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아재 바라아재 17화

17화 - 동점

by 시드니

“이딴 식으로 할거야!!!!!!!!”

영업본부 전체회의 시간.

분위기가 살벌하다.


과장1 “오늘따라 왜 저래?”

과장2 “소문 못 들었어?”

과장3 “영본, 접대리스트를 누가 찔렀대.”

과장1 “진짜? 누가?”

과장3 “모르지. 사진까지 같이 있다는 걸 보니 주변 측근인거 같아.”


저 멀리 차분하게 보고서를 훑어보고 있는 전미영 부장.



*



“그럼 안녕히 가세요.”

회의실에서 거래처와 인사를 나누는 다름.


반대쪽에서 문이 ‘쾅’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씩씩대며 걸어가는 영업본부장과 그를 쫓아가는 영업1,2부장들이 보인다.


굳은 표정으로 나오는 영업본부 사람들.

그 사이에 섞여 나오는 세나가 보인다.



*



세하그룹 1층 로비 카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앞에두고 있는 세나와 다름.


이세나 “분위기 너무 이상해요 요즘.”

남다름 “그러게. 아까 분위기 보니 숨도 못 쉬겠어.”

이세나 “마케팅쪽도 그렇죠?”

남다름 “응. 여기도 안좋지.”


“여기서들 뭐하시나?”

갑자기 등장한 차 경우.

앉자마자 다름의 커피를 뺏어먹는다.


차경우 “1대 1일이지뭐.”

남다름 “무슨 말이야?”


차경우는 주변을 살핀뒤 조용히 다름에게 다가왔다.

덩달아 따라오는 세나를 약간 피하는 경우.


차경우 “안테나 좀 바짝 세워봐. 영본이랑 마본 둘 다 이번에 사장 후보였다고. 서로 경쟁하다가 결국 도덕성을 건든거야.”

남다름 “영본이 사장후보였다고? 회사가 망하나.”

차경우 “좀 끝까지 들어봐. 영본은 평소 여직원들에게 상냥한 마본의 성격을 이용했고, 마본은 영업본부가 업체관리하는 관행, 즉 접대를 이용해서 서로 공격 한거야.”

이세나 “그런거에요? 대박... 무섭다 회사...”


예상은 했지만 결국 이런거였다.


회사 내 정치 때문에 마본과 영본은 둘다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


남다름 “그런데, 마본은 실제로 성추행을 한건 아니잖아?”

차경우 “지금 하고 안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야. 어느 쪽이 더 타격이 클지만 고려하는 거지.”

남다름 “누가 더 타격이 큰데?”

차경우 “지금 스코어는 비슷해.”


한숨이 나오는 다름.


남다름 “그런데, 너 이런거 왜 알려줘?”

이세나 “또 의심받을까봐?”


본인이 먼저 뱉어놓고 놀란 세나.

그런 세나를 보고 웃음이 터진 다름.


차경우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나는 정보를 공유하면서 기쁨을 느끼는 그런 사람이야.”

남다름 “니가? 말도 안되는 소리하네. 어쨌든 차경우랑 영본은 무관하다? 오케이!”


민망한지 피식 웃는 차경우.

그때, 종종 걸음으로 뛰어가는 익숙한 실루엣이 보인다.


인테그럴 구대표.

그래, 지금은 머리보단 발이 움직여야할 때다.



*



사무실로 올라간 다름.

공민우가 또 전부장에게 혼나고 있다.


전미영 “내가 이렇게 쓰지 말랬지? 정신을 어디에 팔고 다니는거야?”

공민우 “여기서 더 어떻게 ... 고쳐야하는지...

전미영 “다시 해와요!”

공민우 “.....”


보고서를 바닥에 던져버리는 전부장.

자리에 앉아 화를 식히고 있는 공민우.


다름은 민우선배가 요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


남다름 “어떻게 말을 해야하나...”



*



‘여성건강식품 개발안’


마케팅본부장에게 보고할 보고서를 들고 외근을 나가는 다름.


신제품 개발 관련해서 브랜드 개발을 도와줄 업체를 만나러 가고 있다.


택시를 잡아타고 업체가 있는 합정으로 향하는 다름.


펜을 들어 보고서에 체크하며 회의내용을 정리하고 있는데 차안에 뉴스가 흐른다.


“국내 최대 유통업체 팡팡 직원이 하청업체에 뇌물을 받은 정황이 포착되어 면직처리되고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택시기사 “쯧쯧. 간도 큰놈이네. 그쵸?”

남다름 “그러네요.”


뉴스가 계속 흐른다.


“미국, 유럽에서 시작된 미투운동이 한국에도 상륙했습니다. 어제 J방송국에서는 유력 정치인의 성추행에 대해 폭로하며 미투운동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택시기사 “미친놈들. 딸같은 애들한테.”

남다름 “에휴. 그러네요. 진짜.”


다름은 잠시 멈칫했다. 방금 흐른 뉴스는 횡령과 성폭행.


그 두가지중에 다름의 감정을 흔든 것은 단연 후자였다.


영업본부장과 마케팅본부장이 1:1 동점 상황이라면, 확실히 마케팅본부장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영업에서 업체를 만나 접대를 받는건 관행이다.


다름도 영업에 있을 때 많이 그랬었고, 생각보다 접대에 대해 회사가 관대할수도 있다.


반대로, 성희롱이나 성추행은 범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다.


중요한건, 마케팅본부장은 실제로 범행을 저지르지도 않았다.


마케팅본부장 같은 사람이 떠나고 영업본부장 같은 사람이 남는다면...


그러면 다름의 회사생활이 불행할 것 같다.


그를 도와줄 방법이 없는지 골똘히 생각하는 다름.


“회장님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닙니다.”

세하그룹 회장님 사건처럼 ‘증언’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때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다름.



*



“그럼 안녕히 계세요. 다음주 목요일까지 자료 보내주시고요.”


브랜드 개발 업체와 미팅을 마치고 어디론가 뛰어가는 다름.


꽃집이다. 그룹사회장인 김세하에게 전달해줄 꽃을 주문하러 왔다.


다름 “화려한 색으로 구성해주세요.”

꽃집주인 “편지 쓰실래요?”


다름은 잠시 망설였다. 편지...

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르니.


다름 “네. 주세요.”


편지를 써서 꽃다발에 꽂아넣는 다름.


꽃집주인 “배달 마치고 문자드릴게요.”

다름 “감사합니다.”



*



사무실로 복귀하는 다름.

화장실 안에서 전미영 부장과 마주친다.


좋아하던 감정이 있었지만 어린 여직원들을 본인대신 오래 회식에 남게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 실망했다.


그래도 여전히 외모와 몸매는 멋진 전미영 부장.


남다름 “아...안녕하세요.”

전미영 “바쁜가봐?”

남다름 “아. 네네. 신제품 개발하는 게 있어요.”

전미영 “뭔데?”

남다름 “아.. 아직 미완성이라 나중에.. 앗.”


다름의 손에 들려있던 파일을 뺏어드는 전미영.

보고서를 찬찬히 읽어본다.


전미영 “여성건강식품 개발이라... 이거 나 좀 읽어봐도 되니?”

남다름 “아...네... 그런데 아직 미완성이라...”

전미영 “완성, 미완성이 중요한건 아니라서.”


전미영은 안하무인 기질이 있다.


그래서 내부에도 외부에도 적이 많은 편.

다름은 그동안 그녀의 팬이었는데 조금씩 실망 중이다.



*



사무실로 복귀한 다름.

부서 아재들과 잠시 담소를 나누다 다시 책상에 앉았다.


‘여성건강식품 개발안’


다름은 마케팅본부장이 내준 숙제를 잘 끝내는게 그를 도와주는 일이라 결론 내렸다.


제품이 잘 출시되고 안착되면 실적이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물론 그 전에 또 다른 위협을 받을 수도 있지만.


“마윤식 어딨어!!!”


사무실을 찢을 것 같은 굉음이 들렸다.


멀리서 인사이트부로 뛰어오는 한 중년여성.

인사이트부 부장을 보자마다 달려든다.


마부장 “여보~!!! 으악!”


“사모님이세요?”


사모님 “인간아. 잘 알지도 못하는 비트코인에 왜 투자해서 돈을 날려먹어! 너랑 나랑 그냥 오늘 여기서 죽자 죽어~~~~”


마부장 “여보. 잘못했어~~~~~~”


부장님보다 풍채가 훨씬 좋은 사모님에게 질질 끌려나가는 부장.


커플을 바라보는 부서 사람들은 넋이 나가있다.


변과장 “부장님. 비트코인 하셨나봐.”

최대리 “요즘 완전 끝물인데.”

김과장 “돈이 어디서 나신거야 대체.”

최대리 “출장비 받는 계좌 따로 있으시잖아요.”


“따르르르릉”

다름의 책상에서 전화벨이 울린다.


남다름 “네. 남다름입니다.”

어떤사람 “어이. 왜 돈 안보내?”


다짜고짜 돈을 보내라는 정체불명의 목소리.

잘못 걸린 전화라 생각한 다름.


남다름 “잘못 거신거 같은데...”

어떤사람 “남다름 아녜요? 나 구대표야!”


표정이 일그러지는 다름.

엉터리 자료를 보내놓고 돈이나 내놓으라니.


남다름 “오늘 지출일이 아닌데요.”

구대표 “그런게 어딨어! 보내!”

남다름 “오늘 못보냅니다.”

구대표 “뭐? 이게 미쳤어?”


막나가는 구대표.

다름의 얼굴이 뜨거워진다.


남다름 “미치지 않았고요. 오늘 못보냅니다.”

구대표 “어린년이 까불더니. 너 기다려. 내가 가만 안둔다.”


전화를 끊는 구대표. 다름은 머리가 아파왔다.

이런 인간을 상종해야 한다는 게.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 후다닥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공민우 “다름아, 영업본부장이 너 찾는다.”

남다름 “저를요?”


설마 구대표가 영본에게 이른건가.

다름은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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