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들이 금방 지친다

회사의 호구가 되지 말자

by 시드니


고시생만 호구가 되는게 아니다. 회사에도 호구들이 많이 산다. 회사 호구의 특징은 하고 싶은 일이 없고 만성 답답증을 달고 산다. 재밌는 일이 없으니 일에 의욕이 없고, 의욕이 없으니 주요 프로젝트에서 배제된다. 그렇다고 퇴사할 용기는 있느냐? 없다. 퇴사할 용기는 없는데 회사가 재미가 없으니 불평불만이 많다. 그리고 항상 지쳐있다.


얼마 전, 일 안하고 투덜거리기만 하는 후배 책상 위에 책 하나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무려《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후배에게 미안한 소리지만, 하완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궤도에 올라와있을 때 이 책을 썼다. 투덜거리며 쓴게 아니었다. 하완작가는 한가로운 어느날 “아, 이 순간 너무 좋다. 열심히 살면 어쩔 뻔 했어.”라는 감정으로 이 책을 썼다. 투덜이들을 위한 글인 줄 알았다면 저자의도를 완전히 잘못 해석한거다.


호구의 반대급부로 회사를 즐겁게 다니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9 to 6 까지 집중해서 일하고, 6시 이후부터는 자신의 삶을 향해 떠난다. 보통 이들은 회사에서 '인싸'다. 일도 잘하고 관계도 좋다. 내 주변에는 가치투자 모임을 하는 A, 요리를 하는 B가 대표적이다. B는 꽤 전문적인 카메라 장비로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한다. 일러스트나 스타일링을 취미로 삼다보니 회사에서도 감각적으로 일한다. 나를 포함 모두가 그 아이를 찾는다. 승진도 동기 중에 1등으로 했다. 특장점이 있는 사람은 계속 쭉쭉 올라간다. 더 중요한 건, 회사가 아무리 힘들게 해도 그 아이는 본인의 쉼터가 있기 때문에 지치지 않는다.


다들 호구가 되지 말았으면 한다. 회사원으로 만족하는 순간 회사의 호구가 된다. 회사에 전전긍긍하게 되고 의견을 내지 못한다. 회사가 망하면 모든 게 끝나버린다. 호구가 아닌 인싸가 되려면 전체 에너지의 2는 반드시 다른 곳에 쓰고 있어야한다. 업무시간에 딴짓을 하라는 게 아니다. 회사에서는 일에 충실하되, 회사 밖에서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한다. 지치지 않는 힘은 2에서 온다.


나의 경우 글을 쓴다. 뭘 써야할지 몰라서 칼럼, 에세이, 단편소설을 다 쓰고 있다. 지금은 공모전에 여기저기 넣어보는 수준이지만 언젠가는 꼭 '작가’ 타이틀을 달고 살고 싶다. 나중에 '작가'로서 안될 수도 있다. 그럼 어떤가. 회사에서 본부장님 눈물 쏙 나오게 하는 감동의 편지라도 쓰지 않겠는가. 뭐든 꾸준히 하면 그 일이 실마리가 되어 무엇이든 될거라는 걸 믿는다. 아래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13년 전만해도 나는 2010년이 되어서도 내가 소설을 계속 쓰리라는 걸, 더구나 <7번국도>를 다시 써서 출판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렇게 독자들과 만나게 되리라는 걸 상상조차 못했으니까. 인생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길다. 그러고 보니 예측한대로 삶을 산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늘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인생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p.70


내게는 바로 그런게 겨울다운 겨울이다. 지난 한 해 나는 정말 힘든 시기를 거쳐왔다. 내가 힘들었다면, 그건 당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힘들었다면, 그건 당신들도 마찬가지 일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힘들기만 했다면, 겨울까지 우린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에는 어려운 일 못지 않게 즐거운 일도 많았다. 그 사실은 이 겨울이, 얼얼할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증명한다. 바람이 매서우면 매서울수록 우리는 우리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느낄수 있다. 겨울다운 겨울에 우리는 우리다운 우리가 된다. p.79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진다고 한다. 이유는 나이든 사람과 젊은 사람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살기 때문에. 20대가 사는 세상은 아직 탄생한지 30년도지나지 않은 세상이다. 지속 시간이 짧으니 삶에는 인과보다는 우연이 크게 더 작용한다. 하지만 60세가 사는 세계는 벌써 70년 가까이 지속된 세계다. 시간이 그 정도 지속되면 결과를 통해서 원인을 따져볼 수 있다. 젊은이들이 사는 세계에서는 담배를 피운다고 폐암에 걸리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늙은이들이 사는 세계에서는 수두룩하다. 그러니 두 세계가 다를 수밖에. 노인들의 행복은 거기서 비롯한다고 한다. 그들은 예측가능한 세계에서 살기 때문에. 마라톤에 참가한다는 건 그런 예측가능한 세계를 경험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p.89

- 《지지 않는 다는 말》, 김연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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