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구국의 영웅
앞에서 살핀 것처럼 근대이행기 이순신 서사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는 신채호와 박은식과 이광수다. 신채호와 박은식은 작가라기보다는 민족주의 사학자인 만큼 그들의 이순신 서사화의 목적은 매우 명료하다. 그것은 국권 상실의 위기에서 이순신을 통해 극복해 보려는 작가의 정치적 무의식이다. 제임슨(Fredric Jameson)은 서술의 행위는 꿈과 같이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의 작용’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문학 텍스트는 마치 꿈과 같이 현실(역사)의 문제를 여러 가지 무의식의 전략, 곧 억압, 전위, 반복, 응축, 치환, 투사 등의 기제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신채호는 대한매일신보 주필로 활동하는 시기 『이순신전』을 썼다. 이순신이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조선을 구한 영웅이라는 점에서 그를 내세운 것으로 다음 인용이 그의 의도를 잘 드러낸다.
“그러나 그 시대가 가깝고 그 유적이 소상하여 후인의 모범 되기가 가장 좋은 이는 이순신이라, 이렇게 부패한 정치와 이렇게 이산된 인심에 무엇을 의뢰하여 국기를 회복하였는가? (중략) 우리 이순신 공의 공로를 이에 알리로다.”(「수군 제일 위인 이순신」, 대한매일신보, 1908.6.11. 김주현, 516쪽에서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