안줘?

남편 “그게... 음... 그게 말이지.”


심하게 불길해진 다름.

쪼그라든 오징어의 입만 주시한다.


남편 “이번에 주식을 좀 했는데....”



*



1층 로비 안 카페.

머리를 감싸쥔 채 엎드려 있는 다름.

남편이 날렸다. 천만원을.


전세연장도 남아있는데 꼭 그렇게 해야만 속이 시원했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쭉쭉 빨며 화를 삭혀보려 하지만 도무지 가라앉지 않는다.


“어다름씨!”

그 앞에 갑자기 나타난 민규.

요즘 민규를 피해다녔는데 만나고야 만다.


민규 “무슨 일 있으세요?”

다름 “아..아니에요....”


‘난 널 멀리할거야’

라고 주문을 외우고 있는 다름.


민규 “혹시 외부강의 하실래요?”


주문이 무색하게 고개를 돌려 민규를 쳐다본다.


민규 “이번 2018년 신입사원들 교육이에요. 전에 블로그에 쓰셨던 보고서 잘쓰는법. 강의해주시는게 어떠세요? 강의료는 꽤 나올거에요. 전일교육이라.”


‘난 널 멀리할거야.’라고 주문을 외우면서 입은 따로 노는 다름.


다름 “언제죠?”



*



출장비+숙박비+특별 강의료까지 해서 100만원.

-100%수익률이 -90%으로 회복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남편이 원망스러운 다름.


소액으로 차근차근하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천만원이라니.

어제밤에 소리를 너무 질러서 그런지 목이 잠긴 다름.


남다름 “음음!”

마부장 “응! 그래. 보고가야지.”


요즘 본부장이 다름이 보고가 들어오면 조금 부드러운 느낌이라, 다름과 보고가는 거에 재미붙인 부장.


혼자 신호를 잘못해석하고 다름에게 다가온다.

부장과 본부장실로 가면서 신신당부하는 다름.


남다름 “부장님. 제가 한말 잊으신거 아니죠?”

마부장 “알지알지. 경쟁사가... 뭐라고?”

남다름 “경쟁사가 우리회사 정보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의심된다고요.”

마부장 “맞다. 맞아. 절대! 절대 말안해. 나만 믿어.”



*



남다름 “이번에 아시아모니터라는 글로벌 리서치 업체통해 시장조사 한결과에 따르면~”


입은 보고를 하고 있지만 눈으로는 본부장을 스캔하는 다름.

저사람이 정말 성추행을 했을까하는 의심이 든다.

평소 행실을 보면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닌데.


남다름 “또 조사 자료 중에 흥미로운 점은...”

마부장 “경쟁사가 저희 회사정보를 빼가는 것 같습니다!”


말을 뱉고 뒷말을 잇지 않는 부장.

입을 벌린채로 굳어버린 다름.


손에 닿은 결재판을 슬슬 쥐는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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