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오늘은 약 4시간 동안 글을 썼다. 일반 직장인의 업무 시간이 8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불안해진다. '이렇게만 일해도 괜찮을까?'라고 말이다. 물론, 들어오는 일거리가 적다 보니 자연스레 노동(글쓰기)하는 시간도 많지 않다. 그래도 빈 시간에 습작을 한다던가 다른 글쓰기를 도전해 볼 수 있는 노릇인데 그게 참 안 된다.
나를 프리랜서 작가로 이끈 크x의 전자책에 따르면, 전업작가는 기본적으로 8시간은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음.. 법정 근로 시간이 딱 저 정도 되니까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쉽지 않다. 어떻게 아냐고 묻는다면 해봐서 알기 때문이다.
마케팅 대행사에서 1인 콘텐츠 작가로 일할 때, 나는 계약상 7시간 30분 동안 글을 써야 했다. 물론 화장실도 가고, 간식도 먹고, 강아지도 쓰다듬고 하다 보면 실제로 글을 쓴 시간이 그만큼 되진 않는다. 하지만 어쨌든 매달 써야 할 원고의 양은 많았고, 이를 쳐내기 위해선 6시간은 머리를 굴려야 했다.
어느 순간 글을 쓸 때마다 속에서 화가 났다. 대상 없는 울분이 솟아올랐고 이는 글쓰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쓰는 것 자체가 신물이 나서,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 싶었고 얼마 안가 퇴사를 했다.
프리랜서가 된 후 이제 더 이상 옛날만큼 글을 쓰지 않는다.(일이 없으니 못하는 게 맞는 건가?) 바짝 집중하면 3시간 만에 그날 할당량을 다 끝낼 수도 있다. 이젠 글을 써도 화가 나지 않는다. 그냥 즐겁게 타자를 친다.
어떤 기준으로 작가가 되는지, 작가라고 불릴 수 있는지 아직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제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글 쓰는 시간 자체로 이를 판단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