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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영의 Sep 13. 2022

얼마든지 숨길 수도 있는 마음

-오늘의 기분, 130, 132-133쪽.

...그러나 무엇을 부인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갑자기 모든 것이 다 싫어졌는데, 물론 그날 밤 잠을 거의 자지 못한 까닭은 엄청난 코골이 파열음을 내며 저 혼자 잠을 자던 어느 뻔뻔한 남자 시인 때문이긴 했으나, 어쨌든 그럼 나는 왜 분노하는가와 관련해서 가만 생각해 보니 혹여 그들이 행하는 그 알량한 권력이, 흑은 대체불가의 능력이 내겐 없어서, 그래서 나는 저들을 질시해서 그러는 건 아닐까 생각을 해보기도 하였다. 전혀 아니라고는, 자신 있게는 말 못 하겠다. 

  누군가의 무엇을 비난하는 자는 그렇게 함으로써 비난의 대상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고 누군가 말했고, 영국의 철학사상가인 홉스는 “인간은 타인의 결함을 보고 웃는 존재”라고까지 말한 바 있는데, 그건 그렇다고, 나는 충분히 공감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래도 개새끼들이다. 다들 눈감아주고 침묵하니까, 이 시각에도 누군가는 견딜 수 없는 치욕을 견뎌내느라 끙끙거리겠지. 혹은 누군가는 스스로 목숨을 버릴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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