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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Sep 19. 2022

드디어 약이 줄었다.


꾸준히 정신과 약을 먹은 시간 최소 5년이다. 매번 병원 갈 때마다 약이 늘고 또 늘었다. 그만큼 나는 고통에 있었고 약을 먹어도 좀처럼 나아지는 느낌 없이 지내다 적응할 시간도 없이 항상 늘었는데, 작년 10월부터? 약이 더 이상 늘지 않고 적응기간을 갖게 됐다. 자기 전 먹던 수면 관련 약만 최소 8알이다.


저번 주 어느 순간부터 약이 날 지배한다고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다. 평소엔 아무렇지 않았는데 저번 주부터 약을 이기지 못하는 것 같았고 일어나도 몽롱한 기분에 빠져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병원에 간다면 이야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상담 갔다가 병원으로 이동해야 할 어마 무시한 일정이 있는 금요일, 나에게 여러므로 놀랄 일들이 생겼다.


매주 한 번씩 가야 했던 심리상담에서 선생님은 내게 이제 트라우마를 좀 털어낸 것 같다고 하셨고 지금은 잠시 상담을 멈췄다가 알바가 아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부딪히는 문제가 생겼을 때 다시 연락해서 상담을 했으면 한다고 하셨다. 나 역시 좋다고 생각했지만, 안 하다가 다시 하게 됐을 땐 아마 또 최악까지 끌고 또 끌다가 상담하게 될까 두려운 마음을 비췄고 상담 선생님은 금방 내 얼굴에 비친 마음을 읽으신 후 정 불안하다면 한 달의 한 번으로 늘리는 방법도 있다고 해 조율 끝에 한 달의 한 번씩 내방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트라우마를 많이 털어냈다는 말도 신기했고, 매주 가야 했던 상담을 이제는 텀을 길게 잡아도 된다는 것도 신기했다.


더욱 신기했던 것은 절대 줄지 않을 것 같았던 어마 무시한 양의 수면 관련 모든 약 중 용량이 줄어든 것이 아닌 한 알이 빠졌다는 것이다. 교수님께 약을 이기지 못하는 느낌이 들고 계속 몽롱한 기분을 처음 느낀다며 약을 줄였으면 한다고 설명했더니 교수님은 웃으시며 “그럼 약을 줄일게요! ” 하셨다. 신기하게 수면 약을 줄여도 못 잔다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편하고 좋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점차 줄이고 줄여 우울 관한 약들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꼭 해야 했던 매주 1번의 상담은 한 달의 한 번으로 텀이 생기고 약이 줄었다니 특별한 일이면서도 고대했던 일이기에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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