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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Sep 25. 2022

꿈이 뭐예요?

최근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럼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왜? 꿈이 없어서?


웃기게도 난 꿈이 정말 많다. 작가로서 내 꿈은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이고 싶다. 작은 캐리어를 끌고 한 손에는 아주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들고 이것저것, 내 생각, 나의 시선이 가득 담긴 사진들을 찍어 이야기하고 싶다. 여행지는 너무나 많으니 끌리는 곳곳마다 가서 내 멋대로 표현하며 한 편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 책 한 권 출판한다면 더욱 좋다!


작가가 아닌 ‘나’ 자체로서의 꿈은 너무 많아서 다 말할 수 없다. 지금 알바하는 직종(업무상의 비밀유지 원칙이라 언급은 안 되나 안전과 행복을 드리는 일이다.)에서 팀장이 되어 보고 싶고, 문화•예술계 회사를 다니며 이것저것 배워보고 싶다. 때론 기획도 해보고 싶다. 그 밖에도 하고 싶은 것은 많다.


오빠는 내게 끈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 말도 맞다. 끈기가 부족하다는 말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내 특성을 아주 잘 들어내는 말이다.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일에는 없던 끈기도 만들어 다 해낼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지만, 하기 싫은 것과 못하는 것에는 바로바로 포기하고 만다. 끈기가 약하다는 말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 이윤 도전의식이 강하고 뭐든 궁금하고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이것 하다가 대뜸 저것 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탱탱볼처럼 이리저리 뛰는 내가 하나에 꽂히면 해낼 때까지, 만족할 때까지 하고 또 한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믿을 수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유유히 사라진다.


21살, 갑자기 어이없게도 삼성 계열사에 지원한 적이 있다. 뭣도 모르고 복지가 좋다는 말에 홀려 유사 경력도 고작 1달밖에 안 되는 내가 10년 이상의 경력자분들 사이에서 서류를 합격하더니 면접을 봤고 나만 덩그러니 최종 합격이 됐다. 1년만 잘 견디면 정직원이 돼 많은 복지를 누르지만 딱딱한 책상에 앉아 일을 한다니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입사를 안 했다.


이런 일들이 엄청 많았다. 사람들이 믿기 힘든 무 경력, 무 자격증, 심지어 운전면허도 없는 내가 대뜸 합격을 하고,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가 자유를 갈망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일. 주변 사람들은 ‘당연히 넌 안 될 거야!’ 했지만 난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오기가 생겨 결국 해내 ‘당신의 생각은 정말 짧아!’ 당당하게 외치며 보여줬다. 나는 갖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그것들이 내 손에 있을 때가 많다. 하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 결국 해서 끝장을 보고 새로 생긴 호기심을 따라 움직인다.


무슨 꾀를 내어서 하진 않는다. 그래도 이상하게 꼭 해내고 만다. 갖고 싶으면 갖고, 해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나는 갑자기 없던 에너지를 마구 쏟아내더니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루트를 따라 내 방식대로 원하던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살면서 ‘작가’로 살고 싶다고 말하더니 브런치 작가로 지낸다. 내 삶에 대해 꼭 쓰고 싶다고 말하더니 결국 브런치 북으로 만들었다. 아주 예전에 단종된 카메라를 생각하다가 갑자기 인스타 피드에 뜨더니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판매하겠다는 연락이 오기도 한다. 그밖에도 필요한 정책이 있거나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한 프로젝트를 멋대로 신청하더니 원하는 건 다 됐다. 이런 내 모습을 주변인들이 보면 입을 다물지 못한다.


대체 어떻게 알고 신청했어? 아니 이게 되기도 해?


모든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나는, 내 대답은 간단하다. 그냥.., 해보니까 됐어…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걸까 생각해봤지만, 그런 능력은 없다. 그냥 하고 싶으면 하고, 갖고 싶으면 노력하는 것이 내 힘인 것 같다. 그것 말곤 할 말이 딱히 없다. 여태 그래 왔고 앞으로도 난 그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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