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 차원이 다른 것
저녁 6시 5분전.
“띠링”
“아아, 이런”
“아, 뭐야.”
영업본부 책상에서 단체알림이 울리고, 사람들이 탄식한다.
“금일 회식입니다.”
단체쪽지를 보자마자, 컴퓨터를 끄고 옷입는 전미영 부장.
전미영 “학원 라이드 해야해서 먼저 갑니다. 회식 잘해요.”
바람을 가르며 사무실을 나서는 전미영 부장.
커피를 마시고 들어오는 다름과 마주친다.
남다름 “부장님, 안녕히가세요.”
전미영 “그래요. 참”
다름의 목에 걸려있는 스카프를 가리키는 전부장.
전미영 “그거. 줘야지.”
깜짝 놀라며 재빨리 스카프를 목에서 푸는 다름.
남다름 “아아, 죄송해요. 여기 있습니다.”
스카프를 풀어서 전부장에게 건네주는 다름.
사연있는 스카프를 빤히 쳐다본다.
엘리베이터에 비친 실루엣에 스카프를 걸치는 전부장.
남다름 “그런데, 무슨 사연이 있는거에요?”
전미영 “무슨?”
남다름 “스카프요. 그때 사연있는 거라고 하셔서.”
전미영 “아아, 이거?”
스카프를 만지작 거리며 잠시 머뭇거리는 전부장.
그런 전부장을 바라보고 있는 다름.
전미영 “이건 좀 차원이 달라.”
*
자신의 부서로 돌아온 다름.
웅성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부서 앞에 IT부서 담당자가 보인다.
IT부담당 “그러니까, PC지킴이를 잘 돌리시라고요.”
김과장 “왜 해야하는데?”
IT부담당 “회사 보안 문제가 있어서 하셔야합니다.”
변과장 “보안은 지금까지 문제 없었잖아?”
IT부담당 “문제가 없던건 아니고 시스템에서 막았던건데, 최근에 사내망으로 해킹하려는 시도가 늘어서 보안프로그램을 깔아놓으시고 수시로 관리하셔야해요.”
심대리 “네네. 그런데 프로그램이 안보이는데요?”
IT부담당 “그럴리가요. 지금 홈피 메인에 떠있는데.”
심대리 “진짜에요. 안나와요.”
IT부담당 “어디, 봐봐요.”
심대리 컴퓨터로 다가가는 IT부서 담당자.
IT부담당 “여기있잖아요. 보안프로그램.”
심대리 “아하, 보완이 아니고 보안이네. 하하하.”
한숨을 깊게 쉬는 IT부 담당자.
조용히 가방을 들고 나가려던 다름과 눈이 마주친다.
IT부 담당 “남대리님! 저 좀 도와주세요.”
*
사무실 엘리베이터 앞.
IT부 담당자와 다름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IT부담당 “에휴. 대리님. 감사해요.”
남다름 “아녜요. 제가 뭘했다고.”
IT부담당 “그냥 말귀를 알아들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남다름 “푸핫. 저희부서가 좀 그렇죠.”
잠시 정적.
다름은 뭔가가 궁금해졌다.
남다름 “그런데, 어떤 나쁜 파일이 있는데요. 그 파일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작성되었다는 걸 알수 있나요?”
IT부담당 “나쁜파일이요?”
남다름 “아, 그니까 예를들면... 회사핵심정보가 유출된 파일이 있는데 그 파일이 알고보니 심대리님 컴퓨터에서 작성된거였다거나...”
IT부담당 “그럴 가능성은 없겠지만.”
남다름 “예시가 좀 부적절했죠.”
키득거리는 두사람.
심대리 컴퓨터에서 그런 파일은 나올수가 없다.
IT부담당 “파일도 신분세탁을 할수 있어요. 완벽하게 흔적을 지웠다면 알기 힘들죠.”
남다름 “그렇군요. 흠...”
IT부담당 “그런데 제 경험상 흔적을 지워도 흔적은 남더라고요.”
남다름 “흔적을 지웠는데 흔적이 남는다고요?”
IT부담당 “네.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
오후8시 다름의 집.
TV에서는 상어가족 동요가 흐르고 있고 민준이 뚫어져라 보고 있다.
그런 민준을 바라보며 허겁지겁 저녁을 먹고 있는 다름.
“카톡”
세나에게 카톡이 온다.
이세나 “선배님. 대박. 이것 봐봐요.”
사진에는 노래방에서 어지럽게 노는 남자들이 보인다.
노래방 도우미로 보이는 여자들 사이로 영업본부장과 인테그럴 구대표가 보인다.
남다름 “뭐야. 2차 따라간거야?”
세나가 보내온 사진 중에는 눈뜨고 보기 힘든 장면도 많다.
남자들의 손이 여자도우미들의 민감한 부분에 놓여있었다.
남다름 “이게 뭐야?”
이세나 “선배님 진짜 보고있기 힘들어요.”
남다름 “그런데 왜 따라갔어? 보통 1차만하고 가잖아.”
이세나 “전미영 부장님이 부탁하더라고요. 미안하지만 오늘은 꼭 끝까지 남아있으라고.”
전미영부장? 아까 다름이 퇴근하면서 마주쳤을 때 본인은 퇴근하는 것 같았다.
본인은 퇴근하면서 어린 여직원들은 회식자리에 밀어 넣었다는 사실에 실망감과 분노가 끓어오르는 다름.
남다름 “그냥 나와. 더 흉한 꼴 보기 전에.”
이세나 “그러긴 어려울 것 같아요.”
남다름 “왜.”
이세나 “방금 전미영부장님 오셨어요.”
*
노래방 안, 여전히 영업본부장과 영업부장들, 구대표가 어울려 놀고 있다.
한바탕 놀음이 끝나고 3차로 향하는 사람들.
무리를 따라가던 전미영 부장이 세나를 포함한 영업본부 여직원들에게 다가간다.
전미영 “늦었으니 다들 들어가.”
이세나 “부장님은요?”
전미영 “나는 좀 놀아드리다가 들어갈게.”
이세나 “네.”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세나를 불러세우는 전미영부장.
전미영 “참, 세나씨.”
이세나 “네. 부장님.”
전미영 “고마워. 남아줘서.”
이세나 “아, 아녜요. 혼자 남아있기 뭐해서 남아준 여직원분들에게 더 고맙죠.”
전미영 “그러니까, 더 고마워.”
*
다름의 집.
세나가 걱정되는 다름.
오늘따라 예감이 좋지 않다.
그때 핸드폰이 울린다.
남다름 “세나야! 괜찮니?”
이세나 “선배님. 괜찮아요.”
남다름 “이상한일 당한건 아니지?”
이세나 “네네.”
남다름 “애만 아니었음 같이 있어주는건데 마음이 안좋다.”
이세나 “아녜요. 저도 이제 어린애가 아니니.”
한없이 아기같은 세나라서 더 걱정이다.
남다름 “그런데, 전부장님은?”
이세나 “전부장님은 3차 가셨어요.”
남다름 “정말? 그분 회식 자체를 잘 안오시는 분인데.”
이세나 “음... 잘은 모르겠지만...”
잠시 뜸을 들이다 조심히 입을 여는 세나.
이세나 “계속 사진을 찍으시는 것 같았어요.”
남다름 “뭐? 사진?”
이세나 “네. 어른들 노는 모습을 굳이...”
*
새벽1시
개포동 어느 오래된 아파트 앞.
전미영 부장이 터벅터벅 집안으로 들어간다.
조심히 들어서니 두딸이 새근새근 자고 있다.
잠시 부엌 주방에 앉아 한숨 돌리는 전부장.
핸드폰을 열어 오늘 찍은 사진을 넘겨본다.
그러다 우연히 창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조금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다 목에 걸린 스카프가 눈에 들어온다.
잠시 과거를 상상하는 전부장.
“생각나서 사왔어.”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전부장.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