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달라졌어요
PART 7. 가족에게 찾아온 또 다른 변화
- 우리도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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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가짐의 변화
독서 토론 학원 강사 시절을 지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내 아이에게도 책을 읽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책육아’, ‘책육아’하는데 ‘책으로 아이를 어떻게 키운단 말인가?’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한때 다독이 진리인 듯 그날 읽은 책들을 쌓아 올려 ‘오늘의 책나무’라며 앞다투어 인증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게 유행이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다독도 중요하지만, 진짜 저 책들을 다 읽어줬다고? 앉아서 책장을 하나씩 넘기며 다 보았다고? 거짓말 아니야? 책나무 옆에서 히죽거리며 즐겁게 웃는 아이들의 웃음은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매일 저렇게 책을 다 읽어줄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마음을 바꿨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책육아를 해보자고 결심하고, 거창한 책육아 대신 책을 놀잇감처럼(책놀감)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가 했던 책육아는 아주 가벼웠습니다. 하지만 책을 놀이 삼아 5분씩 놀아주기만 했기에 매일 하기가 수월했고, 짧은 시간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이것도 책육아라고 할 수 있을까 괜히 죄책감을 가진 순간도 많았습니다. 정말 잘해보자는 의지와 부담감을 덜어내니 오히려 쉬워졌고 아이들도 책을 편안하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2. 아이와의 유대감
책은 애착 형성과 스킨십을 하기에도 매우 좋은 매개체입니다. 양육자 품에 안겨 등으로, 귀로 목소리를 느끼고 있노라면 아이들은 편안한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양한 어감으로 책을 읽어주다 보면 익숙한 목소리로 읊어주는 이야기를 통해 온전히 둘 만의 세상에서 같은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 됩니다.
또한, 양반다리 위에 앉혀 뒤에서 안고 책을 읽어주다 보면, 조그마한 아이의 온기로 굉장히 큰 위안을 얻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이들 표정을 못 보는 것이 가끔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또 마주 보고 앉아 얼굴을 바라보거나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 놓기도 하는데 그것 또한 소소한 행복입니다.
그리고 대화 주제를 만들거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에도 아주 좋은 매개체가 됩니다. 큰 아이 같은 경우는 초등 입학 후 성과 관련된 질문을 몇 번 한 적이 있습니다. 막연히 언젠가 마주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상황이 찾아오면, 전문 강연자가 아닌 이상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그때 아이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 주는 책을 구해 먼저 훑어보았고, 아이에게도 그 책을 권해주었습니다. 질문을 해오면 책의 내용을 함께 읽었고, 책을 읽다가 궁금한 부분을 같이 찾아보거나 생각을 나누며 건강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3. 두 자매의 변화
두 자매가 함께 거실에서 책을 보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덕분에 저녁마다 아이 둘을 먼저 씻긴 뒤 거실에서 쉬고 있으라 하고, 제가 샤워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첫째는 매일 해야 할 일과 과제를 다 끝내면 1시간 정도 자유시간이 주어지는데 이때 태블릿으로 게임을 하거나 티브이로 시리즈물을 봅니다. 그 시간이 끝나면 아이는 망설임 없이 책을 들고 소파로 갑니다. 언니가 하는 것은 다 따라 해야 직성이 풀리는 둘째는, 언니가 책을 들고 소파에 앉으면 바닥에 있는 자신의 책장 앞에 앉아 책을 꺼내 듭니다. 한 권씩 꺼내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책장이 천천히 비워지고 거실이 책으로 엉망이 됩니다. 씻고 나와서 책에 조용히 집중하고 있는 자매를 보면, 어지럽혀진 거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4. 남편의 변화
결혼 초반, 책이 바닥에 널려 있어서 남편이 어지럽고 답답하다며 불편을 호소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남편은 책을 즐기진 않기 때문에 가끔 말다툼이 생기면 책을 정리하라는 말을 무기처럼 꺼내기도 했지요. 흔들리지 않고 저는 꿋꿋하게 아이들에게 책을 펼쳐주고 읽어주었습니다. 가끔 많은 책들이 겹겹이 쌓여 눈치를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책을 자유롭게 펼쳐보는 것, 그것만큼은 욕심을 부렸습니다. 지금은 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가끔 아이들에게 밥 먹으러 오라고 하면 책 읽느라 시큰둥하기도 하고, 밥 먹을 때 책을 들고 와 식탁 위에 펼치기도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자라서 다행이라고 이야기해 주는 남편의 모습이 마음이 무척 좋았습니다. 첫째는 “엄마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잖아. 엄마가 책을 좋아하게 만들었으니 어쩔 수 없어.”라고 하더군요. 당황해서 허허허 웃고 말았지만 그 이후 책놀감으로 더 열심히 놀아줘야지 하며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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