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의 팁] 그녀는 너를 혼낼 수 없다

미친언니 피하는 법

by 시드니


회사에 ‘배신언니’라는 사람이 있다. 이 분은 후배들을 잡는 걸로 아주 유명하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갈구는 데 거의 한 사람을 극단으로 몰아간다. 실제로 그녀 때문에 한 직원이 한강에서 소동을 벌인 일도 있다. 그렇게 아랫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그녀지만 탁월한 업무능력 때문에 윗분들이 좋아하여 징계는 다 피해갔다.


발령이 난 어느 날,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와 위로했다. 어떡하냐 너. 신입사원 때부터 엄청난 부장들을 겪었지만 동료로서 이런 사람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역시나 첫날부터 날 갈구기 시작했다. 일단 들었다. 그녀 말도 일리가 있는 구석이 있었으니.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보였는지 슬슬 발동이 걸려왔다. 퇴근 5분전에 일감을 던지더니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꼬투리를 잡았다.


밤새서 일을 해서 그런지 피곤했다. 오늘 너무 일이 하기 싫고 저 인간이랑 1분도 같이 있고 싶지가 앉아 부장에게 반차를 내겠다고 했다. 회사문을 나와 5분쯤 걷는데 진상에게 전화가 온다. 니가 왜 반차를 내냐고 묻길래 모델하우스 광고가 보였다. “디에이치 모델하우스 갑니다.”하고 나왔다. 평소 같으면 1시간 단위로 전화가 왔을텐덴 연락이 안 왔다.


다음날 배신언니가 날 따로 불렀다. 날 갈구려나? 했는데 눈꼬리를 내리고 조신하게 앉아있는다. 커피도 한잔 시켜준다. 이게 미쳐버렸나. 그녀는 나에게 어제 모델하우스를 잘 봤냐고 물었다. 덕분에 잘 봤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지금 40대 초반이고 결혼은 글렀으니 집을 하나 사야할 것 같다고 했다. 일단 그녀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었다.


하소연을 하던 그녀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더니 몸을 내쪽으로 바싹 기울인다. 동시에 나는 의자 등받이로 몸을 찰싹 붙였다. 슈렉고양이로 변한 그녀는 이것 저것 물었다. 집은 샀는지.(여기저기 보고 있다.) 어딜 살거냐. (회사 근처 사야죠.) 여긴 비싸지 않냐. (비싸긴 한데 직주근접이 중요하다 본다.) 대출이자 부담되지 않냐. (요즘 금리 낮다. 청약 받으면 9억이하는 중도금 대출되니까 알아보시라.)


아침에 본 신문기사 내용으로 대충 답했다. 물론 나도 부알못(부동산 알지 못함) 이지만 그녀 앞에서는 약간 아는 척을 해야했다. 그 후로도 그녀는 종종 부동산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날 더 이상 갈구지 않았다. 일부러 그녀 앞에서는 부동산 어플을 켜놓고 탐색하는 척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지나치지 않고 말을 걸었다. “어디 봐? 어디 사는게 좋은거 같애?”. 질문이 쏟아질때마다 “저도 보고 있어요. 저희 엄마가 투자를 잘하시거든요.”


게임중독인 남자지인의 말에 의하면, 10대 남자아이들은 세가지 부류를 절대 건들지 않는다고 한다. 첫째는 전교1등, 둘째는 축구 잘하는 애, 셋째는 게임 잘하는 애. 전교1등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자신보다 우위에 있을 거라는 공포 때문에 건들지 못한다고 한다. 축구 잘하는데는 자신보다 싸움을 잘 할까봐. 셋째는 게임중독자의 말이므로 패스.


회사원은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금수저도 가끔 있지만 회사원들은 대부분 회사를 다녀야만 생계가 유지되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의 욕망은 ‘돈’(부동산, 주식)에서 나타난다. 자신보다 돈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 같으면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저 사람이 언젠가는 자신보다 우위에 있을 것 같은 위험을 감지하기 때문에.

입이 싼 배신언니가 여기저기 소문내는 바람에 나는 부동산 박사가 되어있었다.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어디 사야돼?’라고 물으면 ‘저도 보고 있어요.’하고 씩 웃으면 되고 누군가 ‘부동산 정책 그거 아니던데!’하면 ‘아, 이번에 바뀌었죠?’라고 넘어가면 된다. 어차피 정책은 매년, 아니 매 분기 바뀌니까. 100% 통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효과를 본 방법이니 한번 써 먹어 보시라.



[이렇게 말해보세요]

청약통장 있으시죠? 분양가 9억 이하면 넣어보세요.
사는 곳 전세가율 70% 넘으세요? 그럼 세 끼고 사세요.
Index 펀드는 하나 꼭 가입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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