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과 클리세(Cliché)

by 심영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누구라도 예외 없이 자본의 논리, 자본의 그물에 갇혀 있음을 보다 선명하게 그러나 한편 우화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 보편성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 그러나 한편 착한 사람은 결국 상을 받게 마련이라는 저 흥부의 법칙 혹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칙, 그러니까 일정하게는 클리세(Cliché)가 여전히 먹힌다는 생각. 구슬치기 게임에서 파트너가 된 새벽과 지영, 누구 한 사람은 죽어야 하는 상황에서 새벽(정호연)에게 일부러 패한 지영(이유미)이 남긴 말, “같이 해줘서 고맙다”는 말에 나도 단 한 번, 울컥했으니.


JT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인간 실격》은 시청률이 높지 않은 듯. 그럴 만도 한 것이 얼마간 칙칙한 모습들을 느린 템포로 보여주고 있으니 사람들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 이들의 삶의 이면을 외면하고 싶은 거겠지. 마치 수필의 독자가 생활에 대한 활기를 되찾을만한 약간의 자극은 허용하지만 몸 전체를 바짝 긴장시킬 만큼 큰 자극은 부담스러워하는 것처럼. 그래서 수필은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나 부조리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보다는 돌아보는 아름다움, 현재의 안정을 전제로 한 아름다움, 따라서 과거가 현재의 위안이 되는 아름다움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현실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거나 현실을 견뎌낼 힘을 주는 정도에서 만족하듯이. 그래도 나는 《오징어 게임》보다 더 현실적인 모습들, 모두 다 외로워하는 인물들이 가슴에 남아서 《인간 실격》을 끝까지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