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해킹은 그저 "조잡한 마케팅 꼼수" 일까?
이 글은 마케터 강민호씨의 "마케터, 가장 흔한 오해와 착각" (https://brunch.co.kr/@rmfkdwy/11) 이란 글을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보려고 쓴 글입니다.
일단 내가 이해한 위 글을 요약하자면
그로스 해킹이란 조잡한 마케팅 꼼수이며, 성공한 기업들은 제품의 본질로 성공한거지 그로스해킹때문이 아니다. 제품이 안팔린다는건 제품에 가치가 없을 가능성이 더 크지 광고나 홍보에서 원인을 찾으면 안된다.
내생각에 저건 마케터 입장에서 컨설팅을 해주는 잘 안되는 고객사에게 해주고 싶은 말 일수는 있겠지만, 사실 별로 도움이 안되는 조언인것 같다. "제품이 안좋은데 아무리 마케팅을 한다고 되겠냐"는 당연한 말이지만, 저런 홍보 방법을 찾는 시점에서 대부분의 창업자들 (=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미 제품의 본질이나 가치에 대해서는 세상 누구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들이며 고민했을것이기 때문이다.
회사를 관두고 처음으로 창업을 했을때 나는 무조건 kicking ass 제품을 만들면 나머지는 다 알아서 될 줄 알았고, 친구와 함께 실리콘 벨리의 시골집에서 세달동안 하루에 16시간씩 개발하며 정말 우리가 할 수 있는 master piece라고 생각되는 제품들을 만들었으며, 모두 실패했다. 두명 다 개발자 팀이었던 우리는 제품 개발만 할 줄 알았지 다른 영역에 대한 이해는 전무했고, 열심히 만든 제품을 런칭한 후에 몇 주, 몇달정도 보고 별로 쓰는 사람이 없으면 바로 접는 식이었다.
약 4년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이건 애초에 아이디어나 시장에 대한 문제는 아니었으며 (왜냐하면 몇 달, 몇 년 뒤에 우리가 그때 만들었던 아이디어와 비슷한 제품들이 모두 성공했기에), 제품의 퀄리티에서도 문제는 없었던것 같다. 그저 우리는 어떻게 만드는지는 알았지만 어떻게 파는지 몰랐고, 팔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서 "잘만든 제품은 알아서 팔린다" 라는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있었다. 물론 타이밍이 안맞은것도 있겠지만, 그 타이밍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끈기가 없었던것이기도 하다.
어떤 제품을 만들때 창업자들은 당연히 그게 충분히 가치가 있고 시장에서 팔릴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작한다. 하지만 어느정도까지 기능을 구현해야 MVP이고 얼마만큼의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얼마나 오래 해야 타이밍이 올지, 어디까지 해보다가 안되면 접어야 할지는 해 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또한 똑같은 아이디어로 시작한다고 해도 이 이후에는 엄청나게 많은 변수들이 존재하며 제품의 성공을 좌우한다.
이제는 좀 식상한 Lean Startup을 인용하며 항상 말하는 MVP, 쉬운 개념이지만 대부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개념이다. "이 제품은 A 기능, B 기능까지가 MVP"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100% 틀렸다. MVP란 다른걸 다 상관 안하면서도 이 제품을 쓰겠다고 하는 최소한의 제품을 말하지만 그 기준은 사용자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기능적인 A, B, C / 디자인, UX, 성능등의 퀄리티에서의 X, Y, Z가 있다고 할때
어떤 유져는 A만 있어도 상관없고
어떤 유져는 A + B가 있어야 제품을 쓰며
어떤 유져는 A + B + C가 다 있어도 제품이 쓰기 불편하면 (X, Y, Z가 부족하면) 안 쓰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경우엔 A + B만 있으면 되는데 C가 굳이 붙어 있어서 불편하다고 안쓰는경우도 있다.
결국 MVP를 말할때는
"A + B 의 기능과 X + Y를 만족하는 완성도가 나왔을때 80% 이상의 사용자가 만족하며 40%정도의 Day 30 리텐션이 나올것이이다"
라는 식으로 말해야 하고 결과를 보기전에 저걸 예측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로 제품에 어떤 기능과 요소들을 우선적으로 구현해야하는지는 타고난 직관이나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 추측하는 것일 뿐이다.
제품이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가 물론 가장 중요하겠지만 타이밍과 운이 차지하는 비율이 결코 적지 않다.
성공한 서비스나 제품들을 보면 대부분 최초인 경우도 없고, 같은 문제에 대해 그 이전에도 비슷한 많은 시도들이 있었으며 그 이후에도 비슷한 많은 시도들이 존재한다. 이런 모멘텀이 생겨난다는건 그만큼 문제가 명확한 pain point이고 타겟 시장이 충분하다는 것이기에, 그 시도들중 하나가 성공할 것이고 그것이 대체 불가능의 지점에 이르렀을때 그 이후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것이라는건 자명하다.
하지만 그 많은 시도들중 성공한 제품이 과연 그 시도들 중 가장 뛰어난 제품일까?
그건 잘 모르겠다.
시장이 있고, 제품이 좋은건 필요 조건이지 충분 조건이 아니다.
타이밍이나 운이라고 표현하면 뭔가 성공한 케이스를 깍아내리는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 그 타이밍을 만들어내고 기회가 왔을때 캐치하는것 또한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실행력"이라고도 표현하며 그 개념안엔 제품의 홍보 / 마케팅, 브랜딩, 고객응대, 제휴관계, 기술력 등등 또 수많은 요소들이 들어간다. 내 생각에 그로스 해킹(Growh Hacking) 이란 이 "실행 (execution)"이란 추상적인 개념을 좀 더 구체화 시킨 개념인것 같다.
처음에 언급한 글에서 그로스해킹을 "조잡한 마케팅 꼼수"라고 표현했는데 그건 아마 우리가 그로스 해킹을 말할때 인용하는 대표적으로 드는 사례들 (e.g. 핫메일의 메일 signature, 드롭박스의 referral 프로그램)을 그로스해킹의 본질이라고 이해하는 오해일 것이다. 사실 저 성공 사례들은 그들이 해온 수백가지의 제품 개선, 데이터 분석, 마케팅 실험들 중 가장 효과가 좋았던 케이스들일 뿐이다.
그로스해킹의 궁극적인 목표는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제품이 급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유져들이 주변의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행위를 통하여 바이럴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궁극적인 목표인 Viral coefficiency > 1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다음 세가이지이다.
A. % of users who invites: 제품의 만족도, "Wow moment"의 도달 시점, 리텐션율 등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으며, referral benefits / incentive등에 의해 몇 배 이상 증가 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건 애초에 제품에 대한 말할거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인데, 브랜딩이나 홍보 방법에따라 같은 제품, 같은 타겟에서도 완전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B. average # of people (1) invites: 이 값 또한 UX/UI적인 튜닝으로 몇 배 이상 개선 가능하며 (극단적인 예로 Marco Polo 앱은 사용자의 모든 연락처로 invitation을 뿌리는 다소 더러운(?) 방법으로 대성공을 하기도 했다), 트위터처럼 초기 몇 몇 셀럽들이 쓰기 시작하며 이 값이 엄청 높아진 경우도 있다.
C. % of invites accepted: 이 값은 제품 자체보다 브랜딩이나 "꼼수"에 의해 더 많이 좌우된다고 생각한다.(핫메일의 "P.S. I love you. Get your free email at Hotmail." 같은 시도들)
Viral coefficiency = A * B * C
이므로 그로스 해킹이란 위 세가지 수치들을 향샹 시킬 수 있는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방법, 즉
지표들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처리 / 분석
사용자를 이해하고 더 많은 사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의 제품 개선
말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브랜딩, 홍보 방향
제품의 만족도나 공유율을 극대화 하기 위한 기능 추가, UI/UX적인 개선, 튜닝
등 제품 iteration 모든 영역에서 "성장"이라는 최우선 목표를 이루기 위한 끊임없는 분석과 시도라고 생각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어떤 우선순위로 어떤 시도들을 먼저 해볼것인지를 잘 결정하는게 팀의 실행력이라면
낮은 확률이지만 계속 하다보면 그중에 하나는 될거고, 하나면 되면 되는것이기에, 나머지는 운과 끈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