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열림> 이야기
2022년 12월 유치원 엄마들(언니, 동생들)을 모아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아파트 단지 뒤에 있는 큰 도서관에 독서동아리방 사용 조건에 대해 문의한지 5년 만이었다. 새해 1월부터 책을 열자! 하여 모임 이름은 <책열림>으로 지었다. 드디어 도서관에 동아리 등록을 하고 동아리방 사용을 허가받았다. 그리고 독서동아리 지원센터에 정식 등록을 마쳤다. 그렇게 1월 13일을 처음으로 모임을 의기양양하게 시작하였건만...... 1월 말에 둘째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입덧을 장착한 채 2월 두번째 모임을 했고, 모임원들에게 임신을 공개했다. 많은 축하와 응원을 받았지만 마음 한켠에는 '그렇게 손꼽아 바래왔던 독서모임을 이제야 시작하게 됐는데 이게 뭐람. 미안해서 어쩌지. 이어갈 수 있을까. 공백이 생기기 전에 언니들에게 인수인계를 다 해야할까. 괜히 만들어서 피해만 주게 됐네. 아흑 속상해.' 난 혼자 저 멀리 있는 걱정까지 다 끌어모아 했지만 팀원들은 '그럼, 괜찮다, 이어갈 생각이 있다면 상관없다, 오히려 하늘이 주신 아기니 축복해야한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따뜻한 말만 노다지 해주었다.
우리가 책을 선정한 방식은 그날 그날 모인 자리에서 5분동안 검색하여 각 1권씩 후보 책을 내놓고 투표를 하여 다수결로 다음 책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했다. 취향과 관심사도 달랐고, 책을 읽는 방식(한권을 천천히, 여러권을 동시에, 실용서만 읽거나 에세이만 읽는다는 등)도 다 달랐기에 우선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우리가 한 일들과 읽은 책을 나열해보겠다.
2023년
1월 좋아하는 책과 읽고 있는 책 이야기
2월 <빵으로 읽는 세계사> (이영숙)
3월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신현림) 1번째 시간, <손바닥 동시> (유강희)
4월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신현림) 2번째 시간
5월 <2023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6월 퍼스널 컬러 이야기 - 나에 대해 알아보기
7월 좋아하는 그림책 소개하기
8월 아이들 방학으로 모임 휴식
9월 <꼴> 1권 (허영만)
10월 지역서점 계롱문고 탐방
11월 읽고 있는 육아서 이야기
12월 <유진과 유진> (이금이)
2024년
1월 <아몬드> (손원평)
2월 <페인트> (이희영)
여기까지다.
사실 7월은 오픈한지 얼마 안된 남편 가게 돕느라 불참했고, 8월에 둘째가 태어나는 바람에 8,9,10월은 연거푸 빠졌다. '얼른 복귀해주세요.' 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행복함 가득 안고 11월부터는 줌ZOOM으로 참여했다. 두찌가 잘 자줘서 거의 끝까지 집중할 수 있었고, 아가를 이뻐해주는 언니들 덕에 행복했다. 이야기 나누고 생각을 듣다보니 제자리에 멈춰 있었던 내가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 것만 같았다.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해 읽을 책 선정법을 같이 고민했다. 공부방을 하면서 중등부 수업을 위해 가끔 성장소설을 읽었는데 청소년기에 고군분투 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고 글 속에서 많은 위로를 받은 기억이 났다. 성장소설은 상대적으로 일반소설보다 구성이 심플한 편이라 잘 읽히고,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아이를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냈고 모두가 좋다고 찬성을 해주셨다.
그래서 지난 해 12월부터 난 성장소설을 읽기로 마음으로 모았고, <유진과 유진> <아몬드>에 이어 이번달 선정 책 <페인트> (이희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엄마 입장에서 읽다가도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나'로 이어지고, '우리'가 '세상'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두 박자 늦게 남기는 기록이기에 우선 여기까지를 인트로로 해둔다. 성장소설로 장르를 정한 뒤로부터 모임때 주고 받은 책 이야기들을 남겨보려고 하는데, 기록이 끊기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당부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