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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니식탁 Jun 06. 2017

비오는 날 국수 한 그릇

엄마가 생각나는,



멸치, 새우, 다시마 넣고 진하게 우려낸 육수. 신김치에 매실액 조금, 간장 살짝 넣고 볶아 참기름으로 마무리한 볶음김치. 당근, 양파 각각 알맞게 간해서 적당한 식감으로 볶은 채소들. 새우젓 살짝 넣어 감칠맛 나게 볶은 호박. 흰자와 노른자 얇게 부쳐서 얌전히 잘라 준비한 계란 지단. 이 모든 걸 한 입 가득 넣으면 입안에서 잔치가 열리는 것 같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 손 끝이 사알짝 시려워진다 싶은 어느 날에, 흐릿흐릿 온통 회색빛이 가득채워진 오후에, '국수 먹을까' 하는 엄마의 목소리로 시작되었던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순간들.

 

그릇 가득 따뜻하게 한 그릇이 내 앞에 놓여지고. 후루룩 국물 튀어가며 먹고 있을 때쯤, '몸에 좋은 국물이야, 다 먹어야해' 하는 잔소리와 함께 들이키던 마지막 한 모금까지.



아마도 그 맛은 그 어떤 날에 당연히 먹어야 할 음식같고, 그 어떤 많은 위로의 말보다 따뜻했던 것이지요. 소울푸드라고 하기에는 거창하지만 어쩌면 그 이상이 담긴 음식입니다. 무언가 채워지고 싶은 흐린 오늘, 제 손으로 국수를 끓입니다. 모든 재료가 다 있는데 그 많은 국물을 꼭 다먹으라는 잔소리가 없어 허전한 날.






이래저래 참 바쁘기도 하지만,

이번 주에는 엄마를 만나러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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