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아재 바라아재 22화

22화 - 숨길수 없는

by 시드니


“아름아.”


다름처럼 환자 복을 입고 있는 한아름.

다름을 보고 흠칫 놀랐다가 울먹인다.

온화한 미소로 그녀에게 걸어가는 다름.


남다름 “너 괜찮니?”

한아름 “언니. 미안해.”


다름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리는 아름.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는 다름.



*



“딸깍”

병실 근처 커피자판기 앞.


다름이 커피 두 잔을 뽑아 한잔을 아름에게 건넨다.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두 사람.

커피를 마시며 아름을 흘끗 보는 다름.

그녀가 입을 떼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아름 “전부였는데.”

남다름 “응? 무슨말이야?”

한아름 “그 사람. 내 전부였다고.”


아름이 7년동안 만난 남자친구.

다름을 도로로 밀어버린 그날,

현장에서 체포 되었다.


한아름 “7년을 만났는데. 속속들이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더라. 아니 전혀 모르더라.”

남다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한아름 “한달 전부터 였나.”



*



지난 겨울, 회식을 마치고 어디론가 뛰어가는 한아름. 그 곳에 우두커니 서있는 한남자.


그 남자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달려가 안기는 아름.


한아름 “동엽씨. 너무 축하해. 해낼 줄 알았어.”

임동엽 “고마워. 다 네 덕분이야.”

한아름 “너무 고생 많았어.”


눈이 하나 둘씩 휘날리고.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두 사람.

아름의 손을 잡는 남자친구.


임동엽 “나 수습끝나면 바로 결혼하자.”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한아름.

그녀를 두 팔로 꼭 껴안아 주는 남자.



*



손에 쥐고 있던 종이컵을 두손으로 꽉 쥐는 아름.


한아름 “그렇게 행복한 나날들이었어. 이제 뒷바라지도 다 끝나고 행복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으니까.”


다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그렇게 될 줄 알았으니.


한아름 “그런데. 그 사람이 조금씩 변하는 게 느껴졌어. 술 한잔도 못마시던 사람이 회식을 몇 번 가더니 술맛을 알았나봐. 과음하는 날들이 많아지더라고. 연락도 끊겨버리고.”



*



새벽 2시. 동엽의 집 앞.

아름이 떨며 집앞에 서있다.

전화를 계속 걸고 있는 모습.

그때 멀리서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동엽의 모습이 보인다.

그에게 달려가는 아름.


한아름 “동엽씨!”

임동엽 “어? 아름아.”

한아름 “왜이렇게 연락이 안돼? 걱정했잖아.”

임동엽 “내가 어린애야? 왜 걱정해.”

한아름 “매일매일 밤마다 나 자는거 확인하고 자던 사람이. 연락이 안되니까 큰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잖아!”

임동엽 “화내지마. 나도 힘들다고.”

한아름 “연락은 해야지 그래도!”

임동엽 “닥쳐!”


순간 굳어버린 아름.

지난 7년간 들어본 단어 중 가장 미운 말이었다.


한아름 “안돼겠다. 취했어. 내가 데려다줄게.”

임동엽 “저리 꺼져!”

한아름 “아아악!!”


아름이 잡은 손을 뿌리쳐버리는 동엽.

순간적으로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아름.


다음날 아침.

한참을 생각하다 문자를 보내는 아름.


“헤어지자.”

문자를 보낸 날, 퇴근하고 있는 아름.

아름의 눈 앞에 보이는 동엽.

미안한 표정으로 아름을 바라보고 있다.



*



안쓰러운 표정으로 아름을 바라보고 있는 다름.


한아름 “빌더라. 한번만 봐달라고. 잘못했다고.”

남다름 “술을 먹으니 본성이 나온건가?”

한아름 “그랬나봐. 그때 단호하게 했어야했는데 또 마음이 약해져서...”

남다름 “니 탓이 아니야.”


눈물을 흘리는 아름.

아름을 토닥여주는 다름.


남다름 “방탄소년단 콘서트는 왜 못온거야?”

한아름 “그날, 봉사활동을 갔었어.”



*



“성요셉 고아원”

서울 외곽에 있는 고아원에 온 동엽과 아름.


한아름 “여기가 어디야? 바람쐬자더니.”

임동엽 “내가 20년 넘게 봉사하는 고아원이야. 너한테 창피한 모습을 보여줬으니 내 좋은 모습도 보여주고 싶어서.”

한아름 “20년동안? 동엽씨 대단하다.”


그래, 본성은 착한 사람인데 잠깐 실수한거 겠지.

사람은 실수하니까. 지난 7년간 봐온 선한 모습이 본 모습일거야.

라고, 아름은 생각했다.


임동엽 “원장님 안녕하세요!”


기운차게 인사하며 고아원으로 들어가는 동엽.

그런 동엽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름.


앞치마를 입고 고아원 여기저기를 청소하는 두 사람.

동엽이 페인트칠을 하는 사이, 아름은 바닥을 쓸고 있다.


그때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아름.

고개를 돌려보니 10살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아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남자아이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아름.


임동엽 “아름아, 내가 도와줄까?”

한아름 “어, 동엽씨.”


“으으으으아아악!”

순간, 동엽을 발견한 남자아이가 공포에 떨며 경기를 일으킨다.


한아름 “어머! 왜그러니! 원장님! 여기 누구없어요?”


뛰쳐나온 원장과 고아원 직원들.

경기를 일으키는 남자아이를 안고 실내로 들어간다.

얼핏 보니 남자아이 머리 한쪽이 움푹 패여있다.


한아름 “무슨 일이지? 쟤 아는 애야?”


동엽에게 아이에 대해 묻는 사이, 동엽의 눈빛에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아이를 바라보는 눈에서 경멸, 그리고 살기가 느껴졌다.


임동엽 “간질 환자야. 신경쓰지마.”


“부릉부릉”

서울로 돌아가는 차안.

아무말도 하지 않는 두 사람.


아름은 경기를 일으킨 남자아이보다 동엽의 표정이 더 충격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게 확실해 보였다.


한아름 “동엽씨.”

임동엽 “응?”

한아름 “아까 그 남자애... 아는 애야?”


바로 대답을 하지 않는 동엽.


한아름 “그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네. 무슨일이 있었던거지.”

임동엽 “그냥 간질환자야. 신경쓰지마.”

한아름 “그냥... 간질환자 맞아?”

임동엽 “그럼 뭔데?”

한아름 “누군가한테 상해를 입어서 그렇게 된건 아닌가?”


“끼이이이이이익”

“아아악!”

갑자기 급정거한 동엽.

급정거로 인해 몸이 앞으로 확 쏠린 아름.


한아름 “동엽씨! 왜 그래?”

임동엽 “조용히 좀해.”

한아름 “뭐?”

임동엽 “좀 조용히 좀해!”


맹수가 포효하듯 소리지르는 동엽.

그는 더이상 아름이 알던 사람이 아니었다.

갑자기 아름의 목을 확 잡아끄는 동엽.


임동엽 “너. 한마디만 더해봐.”

한아름 “동엽씨. 왜이래. 무서워.”

임동엽 “입 닥치랬지!”

한아름 “동엽...아아악!”


아름은 섬광이 반짝거림을 느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아름은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고 있었다.

눈 앞에는 살기가 가득한 한 남자가 있었다.


한아름 “설마... 동엽씨가 그런거야?”

아름의 슬픈예감이 현실이 되었다.

한아름 “그 아이를... 동엽씨가.... 아아악!”



*



주먹을 꽉 쥐는 다름.

더 이상 듣는게 힘들었다.

눈물을 쏟아내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아름.


한아름 “그날 바로 동엽씨 집으로 끌려갔어. 그 집에 갇혀서 나올수가 없었어. 그래서 콘서트에 갈수 없었어. 언니. 미안해.”


고개를 돌리는 다름.


남다름 “니가 뭐가 미안해.”

한아름 “핸드폰은 동엽씨가 뺏어가서 외부로 연락할 수가 없었고. 하루가 꼬박 지났나. 옆에서 날 지키던 동엽씨도 약간 느슨해졌어. 다짐했지. 배달음식이 오면 도망가야겠다.”

남다름 “배달원이 온 사이에 도망친거야?”

한아름 “응. 문이 5센치 정도 열리자마자 온힘 다해 동엽씨를 밀어서 밖으로 탈출했어. 달리면서 생각했지. 집으로 갈까, 경찰서로 갈까. 그때 갑자기 이상하게 언니 얼굴이 생각나더라고.”

남다름 “내가?”

한아름 “응. 이상하게 언니가 생각났어. 그래서 무작정 회사로 달렸어. 신기하게도 회사 앞에 언니가 나와있더라. 그런데 동엽씨가 언니한테 그렇게 할줄은 몰랐어. 정말 미안해...”


그래서 그렇게 전속력으로 뛰어오고 있었구나.사랑했던 사람에게 공포감을 느끼며.


한아름 "그 아이는 동엽씨가 중학생때 분노조절을 못해서 길가던 아무아이를 무자비하게 때렸대. 그래서 장애인이 된 애래."

남다름 "말도 안돼. 그땐 왜 처벌이 안된거지?"

한아름 "미성년자였고. 아이는 할머니랑 사는 기초수급자였나봐. 죄책감이라는 건 있었는지 봉사활동은 가긴 갔나본데... "


원래 폭력적인 사람이었는데, 순한 고양이 마냥 발톱을 숨기고 있다가 날카로운 발톱 끝이 들키자마자 맹수로 돌변하여 거세게 할퀴고 말았다.


남다름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야.”

한아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좀 무섭기도 해.”

남다름 “해꼬지 할까봐?”

한아름 “응응. 그런데...”

남다름 “그런데?”

한아름 “아까 내 병실에 새로 부임한 사장님이 찾아오셨거든. 그분이 내 사정 다 들으시고는 원하면 해외지사로 바로 발령내주시겠대. 가능하면 가장 멀리멀리. 그리고 주재원 보안도 확실히 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어. 그래서 지금 그나마 마음이 좀 안정된다.”

남다름 “새로 부임한 사장이라면, 민규?”

한아름 “맞아. 김민규씨.”


현장에서 아름이 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

직원개인사에 개입 안하는 윗사람도 많은데 의외였다.


종이컵을 들고 멍하니 있는 다름.


한아름 “그런데 언니, 김민규 사장이랑 무슨 사이야?”


깜짝 놀란 다름.


남다름 “응? 무슨 사이라니.”

한아름 “동엽씨가 언니를 차도로 확 밀었을 때, 사장님이 반사적으로 언니 손을 잡아 당겼어. 그러면서 두사람이 동시에 인도로 넘어졌고. 언니는 정신을 잃긴 했지만...”

남다름 “그랬구나. 몰랐어.”

한아름 “그냥 회사사람이 도와줬다고 하기엔 사장님 표정이 정말 사색이었거든.”

남다름 “직원이 위기에 처했으니, 사장으로서 뭐 사명감 같은 거겠지? 하하하.”


민규의 고백이 떠오르는 다름.



*



아름을 병실에 데려다주고 자신의 병실로 돌아가는 다름.


자신의 병실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민규와 놀고 있는 아들 민준.


김민규 “이름이 민준이야? 나는 민규삼촌이야.”

민준 “땀촌? 참촌?”

김민규 “아이고, 민준이 너무 귀엽다.”


그 모습을 미소지으며 바라보다 민준이 민규의 코를 잡아당기려 하자 황급히 뛰어가는 다름.


남다름 “민준아. 이리와.”

민준 “엄마~”

김민규 “민준이 너무 귀엽네요. 몇 개월이에요?”

남다름 “20개월이요.”



*



병실 앞에 서있는 다름과 가족들.


친정엄마 “민준이 걱정은 하지말고. 잘쉬고.”

남편 “무슨일 있음 연락해.”

남다름 “알았어. 당신도 연락해.”


민준과 남편을 배웅한 다름.


다행히 상처가 심하지 않아 며칠만 더 입원해 있으면 된다.


병실로 돌아가는 다름. 침대에 누워있는 민규.

아무래도 같은 병실을 둘이 쓰는 건 무리다.


남다름 “부탁이 있는데.”

김민규 “뭔데요?”

남다름 “병실이 너무 크기도 하고. 나... 아니 저는 여자고... 사장님은 남자고...”

김민규 “아, 개인실로 옮기고 싶으시군요. 여기가 선배님 방입니다.”

남다름 “네?”

김민규 “제 방은 아래층이에요.”

남다름 “그 침대는...”


민규가 누워있던 침대를 가리키는 다름.


김민규 “요즘 VIP실에 여유 침대는 기본이죠.”

남다름 “아...”

김민규 “심심하니까 좀만 놀다가 갈게요. 그래도 되죠?”

남다름 “네...”

김민규 “약속 안 지키시네.”


심통난 표정으로 다름을 바라보는 민규.


남다름 “네?”

김민규 “저 계속 후배로 대해주시기로 했잖아요.”

남다름 “아...그래도 어떻게 사장님을... 안되죠.”


다름에게 얼굴을 확 들이미는 민규.


김민규 “그럼 둘이 있을 때만, 부탁이에요.”

남다름 “아...네...”

김민규 “네가 아니고. 응! 이죠. 선배님.”

남다름 “아... 응응...그래....”


불편해 죽을 것 같은 다름.

그런 다름을 아랑곳 않고 콧노래를 부르는 민규.


김민규 “민준이 귀엽네요. 선배님 닮았어요.”

남다름 “아,, 고마워.”

김민규 “남편분은,,, 어떻게 만나신 거에요?”


조금 놀란 다름.

사실 민규가 물어봐서 놀랐다기보다

어떻게 만났는지 잘 생각이 안나서,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아서 더 놀랐다.


남다름 “어떻게 만났더라...”


핸드폰을 주섬주섬 꺼내 SNS에 접속하는 다름.

다름이 뭘 하는지 궁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민규.


남다름 “기억이 잘 안나서. 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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