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아재 바라아재 19화

19화 - 매치포인트

by 시드니


회사 로비 안 카페.

다름이 소파에 기대 누워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한건 입사이래 처음이었다.

아닌척 했지만 다름은 심히 떨렸었다.


“후우...”

“남대리님!”


한숨을 쉬고 있는 다름은 코를 찌르는 담배냄새를 느꼈다.

그녀의 눈앞에는 셔츠단추를 5개정도 풀어헤친 인테그럴 구대표가 있었다.


구대표 “남대리님, 여기서 뭐하세요.”


갑자기 친절해진 구대표. ‘어린년’하며 다름에게 으름장을 놓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그의 손에 가득 들려있는 쇼핑백들.


남다름 “아, 안녕하세요.”


자세를 고쳐않는 다름. 차분하게 이 사람을 대해야한다.


구대표 “혹시 누이똥 신상품 보셨나요? 이번에 저희 거래하는 업체에서 현물이 들어왔는데 남대리님이 딱 매시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다름은 속으로 웃었다.

강한사람에게 약하고, 약한사람에게 강한자.


너무 많이 봐왔기에 갑자기 변한 태도에 당황하지 않았다.


남다름 “저 그런 가방 별로 안좋아합니다.”

구대표 “에이. 누이똥 싫어하는 여자가 어디있습니까. 그러지 마시고...”

남다름 “아니에요. 다른데 알아보세요.”

구대표 “아이고. 받으세요~~”


다름의 품에 쇼핑백을 밀어넣는 구대표.

기를 쓰고 안받으려는 다름.


구대표 “받으세요 쫌!!”

남다름 “안받아요!!!”


거의 싸움으로 가기 직전, 구대표가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다.


구대표 “누이똥 정말 안좋아하시는거에요? 다른걸로 드릴까요?”

남다름 “아니에요. 전 정말 괜찮아요.”

구대표 “왜 안좋아하는 거에요!!”


소리를 지르는 구대표.

다름도 응수했다.


남다름 “젖병이 안 들어가잖아요!!!!”


순간 굳어버린 구대표.

식식대는 다름.

머리를 정리하고 차분이 말하는 다름.


남다름 “그런 가방에 아기과자, 젖병, 기저귀가 다 들어갈까요? 저에게는 세상 쓸모없는 가방입니다.”


다름을 멍하니 보고만 있는 구대표.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는 다름.

뒤돌아 걸어가다 휙 돌아선다.


남다름 “대행사 신규입찰 때 봅시다.”



*



“부르셨습니까.”


영업본부장실로 들어간건 전미영 부장이었다.


남직원만 사람취급하는 영본에게 불림당해 의아한 전부장.

영본 “다른 부장들은 입에 발린소리만 하니까, 전부장 불렀어. 괜찮나?”

전미영 “네. 괜찮습니다.”

영본 “지금 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알지?”

전미영 “뭐 모른다고 할수 없죠.”

영본 “그래.”


깊은 숨을 한번 쉬고 입을 떼는 영본.


영본 “거기 인테그럴. 대표가 내 친구야.”

전미영 “압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영본 “그 친구 이 회사 아니면 먹고 살기 힘들다고. 좀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나? 자네 경험 많잖아.”

전미영 “제가 뭘 어떻게 할까요. 사장님이 오늘 허락하셨는데.”

영본 “영업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없나? 갑을관계에서 갑자기 계약을 취소하면 공정거래법에 저촉된다든지.”

전미영 “푸하하하하하.”


전미영 부장은 웃음이 터져버렸다.

거의 눈물을 흘려가며 꺼이꺼이 웃는 전부장.


영본 “뭐가 그렇게 재밌어?”

전미영 “아니, 본부장님이 공정거래법이라는 단어를 쓰시는 게 너무 재밌어서요.”

영본 “왜, 나는 쓰면 안되나?”


영업본부장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전부장도 눈물을 닦고 자세를 고친다.


전미영 “안되는 건 아니지만 적절하진 않죠.”

영본 “무슨 의미지?”

전미영 “무슨 의미인지는 본부장님 스스로 잘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전미영을 보던 눈이 점점 경멸스럽게 변한다.

살짝 미소짓는 영업본부장.


영본 “아, 저쪽편이다 이건가?”

전미영 “그렇게 생각되시나요?”

영본 “됐어. 나가봐. 영업1부장 들어오라 그래.”

전미영 “네.”


답답한지 창문을 열고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려는 영업본부장.


그때, 거센바람이 본부장실안에 새어 들어오고, 흔들리는 바람에 전미영 부장의 목에 있던 스카프가 영업본부장 발 앞에 떨어진다.


담배를 들고 있던 손으로 스카프를 줍는 영업본부장.


영본 “이 스카프, 좋아하나봐? 자주 매네.”

전부장 “좀 차원이 다른 거라서요.”

영본 “뭔데?”


담배 불을 붙이려다 말고 물어보는 영업본부장.


전미영 “윗분이 선물해주신 겁니다. 아랫사람이 갖다 바친게 아니고요.”



*



인테그럴 구대표와 헤어지고 사무실로 올라가려는 다름.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케팅본부장과 마주친다.


어색한 목례를 나누고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두사람.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다름이 서있는 곳 기준으로 대각선 끝에 서는 마케팅본부장.


이런 사람이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다.


어색한 기류가 감도는 사이, 마본이 정적을 깬다.


마본 “푸치코리아라고 알아?”

남다름 “푸치요? 엄청 유명하잖아요. 가방예쁜걸로.”

마본 “그래? 유명한거야?”

남다름 “네. 디자이너 교체된 뒤로 나오는 신상마다 완판이잖아요. 왜 물어보세요?”

마본 “큰딸이 이번에 취업했는데, 나는 도통 무슨회사인지 몰라서 말이야.”

남다름 “오! 축하드려요!”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치는 다름.

희미하게 웃어보이는 마본.


마본 “자네 발표 듣고 생각이 하나 났는데 말이야.”

남다름 “뭔데요?”

마본 “만약에 회사를 나가게 되면, 딸 뒷바라지를 할 생각이야.”

남다름 “그런 말씀 마세요.”

마본 “아니야. 정말이야. 내가 20년 넘게 일한다고 제대로 뭘 해준게 없어. 회사에 매일 데려다주고 시집가면 손주도 봐주고 그럴거야.”


‘손주를 봐준다’는 소리에 울컥한 다름.

매일 다름의 집에서 민준을 돌보는 엄마.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가장 희생하는 사람이다.


가끔 엄마를 보면 확 늙어보며 슬퍼진다.

엄마도 딸 뒷바라지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겠지.

새삼 엄마에게 더 고마워지는 다름.


마본 “희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아니겠는가?”

남다름 “그건 그렇지만...”


가족을 위해 사시겠다는 분에게 어떤 말도 할수 없었다.


마본 “그런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은거야?”

남다름 “어떤 거요?”

마본 “효모에 깨성분을 넣은 여성제품.”

남다름 “아. 네.”



다름은 자신의 발표를 떠올렸다.


남다름 “우리가 평소에 먹는 음식중에 가장 많은 ‘희생’을 하는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깨’입니다. 모든 음식의 고명으로 올라가는 깨는 메인요리의 데코레이션으로, 때론 풍미를 위해 쓰입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 없죠.


그런데 ‘깨’에 어떤 효능이 있는지 아시나요? 바로 피로개선과 피부미용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음식으로 ‘깨’를 섭취해서는 효능을 볼수 없습니다. 깨 안에 있는 ‘세사미’라는 성분을 별도로 추출해서 고농축으로 섭취해야합니다. 몇 개월간 조사해본 결과 세하그룹 R&D가 이 제품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본 “참신했어. 공감도 많이 되고.”


다름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밀어 보이는 본부장.


남다름 “아닙니다.”


“띵”

담소를 나누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다름은 사무실로 돌아가다 잠시 멈춰 뒤돌아선다.


남다름 “본부장님이 꼭 이 프로젝트 리더를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웃으면서 고개를 젓는 마본.


마본 “여직원 한명이 고소했더라.”

남다름 “네?”

마본 “이제 다 끝났다.”


놀란 표정의 다름과 마케팅본부장 사이에 움직이는 건 엘리베이터 문 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서 희미하게 사라지는 마본의 모습.



*



세하그룹 옥상정원.

민규와 다름이 나란히 벤치에 않아있다.


남다름 “그래서 어떻게 됐어?”

김민규 “검찰에 송치는 됐는데, 그 사람이 회사내부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서 고소취하했다고 합니다.”

남다름 “뭐? 정의가 죽었네.”

김민규 “그러니까요. 회사돈을 어마어마하게 횡령했는데도.”

남다름 “미안해. 민규씨.”

김민규 “뭐가요?”

남다름 “괜히 내가 부탁해서. 때묻지 않는 신입사원한테 이런거나 시키고.”


피식웃다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짓는 민규.

손에 쥐고 있던 콜라캔을 세게 쥔다.


김민규 “세하웰니스 서창일 영업본부장.”


다름은 눈이 번쩍 뜨였다.

그 사람을 민규가 알고 있을 줄이야.


남다름 “어떻게 알아?”


진지하던 표정을 풀고 미소짓는 민규.


김민규 “그룹 감사실에서 이미 조사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홍보실 선배한테 들었어요.”

남다름 “그래? 뭐가 걸린 게 있나봐?”

김민규 “영업본부장 계속 추적중이랍니다. 정보도 계속 들어오고 있고요.”

남다름 “내부 고발자가 있다는 건가?”

김민규 “그런가봐요. 비록 차명계좌지만 여러 계좌에 세하그룹과 하청이름으로 거금이 입금되었고 그 돈이 영업본부장에게 흘러간 정황도 찾아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다름 “그런데?”

김민규 “지금 그룹 사정이 좋지 않아서 검찰에 고발할지 안할지 고민 중인 것 같아요.”


민규의 말을 듣고 다름은 회사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 잠시 생각했다.

떠오르는 한 사람.


남다름 “아... 회장님. 회장님 아프시지.”


고개를 끄덕이는 김민규.

눈시울이 조금 붉어진 듯 하다.


“그런데 말이야.”

다름을 바라보는 민규.


남다름 “회장님이 이런 사실을 아셨으면 어떻게 하셨을까?”

김민규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남다름 “회장님이라면 과연 내부적으로 끝냈을까. 회사돈을 막쓰는 사람을.”



*



서울 올림픽공원 경기장 앞.

응원봉을 들고 있는 많은 사람들 앞에 다름이 서있다.


“방탄소년단 콘서트”

아름이 초대해줘서 오게된 콘서트.

간만에 저녁육아에서 해방되어 행복한 다름.


“띠링”

남다름 “아름인가?”


핸드폰을 다름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민준이 우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보낸 남편.

‘여보. 민준이 너무 울어. 빨리와.’


항상 이런식이다.


다름이 회식을 가거나 놀러나가면 민준이 우는 사진을 보내서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씻기고 재워. 몰라. 당신이 알아서해!’

날선 문자를 날리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버리는 다름.

공연시간이 다가오고 사람들이 하나둘 입장한다.

아름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고.


남다름 “왜 이렇게 안오지?”


아름에게 전화를 거는 다름.


콘서트장 안에서는 함성소리가 들린다.



*



아침, 출근길.


하품을 하며 회사 건물로 들어서는 다름.

다름에게 인사하는 동기 차경우.


차경우 “다름 안녕!”

남다름 “안녕.”

차경우 “으악! 뭐야. 너 맞았어?”

남다름 “무슨소리야?”

차경우 “눈탱이가 밤탱이야!!”

남다름 “뭐?”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서 보는 다름.


거울안에는 다크서클이 입술까지 내려온 한 30대 여자가 있다.


남다름 “아이씨. 다크서클이야. 이 경우없는 차경우야.”

차경우 “다크서클 맞아? 내가 112에 신고해줘?”


다름은 자신을 놀리는 경우에게 가방을 휘둘렀다.


가방에 스친 후 헐리우드 액션을 하며 아파하는 경우.


그때, 투닥거리는 두 사람 시야에 파란박스를 들고 있는 검은 사람들이 보인다.

남다름 “저게 뭐야?”

차 경우 “뭐지? 검.... 검찰?”


검찰이었다.


검사와 그 무리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세하웰니스 마케팅본부, 영업본부가 있는 17층으로 올라갔다.


사무실 문을 확 여는 검사와 그 무리들.

왼쪽은 마케팅본부장.

오른쪽은 영업본부장.

과연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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