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아재 바라아재 15화

15화 - 총 맞은 것 처럼

by 시드니

영업본부장실 앞.

보고서를 들고 많은 사람들이 줄서 있다.

미리 예약하지 못한 다름도 공민우와 함께 서있다.


'대체 이 선배는 무슨 생각인걸까.'

민우의 옆모습을 빤히 보는 다름.

예전에 비해 주름이 많이져보이는 그.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큰소리를 내며 등장하는 한 사내.


보고하려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 본부장 실 안으로 빠르게 들어간다. 앞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웅성인다.


“뭐야. 완전 하이패스네.”

“인테그럴 구대표 잖아.”

“저 사람이 누군데?”

“영업본부장이랑 고등학교 동창인가 그래.”

“우리회사 시장조사는 다 저기에서 하잖아.”


탐탁치않는 표정으로 다름이 중얼거린다.


남다름 “직원보다 저 사람이 먼저다?”

공민우 “구대표. 엄청난 사람이지.”

남다름 “실력은 하나도 없던데.”

공민우 “그래? 왜 그렇게 생각해?”

남다름 “보고서 받아보니 그렇던데요. 그런 엉터리 보고서는 처음 봤어요.”

공민우 “그럴 리가 없는데.”


공민우를 쳐다보는 다름.

‘아차’한 공민우의 표정.


공민우 “전문업체인데. 잘하겠지.”

남다름 “답지않게, 두둔하시네요.”


다름과 민우사이의 어색한 기류.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겨우 영업본부장실 안에 들어가게 된 다름.



*


'타타타타닥...타타타닥....'

영업본부 반대쪽 마케팅본부 전경.

타자기 소리만 겨우 들린다.


마케팅기획부, 마케팅전략부 같은 다른 마케팅부서에는 사람이 없다.


다들 회사정치판에 지각변동을 느껴 열심히 살길을 탐색하고 있다.


이 시기에 본부장이 바뀌게 되면 승진이나 포상에서 불리할 수 있다.


지금 자리를 지키는 건 승진과 포상에서 거리가 먼 마케팅 인사이트부 사람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할 일을 하고 있다.

그때, 인사이트부 앞을 지나가는 전미영부장.


매력적인 여자가 지나가는걸 가만보지 못하는 아저씨들이 전부장을 불러선다.


마부장 “오. 전부장. 어디가?”

전미영 “선배님. 안녕하세요. 마케팅본부장님 좀 뵐려구요.”

마부장 “아... 혹시 소식 못들었어?”


살짝 미소짓는 전미영 부장.


전미영 “알아요.”

마부장 “응응. 그래. 기분 안좋으시니 조심하고.”

전미영 “네.”

김과장 "나오면 잠깐 이야기 좀 하자."


마부장 뒤에있다 대화가 끝나자 끼어드는 김과장.

한번 김과장을 훑어보고 말하는 전부장.


전미영 "그래."



*



마케팅본부장실 안.

창밖을 보며 한숨쉬고 있는 한남자가 있다.


전미영 “본부장님?”

마본 “두고가.”

전미영 “전데요. 전미영.”

마본 “알아. 두고가.”


전부장을 쳐다보지 않는 마케팅본부장.


마본 “신경쓰지말고.”

전미영 “신경이 쓰이는걸 어떡합니까.”

마본 “살다보니 별일이 다 생기는군.”

전미영 “행운이세요.”


그제서야 전미영을 쳐다보는 마케팅본부장.


전미영 “행운이 많으세요. 저같은 부하직원 두셔서.”


마케팅본부장에게 서류 하나를 건네주는 전미영.



*



영업본부장 실에 들어간 다름.

오래 기다려서 그런지 다리가 아프다.


'휙휙'


영본은 책상과 떨어진 곳에서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다. 어찌할바를 모르는 다름과 민우.


“앉아.”


두사람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골프채를 휘휘 거리는 영본. 한창 골프채를 휘두르다 땀이 좀 맺히자 자리에 앉는다.


영본 “그런 연구결과가 있어. 운동을 하고난 사람이 중요한 계약체결이나 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공민우와 남다름.


영본 “이게,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면 더 공격적으로 사람이 변하거든! 난 뭔가 성공에 대한 열망이 있는 것 같아. 어떻게 생각해 남다름?”


갑자기 질문을 받은 다름.


남다름 “어...어.... 멋지십니다.”

영본 “그렇지? 보는눈이 있네. 허허허.”


남자에게 칭찬을 해주면 중간은 간다.

다름의 영혼없는 칭찬에도 들썩이며 거드름을 피우는 영업본부장.


영본 “근데, 무슨일이야?”

공민우 “아, 이번 1분기 계획 관련해서 보고도 드리고 또...”


다름을 흘끗보는 공민우.


공민우 “다름씨를 이제 영업에 데려와야하지 않나해서요.”


괜히 민망한 다름.

그때, 갑자기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는 영본.

다름을 겨누며 위협적인 표정을 짓는다.


영본 “빵”


당황한 다름과 민우.

웃음을 터트리는 영본.


영본 “어? 안죽어? 다시 한번 빵!”


망부석이 된 다름과 눈치를 챈 민우.

공민우 “으으윽...”


움직이지 않는 다름을 툭툭치는 민우.

그런 다름을 보며 불쾌한 표정을 짓는 영본.


영본 “민우야.”

공민우 “네. 본부장님.”

영본 “공민우!!!”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영본.


영본 “앞에 계신 아주머니는 영업본부 올 준비가 안된 것 같다?”

공민우 “그럴리가요. 다름아...”


다름을 툭툭치는 공민우.

모으고 있던 손을 꽉 쥐는 다름.

죽은척을 할지, 안할지 갈등 중이다.

죽은척을 하면 영업본부 복귀,

만약 가만히 있는 다면...


그때 다름의 눈에 전미영 부장의 스카프가 들어왔다. 돌려주는걸 잊지 않으려고 목에 두르고 있었다.


그녀와 화장실에서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그사람이 절 울린 사람이라면요?'

'그럼 처절하게 응징해야지.'


그녀가 말했다.

울린 사람은 응징하라고.


눈을 한번 꼭 감았다가 뜬 다름.


역시, 납득이 안되는건 할수가 없다.


남다름 “재밌으세요?”


놀란 표정의 민우와 더 놀란 영본.


남다름 “세하그룹 사규에 이런 게 있습니다. 직원에 대한 인신공격과 모욕은 현행법에 따른다. 영업본부장님, 저 방금 모욕감이 들었습니다.”


당차게 말하고 있는 다름이지만 몸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다름을 노려보다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 영본.


영본 “음하하하하! 남다름! 맘에 들어!”

남다름 “........”

영본 “당차고 씩씩하구만. 역시 남자새끼들이랑 달라. 여자들은 할 말 다해. 저기 전미영이 봐봐. 아주그냥 보고 들어올 때마다 내 심장을 쫄깃하게 한단 말야.”

공민우 “아...아하하하. 그렇죠?”

영본 "총맞은것처럼~~"


갑자기 백지영의 노래를 부르며 장난감총을 여기저기 휘두르는 영본.


표정관리가 안되는 다름.

사이코를 넘어선 정신병자라는 생각뿐이다.


총쏴버리고 싶은 심경.


영본 “좋아. 영업본부 오고싶으면 와. 그런데 옛날의 영업본부 생각하면 안돼. 해외출장도 가야하고 야근도 빡세게 해야해. 할 수 있지?”


아무대답도 하지 않는 다름.

깁스를 하고 있는 아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



세하그룹 1층 로비.


혼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는 다름.

보고 한번 하고왔는데 왕창 기가 빨렸다.

그때 RCY버금가는 수혈단, 민규가 등장한다.


민규 “선배님! 뭐하세요.”

다름 “아, 민규씨 안녕.”

민규 “힘없어 보이세요.”

다름 “그렇지..”


영업본부장에게 완전히 말렸다.


다름 “그냥 너무 싫은 사람이 있어.”

민규 “선배님도 사람을 싫어하세요?”

다름 “뭐야. 내가 무슨 성인군자야?”

민규 “항상 웃고 계시고 밝으셔서 전혀 생각 못했어요. 어려운 사람도 잘 도와주시고.”

다름 “내가 어려운 사람을 도와줬어? 기억이 안나네.”

민규 “후배들 잘 도와주시잖아요. 하하.”

다름 "커피마실래?"


커피를 사주려고 지갑을 쥐는데, 테이블 위에 올려진 민규의 셔츠에 자수놓여진 이름이 보인다.


다름 “영어이름이 페르난도야? 멋지다.”

민규 “아.. 영어는 아니고 스페인어에요. 스페인에서 유학했거든요.”

다름 “우와. 멋지다. 그러고보니 뭔가 스페인 남자 느낌 나는 것 같네.”

민규 “그런데 선배님이 싫은 사람이 누구에요?”

다름 “음... 지금은 두명이야. 한명은 직원을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 한명은...”


그때 로비를 지나가는 인테그럴 구대표.


다름 “돈 쉽게 버는 사람.”


진지하게 듣던 민규, 갑자기 피식거린다.


다름 "왜? 뭐가 재밌어?"

민규 "선배님... 저한테 말 놓으셨네요."


'아차'한 다름.

나이 어리다고 말놓은 사람을 가장 싫어하는데,

영업본부장이 정신없게 만들어서 그런지 후배를 대하는 원칙도 잊어버렸다.


다름 "아, 미안. 기분 상했다면 미안해요."


손사래를 치는 민규.


민규 "아녜요. 더 친해진거 같아서 좋아요."


쑥스러운듯 머리를 긁적이는 민규의 셔츠에 새겨진 스페인어가 두드러졌다.

'Fernando M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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