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욕망 : 욕망의 전시와 소비
박상영은 단편「강원도 형」의 모티프를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장편소설『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가져와 강원도를 배경으로 한 게이 서사를 선보인다.『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진 청년 ‘도리언 그레이’가 있다. 어느 날 그는 화가가 그려준 초상화를 보고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는다. 그러자 초상화 속 도리언 그레이는 추하게 변해가는 반면 도리언 그레이는 이십 대의 아름다운 얼굴 그대로 쾌락에 빠져 살아가게 된다. 결국 도리언 그레이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한 채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르게 된다. 나중에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위하여 그 초상을 파기하려고 단검으로 찌르지만, 그것은 또한 자신을 찌르는 것이 되고 만다. 쓰러진 그의 시체에는 노쇠와 추악함이 몰골사납게 나타난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박상영 단편「강원도 형」에서 ‘나(도이언)’는 강원도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강원도에 가려는 까닭은, 강원도에서 ‘형’을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 ‘형’은 강원도의 한 소도시에서 회사를 다닌다고 하는, 178에 80, 서른다섯의 남자다. 고작 인스타그램에서 쪽지를 주고받은 사이기는 하지만 문제 될 건 없다. 나는 언제나 그런 방법으로 누군가를 만나 섹스를 해왔으니까.
그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고등학교 이 학년 수학여행 때의 일을 상기한다. “174에 80킬로, 무쌍의 낮은 코, 이마와 뺨에 골고루 여드름 흉터를 보유하고 있는 지독히도 찐따 같았다.”(85쪽)고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을 규정한다. 그는 그때 자신은 “그림자만도 못한 존재였으며, 있으나 없으나 별 상관도 없이 그저 발치에 조용히 고여 있기나 하는”(86쪽) 무가치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사랑을 받고 싶었으나 사랑을 받는 방법을 몰랐고, 사랑을 받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86쪽)고 했다. 그래서 그때의 욕망은 단 하나, 대단해지고 싶었고, 특별해지고 싶었고, 욕망의 대상이 되고 싶었다.
그러니까 그는 지금 자신이 왜 게이가 되었는가를 나름대로 해명하는 것인데,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성적 정체성이 게이였기 때문에 타인들에게 외면받은 게 아니라 자신의 신체, 외모에 대한 스스로의 비하가 문제인 것으로 이해된다. 그래서 그가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대상은『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나오는 인물,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진 청년 ‘도리언 그레이’일 것이다. 그렇다면 강원도에 가서 만나게 된 ‘형’은 어떤 인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