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아재 바라아재 20화

20화 - 소용돌이

by 시드니


“서창일씨 자리 어딥니까?”

박스부대 맨 앞에 서있는 한명이 외쳤다.


다들 고개를 숙이고 눈을 피하는 사이,

영업1부 이세나는 검사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빛에 압도된 세나는 조용히 손가락으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세나를 한번 노려보고 오른쪽으로 향하는 검사무리들.


영업본부장실 문을 거세게 연다.


영본 “뭐야? 당신들”

검사 “동부지검에서 나왔습니다. 서창일씨 되시죠?”

영본 “뭐? 무슨소리야?”


검사가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낸다.


검사 “체포영장입니다. 협조해주시죠.”


검사가 영장을 펼쳐드는 순간, 뒤에 서있던 검은양복 신사들이 영업본부장 양팔을 잡는다.


그때 뒤쫓아 들어온 영업1부, 영업2부장들.


영업부장들 “대체 이게 무슨 짓들입니까?”

영본 “뭐? 영장? 내가 뭘 했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영본. 온몸을 비틀며 저항한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검사가 조용히 외친다.


검사 “하청업체로부터 뇌물,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입니다. 게다가...”


영업본부장실 앞에 몰려있는 사람들.

나이어린 여직원들도 그 모습을 보고 있다.


검사 “불법 성매매까지.”



*



손에 수갑을 차고 사무실을 나가는 영업본부장. 그 모습을 허탈하게 보고 있는 마케팅본부, 영업본부 사람들.


다름과 부서 아재들도 그 모습을 보고 있다.


김과장 “이게 무슨 일이야?”

변과장 “그러게. 뭔일이냐.”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사람들.


심대리 “그런데, 나 검사 처음봤어.”

최대리 “나도나도. 완전 잘생겼네. 박보검 닮았다.”

심대리 “맞다맞다! 박보검 닮았다.”

최대리 “남대리, 검사 봤어? 박보...”


문을 닫고 사무실을 나가려던 박보검 닮은 검사가 다시 뒤돌아 온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있는데, 그가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검사 “수사협조를 위해 진술 가능한 분 계십니까?”


검사의 눈을 피하는 사람들. 괜히 잘 못 증언했다가 회사생활이 피곤해질 수 있다.


그때, 영업부장들이 손을 든다.


영업1부장 “제가, 가겠습니다.”


그의 충심에 조용히 탄복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 모습을 순순히 볼수 없는 한 사람.


전미영 “아니요. 얘네들 데려가세요.”


지난번 회식에 늦게까지 남아있었던 여직원들을 가리키는 전부장.


가리킴을 당한 소녀들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영업1부장 “뭐야 당신? 내가 간다니까.”

전미영 “가서 무슨말 할건데? 영업본부장 알리바이라도 대주게?”


서로 쏘아보며 기싸움을 하는 두 부장.

검사는 잠시 당황한 모습이다.


영업1부장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전미영 “뭘 보자보자해. 쟤네는 최소한 거짓말은 안해!”

검사 “그럼 모두 모셔가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전부장을 한번 쏘아보고 옷을 챙겨입는 영업1부장.


종종걸음으로 검사뒤를 쫓아가는 세나와 어린 여직원들.


사무실 문이 드디어 닫히나 싶었는데, 공간을 가르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린다.


전미영 “아! 그리고 이사람 데려가세요.”


전미영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는

공민우가 있었다.



*



“부장님, 너무하시는거 아니에요?”


얼굴이 달아오르는 다름. 여러 가지로 화가 나있다.


남다름 “저 어린애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지금 검찰에 보내신거에요?”

전미영 “현장을 가장 정확하게 본 애들이야. 쟤네보다 더 정확하게 증언할 사람이 있니?”

남다름 “그래도 그렇지. 차라리 부장님이 가시지 그러셨어요.”

전미영 “남자부장이 가는데, 여자부장이 가면 정치싸움처럼 보이잖아. 그럼 본질을 흐리는거야.”


한때 동경했던 전부장이었는데 다름은 그녀에게 여러모로 실망중이다.


아직 입사한지 1,2년밖에 안된 애들을 저런곳에 내몰다니.


전미영 “내가 살아보니, 어릴 때 강렬한 경험이 사람을 성숙하게 하더라고. 저정도는 양반이야.”


다름은 거의 처음으로 전미영의 눈을 똑바로 봤다.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두 사람.


몇초간 정적이 흐르다가 전미영 부장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전미영 “그런데, 남다름. 나 너에게 아주 실망했다?”

남다름 “네?”

전미영 “너... 다 알고 있었지?”

남다름 “네?”

전미영 “공민우.”


‘공민우’를 부른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다름의 눈빛은 흔들렸다.



*


저녁 7시 59분. 세하그룹 건물 1층.


퇴근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로비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전광판에 뉴스가 시작하는 알림이 뜨고 모두의 시선이 향한다.


“세하그룹 임원이 100억 원에 달하는 자금 횡령으로 오늘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세하그룹의 자회사인 세하웰니스 영업본부장은 주도적으로 하청업체에 뇌물을 요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하청업체와 손을 잡고 회사자금을 횡령했습니다.”


허탈한 표정으로 이를 보고 있는 사람들.

하지만 그 다음뉴스가 사람들을 더 놀라게 했다.


“해당 본부장은 아주 교묘한 수법으로 회사돈을 횡령했습니다. 회사정보에 접근가능하고 보고서 작성능력이 뛰어한 한 직원을 매수해서 자료를 작성하게 한뒤, 이를 하청업체에 보내고 하청업체는 마치 자신들이 컨설팅을 한것처럼 자료를 꾸며서 다시 회사에 보냅니다. 이에 대한 대가로 해당직원은 약 10억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로비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직원1 “뭐? 저런 식으로 한거야?”

직원2 “저게 누구야?”

직원3 “아유, 왜이렇게 정보가 늦어. 공민우 잖아.”

직원2 “공민우? 그 잘나가는 공민우가?”

직원3 “응응. 애들 유학자금이 많이 필요했대.”

직원1 “대박. 완전 의외다.”

직원3 “그러게. 그냥 착하게 다녔으면 사장은 했을 놈인데.”


혀를 쯧쯧차는 직원들.

구석에서 뉴스를 보고 있는 다름.


다름은 알고 있었다.

인테그럴에서 보고서를 처음 받은 날부터.


보고서의 형식과 문장을 다듬는 모양새가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너무 비슷했다.


결정적으로, 주말에 회사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공민우를 보고 말았다.


다름이 의뢰한 내용을 열심히 보고서로 쓰고 있던 그.


하지만 다름은 공민우를 고발할 생각은 없었다.


영업본부장과 인테그럴만 사라지면 그도 정신을 차릴줄 알았다.


그런데, 다름만큼 눈썰미가 좋은 한 여자.

그녀는 생각이 달랐다.


“배신을 당했으면 응징해야지.”

전미영의 목소리가 다름의 귓가에 맴돌았다.



*



다음날 아침, 마케팅본부장실이 북적거린다.


그동안 마케팅본부장을 등한시 했던 사람들이 권력이 이동함을 느끼고 다시 손과 발을 비비기 시작했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때는 모른척하다가 이제야 나타난 사람들.


남다름 “참나. 이제와서 친한척하다니.”

최대리 “갑자기 사람들 왜이렇게 많은거야?”

심대리 “오늘 본부장님 생일아냐?”


태어나면서 눈치는 엄마뱃속에 남기고 나온 아재들.


실없는 농담에 어이가 없다가도 차라리 이런 순수한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도 쉽지 않는 경험이란 생각이 든다.


“마케팅 인사이트부 들어오랍니다.”

마케팅본부 비서가 다름의 부서를 불렀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본부장실로 들어가는 사람들.



*



마케팅본부장 앞에 다름과 부서 아재들이 앉아있다.


“콜록콜록”

본부장이 헛기침을 하자 재빠르게 밖에 나가 물을 가져오려하는 심대리.


마본 “아니야. 앉아. 앉아.”


양복자켓 단추를 풀고 편안하게 앉아 있는 마케팅본부장.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마본 “내가 이상한 소문을 들었는데 말이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본부장만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


마본 “남다름이가 영업으로 옮기고 싶다고 했다던데?”


다름을 쳐다보는 아재들.

눈빛에는 배신감, 실망감, 허탈감이 가득하다.


남다름 “제...제가요?”

마본 “응. 영업본부 사람들이 그러던데?”

남다름 “아... 그건 오해입니다. 전 신제품 개발중입니다. 갈 이유가 없습니다.”


표정이 밝아지는 아재들.


마본 “그럼 계속 남는건가?”

남다름 “네.”


아재들을 한번 둘러보고 다시 한번 대답하는 다름.


남다름 “저는, 저희 부서가 좋습니다. 좀 아재스럽지만.”


“하하하하”

환하게 웃는 아재와 마케팅본부장.

그때, 본부장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비서 “본부장님, 신임 사장님 오십니다.”


급하게 양복단추를 채우는 마케팅본부장.

신임사장 부임된다는 소식을 처음듣는 사람들.


마부장 “사장님이요?”

김과장 “누구신데요?”

마본 “김세하 회장 막내 아들이야.”

마부장 “이름이 뭔데요?”

마본 “이름이 뭐더라. 스페인에서 유학했다고 했는데. 아, 저기 오신다.”


사무실 문이 열리고, 반짝이는 코발트색 구두가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손목에 보이는 비싼 시계, 셔츠에 새겨진 서명, 빛나는 피부.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한 사람.


그 사람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얼굴이 사색이 되는 한 여자, 다름이다.


마본 “안녕하십니까. 마케팅본부장 황석용입니다.”

사장 “안녕하십니까. 저는...”


다름과 사장님의 눈이 마주쳤다.

넋이 나간 듯 입을 벌리고 그를 바라보고 있는 다름.


사장 “제 이름은 김민규입니다. 잘부탁 드립니다.”



*



“헉헉헉”

회사 바깥으로 나온 다름.


민규를 보고 놀란가슴을 달래기 위해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눈앞에는 쌩쌩 달리는 차들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정신없는 도시풍경 속에서 같이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다름.


남다름 “뭐야. 민규씨가 회장님 아들?”


배신감, 실망감, 허탈감보다 더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동안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그녀에게 거짓말을 해온 민규. 대체 왜...

그때, 누군가 다름의 옷깃을 강하게 쥐었다.


한아름이었다.


얼굴에는 멍이 가득 들어있고 팔에는 핏자국이 보였다.


남다름 “아름아! 이게 무슨 일이야. 방탄콘서트도 안오고. 어제는 왜 연차...”

한아름 “언니. 살려줘. 동엽씨가 날 죽일 것같애.”

남다름 “뭐? 누가 뭘 어째?”


다름에게 매달리는 아름의 뒤에 보이는 검은 그림자.

갑자기 아름의 머리카락을 휘어잡는다.


아름남친 “야, 너가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

한아름 “아악! 언니. 살려줘.”

남다름 “뭐하시는 거에요! 경찰 부를거에요!”

아름남친 “뭐 경찰? 어디 불러봐.”


다름에게 매섭게 다가오는 아름의 남자친구.

다름의 뒤에는 영동대로 10차선 도로.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다.

“퍽”


갑자기 쓰러지는 아름의 남친. 다름의 시야에 들어온 건 잔뜩 화가 난 채로 아름의 남자친구를 후려친 민규였다.


민규 “선배님 괜찮아요?”


다름의 안위를 살피는 민규.


쓰러진 채로 입가를 슥 닦더니 눈이 풀린 채로 민규와 다름에게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매섭게 달려와 다름을 차도로 밀어버린다.


“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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