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슬퍼한다는 것
출퇴근하며 늘 지나쳤던 작은 쌀빵집의 문은 오늘도 굳게 닫혀있었다. 언제까지 어떠한 이유로 쉬겠다는 안내문구도 없이.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죄송합니다" 라고 서툴게 쓴 A4용지만 어두운 가게문앞에 급하게 붙여져있어 처음엔 정말 사장님이 화장실을 가신 줄 알았다. 그러나 사흘 일주일 열흘이 지나도 변함없이 휑한 가게를 보며 아. 문을 닫으셨구나하고 깨달았다. 꼭 내가 지나가는 그 시간에만 화장실을 가시진 않을텐데 나는 굳이 그 말을 믿었다. 좋아하는 것이 사라지려 할때마다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나를 가끔씩 바보로 만든다. 언제부터 닫혔을까. 한달 전쯤 퇴근 후 밤식빵이 너무 먹고싶은데 파리바게트까지 가기 귀찮아서 고민하다 마침 그 빵집에서 매대에 밤식빵을 진열해두고 있는 걸 보고 하나 사온 적이 있다. 계산하고 나올때 "아가씨 김밥은 안필요하세요?.."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매대에 놓여진 김밥을 가리키던 사장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빵집에 김밥이라니. 장사 참 독특하게 하는구나싶어 나 또한 어색해 "아..아니요 괜찮아요" 하고 나왔었는데. 아 그게 마지막이었구나.
마지막 장면이었다고 생각하니 더 또렷이 기억나는 김밥의 모양새, 냉장고에 가득했던 우유, 샌드위치. 나를 잡던 사장님의 부끄러운 듯 머뭇거리던 절박한 목소리. 저거 유통기한 지나면 안될텐데 그와중에 그 걱정하며 나왔던 내마음들. 이천원이면 됐었는데 사두고 다음날 아침에 먹어도 됐었는데. 나는 그 마음을 알면서 외면했지. 왜 문을 닫았을까 하는 의문은 역시나 아니길 바라는 바보같은 마음으로 버티고 버텼으나 결국은 그래 그거였다. '코로나'
나는 요즘 슬프다. 특별한 일이 없는데 억울하고 속상하고 슬프다. 다들 열심히 사는데, 다들 절박하게 버티는데 신종바이러스같은 신종불행은 사는동안 한계도 없이 자꾸 생길까. 그래도 다들 애써 괜찮은 척 울지도 못하고 '나만 힘든 거 아니니까' 하면서도 '김밥은 안필요하세요 '하며 미소속에 떨리는 슬픔을 묻고, 파리바게트가 머니까 찾았던 그 곳의 밤식빵은 더이상 만날 수가 없는데 파리바게트는 여전히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고. 굳이 나는 오늘 파리바게트에서 밤식빵을 샀고. 2900원입니다. 포인트적립이나 할인카드 있으신가요. 발랄한 알바생의 목소리에 또 한번 씁쓸해지고. 아주 사라지는 건 바이러스뿐이길. 휑한 가게앞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하고 거짓말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길. 나도, 당신도 우리모두 언젠가 각자의 시간 속에 각자의 고통으로 울었던 순간을 잊지않길. 그리고 지나치는 슬픈 거짓말들을 읽어냈을 때 외면하지 않고 서로 힘이 되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