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을 차곡차곡 담은 한 그릇
유난히 남편이 한 그릇 요리를 좋아합니다. 일본요리를 좋아해서, 푸짐해서, 반찬이 필요 없어서...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저희 집의 설거지 요정으로서, 설거지거리가 적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큰 오산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겁니다. 이번에 만든 덮밥은 빠르고 간편하게 만드는 버전이 아닌 약간의 정성을 더한 버전으로 중간 과정에서 설거지 거리가 꽤나 나오기 때문입니다.
주재료 : 삼겹살, 채소 (깻잎, 파채, 당근, 호박 등 원하는 채소 무엇이든), 계란 노른자
소스 재료 : 간장6T, (유자청1T), 설탕4~5T, 맛술6T, 양파 1/2, 통후추 약간, 마늘3~4개, 대파, 멸치 다시마 육수 재료, 전분가루5T, 월계수잎
물 1L 정도에 기본 멸치 다시마 육수를 우려 줍니다. 원래는 멸치, 다시마, 건새우 등을 육수 재료를 넣어 만드는데 가끔은 이렇게 팩에 한꺼번에 들어있는 타입도 편리합니다. 망으로 건질 필요가 없고요. 육수는 한 번에 센 불에서 팔팔 우려 주는 것이 아니라 약불에서 천천히 우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더 깊고 맛있게 우러나오지요. 각각의 재료를 넣고 우린다면 다시마는 물이 끓으면 바로 건져주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이렇게 완제품 팩을 이용하면 그 과정은 자연스레 생략이 됩니다. 15분 정도 끓여주세요.
시간이 어느 정도 되어 보글보글 육수가 잘 끓었다면, 불을 끕니다. 기본 소스의 베이스가 될 육수입니다. 갑자기 이 육수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잔치국수가 먹고 싶어 지네요.
이제 메인 삼겹살을 준비합니다. 불을 세게 높여 후라이팬을 뜨겁게 달구어 주고, 삼겹살 겉면을 노릇하게 익혀 줍니다. 스테이크도 그렇고, 모든 고기는 구워줄 때 육즙을 가두어준다는 말을 하죠. 그 원리로 네 면을 모두 잘 익혀줍니다. 속까지 익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겉면만 색이 잘 나왔으면 불을 꺼줍니다. 그리고 잠시 대기.
대파는 직화로 구워줍니다. 향이 아주 좋아요. 사실 서양 요리에는 대파를 익혀서 많이 먹습니다. 대파가 익으면 단맛이 돌기 때문입니다. 대파구이는 고기와도 참 잘 어울리는데, 오늘은 육수에 넣어줄 목적으로 직화를 해서 향을 끌어올려줍니다.
다 구워진 대파는 멸치 육수에 양파, 마늘과 함께 넣어줍니다.
잡내를 잡아줄 통후추와 월계수 잎도 구워놓은 삼겹살과 함께 넣어줍니다. 잡내가 날 틈을 주지 않고 있어요.
물론 고기 자체가 중요하기도 하지만요.
그리고 이제 여기에 소스가 될 간장, 설탕, 청주(청주가 없어서 맛술을 넣었어요)를 넣어 줍니다. 그리고 유자청도 넣어주세요. 없다면 생략해 주셔도 되지만, 설탕 대신 들어가면 은은하게 향이 나서 좋아요. 유자청을 1T 넣었는데, 후각 미각에 예민하지 않으신 분은 2T은 넣어야 유자의 향이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유자청이 더 들어갈수록 설탕은 줄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20분~25분을 끓여줍니다. 보글보글 잘 끓고 있는 비주얼을 보니 벌써부터 침이 고이네요. 고기도 익어가고 있습니다.
소스 속에서 고기가 익어가고 있는 동안 차슈동 위에 올릴 채소 가니쉬를 준비합니다. 집에 있는 채소들을 약간의 소금과 후추 간을 해서 구워주었습니다. 채소는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원래는 그릴팬에서 구워주는데, 남편의 설거지 거리를 줄여주고자, 사용했던 팬을 이용했습니다.
고기 위에 올릴 깻잎도 채 썰어 준비하고, 파채와 잘 섞어줍니다. 돼지고기와 잘 어울리는 두 재료도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이제 밥도 준비합니다. 별다른 재료가 없어서 흰쌀밥으로 평범하게 전기밥솥에 밥을 지었습니다. 덮밥이니 약간 고슬고슬하게 지어야겠지요. 다시마 한 조각이 있다면 밥 지을 때 띄어서 지어주시면 좋습니다.
그 사이 잘 완성된 육수에서 고기를 건져줍니다. 고기를 건지면서 다른 채소 재료들도 모두 건져주고, 소스 국물만 남겨주세요. 그리고 고기는 잘 썰어 줍니다. 길게 썰어도 좋고 가로로 짧게 썰어도 좋습니다. 길게 썬 고기는 라멘 위에 토핑으로 올려주면 좋을 비주얼이에요. 속까지 아주 잘 익어서 사실 이대로 먹어도 좋지만... 저는 토치를 이용해서 한 번 더 맛있게 구워주었어요.
토치로 고기의 겉면에 불맛을 입혀줍니다. 약간 노릇노릇할 때까지 구워주세요.
사실, 이렇게 번거롭게 여러 번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삼겹살을 그냥 구워서 얹는 레시피도 있습니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도 올려볼게요.
아까 모든 재료들을 건져 놓은 소스는 이대로도 좋지만, 조금 더 농도를 잡기 위해서 녹말물을 넣어줍니다.
농도는 각자 원하시는 정도로 취향껏 넣으면서 맞출 수 있습니다. 저는 5T 정도를 넣었습니다. 소스의 맛 역시 사람마다 느끼는 당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기호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만드는 음식의 당도, 염도는 집집마다도 차이가 매우 큰 것 같아요.
이제 소스를 밥 위에 뿌려줍니다. 저는 조금 더 먹기 편하게 소스를 밥에 뿌리고 살짝 비벼주었습니다. 먹는 사람이 굳이 비비지 않도록 한 것인데, 작은 배려라고 생각해요.
소스로 비벼진 밥 위로 깻잎&파채를 얹고, 고기를 얹어줍니다. 한쪽 사이드에만 고기를 얹어도 좋고 각자의 스타일대로 먹음직스럽게 담으면 됩니다.
그리고나서 계란 노른자를 뿌려주세요. 계란 노른자를 그대로 얹어도 상관없습니다. 단, 계란 노른자는 생략하면 안되는 단계입니다. 소스와 계란 노른자의 맛 조화가 아주 좋거든요.
그리고, 구운 채소도 올려줍니다. 그 위에 다시 소스를 촤르르 뿌려주세요. 소스가 아주 진하고 깊게 맛을 품었습니다. 구운 채소와도 아주 잘 어울릴 수 밖에 없어요.
그다지 다른 반찬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 매실 장아찌만 곁들여 주었습니다. 남편을 부릅니다. 먹기 전부터 신이 났습니다. 주방에 쌓인 설거지 거리는 아직 보지 못한 것 같아요.
깊은 간장 소스 맛이 아주 좋은 차슈동입니다. 소스는 일부러 넉넉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남은 소스는 밥에 계란을 얹고 비벼먹기만 해도 맛이 있어서 두 끼 정도는 활용해서 먹으려고 해요. 초간단하게 먹은 덮밥은 아침 메뉴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