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울 7살 나는 딸둘맘의 금메달을 향한 꿈
‘둘째 낳을까 말까 하고 고민만 하다가는 큰 애가 대학가서도 둘째를 고민하게 된다'
그 말이 무서웠다. 그래서 큰 딸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둘째를 낳았다.
삼 남매 맏이로 살아온 나는 거칠지만 든든한 둘째 남동생, 그리고 세상 제일 따뜻하고 말랑한 막내 여동생과의 관계가 K-장녀 내 자존감 그 자체인 사람이다. 그래서 신혼여행 떠나는 길에 셋을 낳자고 남편에게 넌지시 이야기했었다. 남편은 여동생이 하나 있는 남매라 하나 아니면 둘이 좋다고 했지만 난 들은 체 만 체했다. 속으로는 남동생과 두 살 터울이라 참 많이도 싸웠기에 세 살 이상 터울을 두자며 되뇌고 있었다.
하지만 세 살 터울이 지는 당시 하던 일에 대해 한창 재미를 느끼고 있었고, 그만큼 쌓여가는 경력도 놓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컸다. 큰 마음을 먹은 뒤 집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기어코 공부방을 열었다.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가 닥쳤고 남편은 작은 방황을 했기에 둘째는 잠시 안드로메다로 보내두었다.
경제적으로도 그렇지만 정서적 여유가 없었다. 공부방 아이들을 케어하느라 내 딸조차 안중에 없었다. 아빠와 4년 동안 저녁을 보내면서 부녀 지간은 돈독해졌을지언정 셋이 집에서 따뜻한 밥 한 끼 해 먹는 일이 드물었다. 아이에게 늘 미안했고 엄마로서 자신감은 늘 바닥이었다.
주말은 늦잠 자다가 외식하거나 나들이나 캠핑 다니는 일이 잦았다. 사실 캠핑족이 된 이유도 아이가 좋아했기 때문이다. 남편도 나도 E 성향의 사람들이라 나갔다 오면 몸은 피곤해도 에너지가 충전되고는 했다. 그러다 우리 가족의 미래에 대한 계획이 구체화되고 확신이 생기면서 둘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럼 터울이 얼마야? 끄악- 7살 차이?!
그래도... 생각해 보면 막내랑 나랑 9살 차이 나는데도 지구상에서 가장 위로가 되는 존재니까. 큰딸을 위해서라도 낳아주고 싶은데. 아들이면 대를 이어 좋고 남편이 덜 심심해서 좋고. 딸이면 엄마 입장에서도 좋고, 큰딸에게는 더 좋을 거고. 그래 낳자! 낳아보자!!
남편을 아주 조심조심 가스라이팅(?ㅋㅋ) 하며 설득했고 계획을 세웠다. 계획은 2022년 9월 일을 관둔 직후에 둘째를 갖고, 2023년 중순에 낳아서 후반기엔 남편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다. 계획보다 조금 늦춰졌긴 하지만 2023년 새해가 되자마자 둘째가 찾아왔고, 신혼 때부터 살던 집을 정리한 뒤 3월,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왔으며 첫째는 무사히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공부방 일할 땐 상상조차 못 했던 일들이 순식간에 우르르 일어났고 내(엄마) 바람대로 입학 초반에 아이 곁에 있을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일이 잘 풀려서 6월에 남편 사업을 시작했고 열심히 도와주는 와중에 갑작스러운 양수 파수로 8월에 조산을 했다. 그리하여 터울이 7살 나는 딸둘맘이 되었고, 지금은 신생아와 초등학교 1학년 사이에 껴서 눈치껏 부지런히 살고 있다.
아들 둘은 목매달, 딸 하나 아들 하나는 은메달, 딸 둘은 금메달이라는 말이 있다는데. 과연 내가 갖게 된 '자매'라는 낯선 이 단어가 금메달일지 아닐지 한번 잘 지내보자고 마음 먹는다.
자매님들,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