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10. 월 오전 9:26
2025. 11.20252025. 11.. 11. 10. 월 오전 9:26 10. 월 오전 9:26
2025. 11. 10. 월 오전 9:26
어제는 많은 것을 본 하루였다.
가족 나들이로 외출을 했는데 막상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챙기려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100%는 아니지만 50% 정도는 육아를 도울 수 있는 그런 나이가 된 것인지, 둘째와의 관계를 위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해야 할 일이라는 걸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갈팡질팡 하고 있었던 것인지.
동생에게 친구처럼 존중받지 못하면 소리를 질러버리거나 물건을 홱 빼앗아가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이번 등산에서는 근육통과 허리 통증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큰 아이와 작은 아이의 우애도 얻은 것 같아서 흡족하다.
-
작은 아이는 사실 어린이집에서 '우당탕탕 아쭈'(아쭈는 우리의 애칭)으로 유명하다.
20명 남짓한 어린이집 활동 사진을 보고 있자면 얌전하고 말 잘들 듣고 차분한 아이들이 대부분인 것 같은데, 우리 아이의 성향은 너무나 외향적이고 에너지틱하고 호기심이 넘치며, 거침이 없다.
큰 아이는 낯가림이 심하고 처음 하는 것은 안 하려고 했던 성향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조심성이 있었고 신중했으며 통제하기가 쉬웠고 잘 자라고 있다고 믿게 해주는 행동을 하는 아이였다.
그런데 둘째는 결이 전혀 다르다. 아들 키우는 만큼의 매운맛은 아니겠지만, 예측 불가하며 망설일 것이 없는 아이 덕분에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스펙터클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전에 유행처럼 번졌던 챗gpt 사주에 따르면 큰 아이는 오히려 힘이 넘치게 될 것이고, 작은 아이는 언니의 힘에 부딪혀 힘들어하게 될 거라는 그런 코멘트를 봤다.
그 코멘트대로 이 딸과 저 딸의 갭 차이가 너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힘의 담당자(?)가 반대다. 매일매일 나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다가 하루가 끝난다.
아쭈가 매일 언니의 물건을 빼앗고, 옆에 있으면 가서 때리고, 쥐고 있던 물건을 뺏어 든 뒤 그 물건을 바닥에 던져버리는 그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큰 아이는 "엄마, 나 쟤 한 대만 때리게 해 줘. 제발 부탁이야." 하며 엉엉 울기만 할 뿐 아직 손 하나 까딱 못하고 동생에게 당하고만 있는 그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 어떻게 전세가 역전이 된다는 것일까? 물론 두 아이가 아직 인격이 형성되진 않았지만 말이다.
아까 했던 말을 이어하자면 둘째는 어린이집에서 찍힌 사진을 볼 때마다 늘 선생님 무릎에 앉아 있는 아이다.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자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거나, 설명하고 있는 선생님의 말을 방해하거나, 앞으로 나아가 놓인 물건들을 먼저 가지고 놀고 싶은 것이려나. 무언가 눈에 띄면 바로 행동을 취하는 그런 아이의 성향 때문에 선생님이 잠시 진정시키려고 그 시간 동안에 무릎에 앉혀두는 것이리라 추측해 본다. 아닐 수도 있지만 사진을 볼 때마다 괜히 제 발 저린다.
처음에는 같이 입소한 다른 친구와 맨 뒷자리에 부스터를 놓고 나란히 앉혀 놨었는데, 지금은 입소 동기는 친구들 틈에 나란히 앉아 있지만, 우리 아이는 맨 뒤에 선생님 무릎에 앉아 있다.
아이 사진을 보면 아이의 표정부터 살폈다. 그리고 아이의 옷차림을 살폈고, 아이가 사진 속에 어디 어디 숨었나를 찾았는데, 이제는 활동 사진에 아이가 어디 앉아 있는지부터 찾게 되는 내 마음이 우스꽝스럽다. 저녁때마다 키즈 노트를 볼 때마다 조마조마하다. 그게 뭔 죄라고 내 몸이 한없이 쪼그라드는 기분이 든다.
챗gpt한테 물어봤다.
이런 이런 아이의 성향과 이런 이런 행동을 미루어 봤을 때 ADHD일 수 있을까?
그랬더니 두 돌 전후의 시기에는 ADHD의 진단을 내리지 않는다고 했다.
아직 감정 표현을 잘 못하는 시기이고, 감정 제어도 아주 서툴기 때문에 때리거나 던지거나 소리 지르거나 우는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그런 감정을 배워 나간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 시기에 아이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오히려 잘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에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챗gpt가 해주었다.
역시 챗gpt는 내 절친이다. 키키키.
그런데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아이를 열려 있는 마음으로 살피겠다는 의미로 ADHD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이 있는 건지 아니면 성향 자체가 그런 건지 조금 더 세심히 살펴보겠다는 말을 했는데, 괜히 내가 'ADHD'라는 단어를 꺼냈나 싶었던 것이다.
닫혀 있지 않은 마인드로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아이를 바라보겠다는 마음이었는데, 내가 내 아이를 못 믿는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 같기도 해서 그 말이 두고두고 아프다.
주말 동안 우리는 등산을 갔다 오고 아이를 품에 안아 족욕을 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들을 늘리려고 노력은 하는데, 둘째는 100%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늘 조금씩 부족한 것 같아 짠하다.
큰아이도 보고 있으면 짠하다. 동생에게 밥을 먹이고, 샤워를 시키고, 손을 닦이고, 기저귀를 갈고, 옷을 입히는 모든 과정을 엄마가 챙겨주고 대신해주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큰 아이도 처음엔 "나도 해줘! 나는 왜 안 해줘?" 하는 서운함이 뚝뚝 떨어지는 발언을 몇 번 하고는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동생이란 그런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인 것인지, 나도 해줘라는 말에 크게 반응하지 않을 거란 걸 알아서인지, 아니면 아예 표현을 체념을 한 것인지는 몰라도 하루에 세 번 그랬던 것을 이젠 일주일에 한두 번 할까 말 까다.
이전과는 절대 같아질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나 또한 아이 또한 동생의 부재를 이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마음이 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째의 서운함과 둘째의 아쉬움과 나의 버거움은 피할 수 없다.
아빠는 무언가 지시사항(ㅋㅋ)이 떨어지면 웬만하면 다 이행(ㅋㅋ)하는 편이다.
근데 입을 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본인의 일만 열심히 하신다. 아침에 나가 하루 종일 일하는 '사장'으로 산다는 게 몸도 마음도 진이 빠지는 일이라는 것 인정하고, 항상 지쳐 있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아내인 나는 언제나 아쉽고 서운하다. 나 또한 가게 일을 함께 하고 있고, 늦은 오후부터 아이들을 혼자 육아하고 있으며, 집안 정리를 모두 맡고 있고, 춘삼이랑 놀아주기도 해야 된다.
춘삼이 감자 캐는 역할은 남편에게 억지로 떠넘겼는데, 그것도 힘든 날에는 한 번씩 빼먹기도 한다. 그 외 춘삼이 간식이나 사냥 놀이는 내 몫이다. 발톱 정리, 귓속 청소, 몸 기름때 제거와 같이 고양이를 케어하는 일도 다 내가 담당이다.
심지어 지금 집 안을 보면 정말 진정한 난리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읽던 책은 너무나 널브러져 있다. 물론 땅에 책을 깔아놓고 오며 가며 계속 책을 보는 것은 추구한다. 다 좋지만 그것도 오래 두면 사실...... 책 위에 먼지가 쌓인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공감하실 테지만 정말...... 청소기를 돌려도 아이들은 곧 부스러기를 흘리고 장난감 정리를 한다고 해도 돌아서면 다 쏟아져 있다.
빨래도 입었던 옷, 안 입었던 옷 구별해서 제자리에 놓는 아이가 오히려 둘째 밖에 없다.
(왜냐하면 둘째는 자기의 빨래통이 따로 조그맣게 마련되어 있고 거기에다 빨래를 넣고 칭찬받는 일을 아주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칭찬이 필요한 걸까?)
빨래를 개서 서랍이나 옷장에 넣는 일도 내가 하고 있다. 특히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기야말로 정말 옷이 정말 정말 쏟아져 나와 정리가 안 되는 그런 시점에 이르게 된다.
아직 차 트렁크에 실려 있는 튜브나 비치타월 같은 것들을 보면 '언제 치우나 두고 보자' 싶다가도 미련만 잔뜩 남아 있는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서글프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이 시점에서 쓰러지거나 입원을 하게 되면 이 집안 꼴은 누가 보게 될까?
절대로 큰 아이나 남편이 정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선 친정 엄마나 어머님이 보실 확률이 높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금방 내려놓는다.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닌 걸로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집안을 깨끗이 하지 못하고 생기는 족족 설거지를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엄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쓸쓸하다. 쌓여가는 설거지 앞에서 나는 처연하기까지 하다.
두 아이는 나름 잘하고 있지만 나는 만사가 귀찮으며 버겁고, 술을 즐기는 남편은 나에게 매일매일 걱정을 주고 있다. (내가 사서 걱정하는 걸지도 모른다)
나를 위해 평일 낮 빈 시간을 이용해 좋아하는 일을 짬짬이 챙겨서 하고 있다.
찔끔찔끔 내리는 비처럼 애써서 적시고 있지만 해갈되지 않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알고 있다.
남편이 그랬다.
첫째가 요맘때 우리 되게 힘들었어.
둘째가 그런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거니깐 조금만 힘내자.
그 말은 정말이지 따뜻했다.
내 마음을 적시기에는 너무나 미약했다. ㅋㅋㅋ
그래도 이 또한 지나가겠지. 지나가고 있겠지.
우다다 하는 춘삼이가 내 앞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그래 항상 끝 마무리는 파이팅으로 끝나야겠지.
역시 역부족이다. 배가 고프다.
일단 무엇이라도 좀 먹고 다시 생각해 보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가을이 깊어질수록 두 딸은 서로에게 물들고 있다는 것이다.
(우걱우걱 내가 문제인가, 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