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망해도 맛있어!
출근할 일이 없으니 매번 늦게 일어나게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게을러지고 있는 중이다. 나의 하루는 짧아지고 있다.
뭐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눈을 뜨자마자 지난번 바나나브레드를 만들고 남은 요거트와 계란 3개, 설탕, 밀가루, 꿀을 챙겼다. 첫 일과는 요거트 케이크와 시작됐다.
유튜브에 공유된 레시피를 보며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를 구분했다. 노른자에는 꿀, 요거트, 밀가루를 넣고 섞어서 기본 반죽을 만들었다. 흰자로는 머랭을 만들어 기본반죽에 합쳤다. 반죽이 생각보다 수분이 많아서 그런지 한 시간 넘게 구웠는데 속까지 잘 익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오븐 곁을 맴돌며 수십 차례 빵을 찔러보고 시간을 늘렸다.
홈베이킹을 하다 보면 실패와 마주 보는 날들이 많다. 나 같이 소심한 사람은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어 시무룩하기만 하다.
이 정도면 됐겠지 하고 오븐을 열었다. 뜨거운 수증기가 나의 얼굴로 뿜어져 나왔다.
모양은 화산처럼 폭발했지만, 나름 괜찮았다.
겉은 약간 포실 포실한 빵과 비슷하고 속은 계란찜 같다. 참고한 유튜브 영상과 결과물이 약간 다르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오븐과 눈치게임을 해서 그런지 피곤함이 몰려왔다. 빵 만들고 뒷정리와 설거지를 하다 보면 기운이 싹 빠진다.
가득 찬 음식물쓰레기를 밖에 버리려 들고 나왔다. 햇살이 화창했다. 집 앞에 산책이나 다녀올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 접었다. 점점 더 동굴로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말이다.
내일은 알람을 맞혀 놓고 일어나야겠다. 갑상선암 수술을 받으려면 체력도 중요하니까 말이다.
앞으로 일주일은 알차게 보내야겠다. 말은 쉬운데 행동하기까지 추진력이 약하다.
갑상선암은 갑상선암이고, 나는 나의 할 일을 해내야겠다.
그 첫 번째, 브런치에 1일 1개 발행하기.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