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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영의 Mar 07. 2024

불안과 함께 했던 날들

작년 일학기를 마지막으로 대학에서 정년을 했다. 말이 좋아 정년이지 전임은 훈장과 표창을 받고 남은 생애 동안 매월 연금을 받을 것이니 정년이란 평온한 휴식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그러나 나같은 비전임에게 정년이란 곧 실업을 의미한다. 훈장은커녕 그동안 고생했다늗 문자 하나 없었다. 비정규교수 노조도 조금도 다를 게 없다. 모르지 않았으니 그리 섭섭해 하지도 않았다. 도서관에서 팔요한 책을 대출 받아야 해서 퇴직교원 출입증을 신청하러 갔다. 알바로 일하는 학부생이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고 인사하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학교에서 물러난 이후 아주 다행스럽게도 외부에서 무슨 학술상을 하나 받고 연구재단 논문 지원사업에도 선정되어 올 여름까지는 그래도 읽고 쓰는 일로 연명이 가능하다. 그동안 대학 밖에서 인문학 강의도 많이 했는데 올해부터는 그것도 예산 때문인지 교육청과의 위탁사업이 종료되었다. 병영독서코칭 사업도 예산이 날아갔고 우수콘텐츠 지원사업 예산도 사라졌다. 이공계 연구예산만 그런 게 아니라 인문학 쪽 예산도 거의 사라졌다.


이제 뭘해서 먹고 살지? 불안에 잠식당한 나는 거의 매번 불면의 밤을 보낸다. 그런데 돌아보면 항상 그랬지 싶기도 하다. 그래도 기적없이 나는 잘 살아오기도 했으니. 나이 제한으로 일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절감하지만 단 하나 글쓰는 일에는 다행이도 정년이 없으니. 이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내게 남은, 가느다란 한줄기 빛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최근 매우 감동깊게 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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