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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예희 Apr 11. 2017

25. 코임브라 대학교오오

비 내리던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과연 오늘의 날씨는 어떠할 것인가, 영험하신 구글님께 수줍게 여쭤본 후 그렇구려 끄덕끄덕 하며 아침 식사를 먹으러 가는데








숙박비에 아침 식사가 포함되어 있으니 1층 식당에 슥 들어와 보았어요. 어지간하면 숙소의 아침식사를 먹지 않겠다 주의인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희망을 품어봅니다.









그리고 1초만에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ㅋ 

아니 이게 맛이 없다 나쁘다 라는 얘기가 아니라 딱히 재밌는 메뉴가 없어서 아쉽다는 소리여. 마 비행기 마 열댓 시간 타고 마 포르투갈 왔는데 마 포르투갈 분위기 팍팍 나는 밥을 한 끼라도 더 먹고 싶은 것입니다.









미리 만들어 놓은 커피, 영혼 없는 빵, 국적 불명의 치즈와 햄 같은 건 꼭 이 나라 아니더라도 먹을 수 있는 거잖아요... 라고 말하며 네 접시 먹은 1인. 아흐흥 배불렁









어젠 코임브라가 눈에 익지 않은데다 비까지 주룩주룩 내려 정신이 1g도 없었는데 호호 그래도 하룻밤 잤다고 이젠 조금 익숙합니다. 

숙소 뒷편, 구시가지가 시작되는 지점엔 아담한 광장이 있고 배바지 오빠의 동상이 딱 서 있어요. 이 광장을 라르고 다 뽀르따젱largo da portagem이라고 하는데 뽀르따젱이 뭐냐면 그니깐 요금 수납소, 돈 걷는 곳, 뭐 그런 뜻입니다. 옛날엔 요 광장에서 타 지역과의 무역품에 매겨지는 세금을 징수했었대요. 그래서 이름이 돈내놩 광장이 된 것임. 

그럼 배바지 오빠는 누구냐, 왠지 문학하는 오빠 아닐까 싶지만 실은 19세기 포르투갈 수상이었던 조아킴 안토니오Joaquim António de Aguiar입니다. 신트라의 페나 궁전 있죠? 여왕 도나 마리아 2세Dona Maria II와 동 페르난도 2세Don Fernando II 부부가 합심해 지은 알록달록 궁전요. 그 시대에 수상으로 일했던 사람이여.







구글님께서 점지하시길 오늘 오전은 맑겠으나 약 11시경이 되면 날씨가 지랄을 시작할 것이라고 합니다. 코임브라의 주요 볼거리가 관람객을 받기 시작하는 시간은 9시 30분~10시니 자자 잽싸게 움직이자 하며 부른 배를 부여잡고 밖에 나왔어요.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네...









가 아니라 일요일이라 영업을 하지 않는 것임. 그래도 꿋꿋하게 문을 연 곳들도 있습니다. 바로 기념품 가게들 ㅎㅎ 포르투갈의 특산품인 코르크로 만든 가방과 모자. 기념품 가게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인데 제가 소색깔을 별로 안좋아해서 호호 코르크네? 하며 패스.









한편 코르크 엽서도 있습니다. 

문득 대만의 나무로 만든 엽서와 베트남의 라이스페이퍼 엽서 생각이 나는구만요. 라이스페이퍼 그니까 월남쌈 싸먹는 그거 있잖아요? 거기에 그림을 그려서 엽서로 만들었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왠지 베트남 스파이 영화에선 여기다 비밀 지령을 적어 보내는거 아닐까 했습니다. 내용 숙지 후 월남쌈 싸먹어서 증거 인멸 ㅎㅎ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것 같은 날씨. 상점가를 빠져나와 조금 걸으면 코임브라 대성당Sé Velha에 금세 도착합니다.









성당, 특히 그 지역을 대표하는 대성당을 쎄Sé라고 하는데 코임브라 대성당은 콕 집어 쎄 벨랴 라고 합니다. 벨랴Velha는 어르신의 여성형(그니까 어멋님 여삿님 할머님)이라고 하는구만요. 

근데 저는 지금 성당에 가려는 것이 아니라 쩌어기 저 너머 깃발 펄럭대는 시계탑 있죠? 저길 가려는 것임.








그 탑은 뭔 탑이냐, 코임브라 대학교Universidade de Coimbra의 탑인 것입니다. 요 좁은 골목으로 슥 들어가 언덕을 오르면 금세 도착하는데









허이고 담벼락엔 낙서가 가득하고









맥주집들도 주루룩. 역시 대학가는 대학가구만요. 그나저나 포르투갈 사람들의 수페르복super bock 사랑은 증말 대단한거 같어...









그런 관계로 요 언덕길엔 유난히 맥주병 깨진 조각이 많으니 필히 샌들 대신 탄탄한 신발을 신으시라고 이 연사 강력하게 외쳐봅니다. 









근데 뭐 여기만 그런가, 코임브라 전체가 걍 언덕 언덕 언덕 지형인데다 바닥은 다 오도르도도르한 돌길이니 트래킹화가 필요할것 같지 말입니다. 









그렇게 쭈욱 언덕 돌길을 올라가는 중. 이놈의 도시는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둘 중 하나라 쌔가 빠질락 말락임. 

그나저나 허허 뭔가를 하지 말라는 표지판인것 같은데 스티커와 낙서로 뒤덮여 뭘 하지 말라는 건지 알 수가 없구먼. 스티커 붙이지 말라는 표지판인가...









라고 중얼거리며 오르다 보니 언덕 위, 조금 높은 곳에 평지가 두둥 나옵니다. 코임브라 대학교 입구에 도착했어요. 사진 좌측, 공사중 천막을 씌운 곳으로 들어가면 오오오래된 대학 건물 즉 구관이 나오는 것이고 그 주변에는 신관들이 서 있습니다. 근데 신관이라고는 해도 충분히 구관처럼 보이긴 함. 

각 신관의 상단에는 여기가 뭔 단과대 건물인지 표시가 되어 있고 그 앞에는 아마도 해당 학문을 상징하는 듯한 인물의 석상들이 서 있는데









누군지는 모르것지만 위엄있는 그분









그러나 그분의 발치엔 빈 맥주병이 두둥. 이눔시키들 ㅋㅋ









정문 왼편에서 입장권을 사갖고 요 안으로 쏙 들어갑니다. 입장료는 10유로야요. 

그나저나 대학의 정문은 뽀르따 페리아Porta Férrea 라고 하는데 뽀르따Porta는 문, 페리아Férrea는 철(쇠)를 뜻합니다. 공사중이라 실물을 보지 못하는게 아쉽지만 고 앞의 칼사다 포르투게사calçada portuguesa 패턴이 멋있으니 걔로 마음을 달래봅니다.







책을 잔뜩 쌓아두고 이것들아 공부해라를 외치는 듯한 그분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교복인 검은 망토 차림의 학생들이 저러고 서 있는 이유는 공강시간 땡떙이가 아니라 영업중인 것임. 눈치를 보니 가이드 투어를 권하는 것 같은데 되게 수줍어 하더라구요. 어제 시내 행사도 그렇고, 학생들이 학교의 기금 마련을 활발히 하네요. 

그나저나 저 교복 망토 소매에 구멍이 많을 수록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증거라던데(책 읽고 필기하고 할 때 마다 소매가 책상에 스칠테니) 왠지 수학의 정석이랑 성문 종합영어 옆면에 까맣게 때 묻은 부분이 얼마나 많은가 경쟁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내 책은 집합이랑 투부정사만 까맸었지...







멀리서부터 저긴갑다 하며 목 빠져라 바라보며 온 탑. 염소cabra라는 별명이 붙은 종탑인데 지금은 시계탑도 겸하고 있지만 옛날 옛적엔 요 종소리로 수업 시작과 끝을 알렸다고 해요. 

근데 왜 염소냐, 수업 끝 종이 울리면 상급생들이 우하하하 미친듯이 우루루 달려나와 신입생들을 쥐잡듯이 잡으며 괴롭혔던 관계로 신입생들은 요 종 소리만 들으면 마치 염소마냥 펄쩍펄쩍 뛰어 달아나 고런 별명이 붙은 것이라고 합니다. 할튼 꼭 공부 못하는 애들이 쓸데없이 군기에 목숨걸고 그려...







라고 쓰면 학생들이 화내겠지-.- 코임브라 대학교Universidade de Coimbra는 포르투갈의 왕 동 디니스 1세Dom Dinis I가 1290년 리스본에 설립했습니다. 포르투갈 최초의 고등 교육기관이자 세계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대학교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긴 역사. 

근데 이게 리스본 즉 나라의 수도에 딱 자리잡고 있으니깐 교회와 자꾸 충돌을 했던 거에요. 뭔 말이냐면 기세 등등한 중세 카톨릭 교회에선 교육을 종교의 발 아래 두고 싶어하는데 교육자와 학생들은 이게 뭔소리여 순수한 학문 건드리지 말라며 계속 저항. 결국 1537년 대학이 코임브라로 이전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코임브라 대학교가 포르투갈 유일의 고등 교육기관이었던지라 나라 곳곳은 물론 주변 국가, 포르투갈의 식민지에서도 그렇게 유학들을 많이 오고 그랬디야. 









그리고 그 무써왔다는 중세 시대에도 교회에 대항했던 학교답게 이곳 코임브라 대학교는 16세기 유럽 인문주의Humanismo의 중심지 역할을 했고 20세기에는 독재 정권에 대항해 혁명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락 스피릿이 살아있는 곳이구먼! 

입장권 살때 같이 받은 지도를 활짝 펴 보니 대학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우측 하단 출입구가 조금 전 통과한 공사중인 정문이고 좌측 하단 그러니까 제일 왼쪽 건물이 코임브라 대학교에서 가장 멋지다는 도서관이야요.  







바로 여깁니다. 이름하여 비블리오떼까 조아니아Biblioteca Joanina. 비블리오떼까Biblioteca는 도서관을, 조아니아Joanina는 바로크(시대, 양식)를 뜻하니 아하 이 도서관은 바로크 시대 혹은 그 이후 등 최소한 바로크 라는 용어가 나온 이후에 지어졌겠구만요. 

검색해 보니 18세기 초에 지어졌고 법, 철학, 신학 관련 장서를 약 30여만권 보유하고 있다 합니다. 아침 10시 땡 하면 문을 여는데, 관람 인원 제한이 있으니 가급적 일찍 가서 맨 먼저 둘러본 후 다른 곳들을 찬찬히 둘러보라는 론리 플래닛님의 조언이 있사와요. 아직 5분 전이네.








그리하여 잠시 언덕 아래 풍경을 바라봅니다. 이게 차암 고즈넉하고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동시에 그렇잖아도 세월의 흔적으로다가 반들반들하게 닳은 돌길이 빗물로 더 반들거려 매우 무서움 ㅎㅎ 여러분 제가 두 번째로 말하는 건데 코임브라에서는 쓰레빠 이런거 곤란해... 









그래도 비 온 후라 왠지 더 예쁘게 느껴져요.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들, 공부중인 학생들에게도 그럴까 아니면 매일 지겹게 보는 똑같은 풍경일 뿐일까.









시계탑이 10시 땡을 알려주자 도서관 문이 드디어 열립니다. 관람객이 많지 않아 아주 한가로이 여유있게 내부를 둘러보았어요. 사진 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데, 도서관 뿐 아니라 대학교 내부 대부분이 모두 그렇습니다. 

도서관 내부는 우왁 소리가 날 정도로 아름다운데, 실제로 저도 그렇고 거의 동시에 입장한 여행자들 모두 오! 아! 어어! 하며 절로 감탄사를 내뱉었을 정도에요. 검은 색과 금색의 화려한, 정말 화려한, '바로크 도서관'이란 이름이 딱 들어맞네 라는 생각이 드는 화려한 내부 장식과 어마어마한 규모의 장서. 







도서관 바로 옆에는 상 미겔(성 미카엘) 성당Capela de São Miguel이 이 있는데 하이고 이곳 역시 무척 화려합니다. 사진은 성당 외부의 마누엘 양식의 장식. 도서관이 검은 색과 금색이 대비되어 드라마틱한 느낌을 주었다면 성당은 그보다 더 찬란한 금색, 밝은 햇살 같은 느낌. 

직원에게 이곳 참 멋지네요 라고 감탄하니 마침 일요일이라 낮 시간에 미사가 있을 예정이라며, 관광객은 보통 미사 시간엔 입장 불가이지만 카톨릭 신자라면 미사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해 줍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부의 모습. 그러고 보니 부모님 집 근처 모 대기업 직원 연수원이 지은지 1년만에 외부 누수로 딱 요렇게 되었...









마누엘 양식의 배배 꼬인 밧줄 기둥. 도서관은 18세기 초에 지어졌으니 바로크 양식이고 성당은 16세기에 지어졌으니 마누엘 양식인 것이냐. 지금 보면 걍 다 고풍스럽고 멋지고 하여간 옛날거다 싶지만 알고 보면 나름 최신 유행 스타일이구만요. 









한편 내부 기잎숙한 곳엔 학생 감옥으로 사용했던 공간도 있습니다. 뭔가 옛날 이야기에 나올 법한 학생 감옥 ㄷㄷㄷ 지금은 카네이션 혁명 당시 코임브라 대학교 학생들의 활동을 담은 전시물들로 채워져 있더라구요. 그 외 실제로 학생들이 사용중인 도서관, 기념품 상점 등을 구경하는 중입니다. 사진은 기념품 상점 옆에 뭔가 안내문들을 다닥다닥 붙여 놓았길래 함 찍어봤시요. 









제가 94학번이니 어휴 어느새 대학교에 입학한 지 20년이 넘었네요. 마음은 여전히 학생인데 현실은... 친구들이 부장님 차장님 교숫님 학과장님임. 

20년 세월에서 뭘 배웠느냐 물으신다면, 음, 배우고 자시고는 잘 모르겠고 날 추워지면 뼈가 시리고 오래 걸으면 도가니가 조여온다는 변화는 확실히 알겠어요 오호호 이런 시부엉









저어쪽을 보아하니 교복망토 학생들이 단체 여행자들의 가이드 투어를 이제 막 끝낸 모양인지 단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제가 혼자 있어서인지 저에게는 딱히 권하지 않더라구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투어를 의뢰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해요. 설명을 들으면서 돌아보면 뭔가 더 보일 텐데.









그나저나 저 교복 망토는 사진발도 참 잘 받고 뭔가 느낌도 괜찮은게 은근히 아니 대놓고 탐납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 마법학교 학생들 교복과도 느낌이 비슷한데, 작가 조앤 롤링이 원고를 쓰면서 포르투갈의 특정 건물 장식 디테일이라던가 요런 의상 디테일 등을 참고했다고 해요.









그분들 옆 계단으로 살살 올라가









내부 구경중. 오래된 강의실이며 회의실, 무대(무언가 발표하거나 공연하는데 쓰인 듯) 등을 돌아보았습니다. 이쪽도 물론 내부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직원에게 바깥 창문쪽 복도는 괜찮냐 물으니 웃으며 끄덕끄덕 해 주길래 기념 삼아 한장 찍고









붉은 지붕들을 내려다 보며 아 맞아 여기 오느라 언덕을 쭉 올라왔지 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까 숙소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꽤 흐렸는데 어느새 새파란 하늘.









이 중엔 하숙집도 있겠고나.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라던가 빌헬름 마이어 포레스터의 <황태자의 첫사랑>에 나올법한 하숙집요. 고런게 또 로망 아니것습니까.









그나저나 요 염소 탑cabra을 올라가 보지 못한 것이 아쉽구만요. 비가 오는 관계로 개방하지 않는다 합니다. 이미 그친지 오래고 하늘이 이렇게 맑지만 어흑 어쩌것습니까. 아쉬운 대로 요렇게 한번 올려다 보고

 






잘봤시요 좋았시요 인사를 남기고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옵니다.








별 모양 같기도, 나침반 형태 같기도 한 칼사다 포르투게사 패턴. 

무엇이 되었든 내가 갈 방향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 앞으로 가자.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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