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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hea Nov 12. 2015

제4화. 운동 중독녀의 일상

천둥 번개와 호피 원피스, 그리고  느닷없는 손길

후덥지근하고 끈적거리는 바람이 부는 여름 날 저녁



너무 더워서 방에서는 도저히 공부를 할 수가 없어 샤워를 간단히 하고 베란다에 놓아 둔 책상에서 공부를 시작하려는 찰나


[달혜씨, 혹시 운동 안 할래요?]


'이미 운동하고 샤워까지 다했는데.. 근데 운동은 하고 싶다..'


[지금요?]


[네, 지금 체육관에서 운동할 건데 몇 명이 올지 모르겠는데 달혜씨도 시간 되면 오세요~]


'아.. 다행이다. 혼자 하는 건 아니구나. 공부도 집중 안되는데 가서 땀이나 쭉 빼고 올까'


[그래요, 그러면 체육관으로 갈게요]



원래는 공식적인 수업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남 눈치 볼 것도 없고 평소에 잘 안 입는 반바지와 나시티를 걸치고 끄적끄적 체육관으로 향했다

4층으로 들어서니 시끌한 일렉 음악 소리와  줄넘기하는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끼익



"아~달혜씨, 어서 와요. 저 먼저 운동하고 있었어요~"


"아.. 네.."


'뭐야, 사람들 왜 한 명도 없어, 나 낚인 건가, 그런 건가'



우선 가볍게 몸을 풀고 줄넘기와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둘 밖에 없어서 그룹 트레이닝은 못하고 서킷 트레이닝을 제안했다. 왕복 달리기 10번, 스쿼트 100번, 케틀벨 500회 총 3라운드



"헉헉-"


"하~ 3 라운드 드디어 끝냈어요, 윗몸 일으키기 마무리하고 갑시다~"



운동을 하다 보니 두 명이 있던 세 명이 있던 상관 없어졌다. 땀 흘리는 쾌감과 토요일 저녁에 아무도 없는 빈 시간에 운동을 하고 있으니 짜릿한 느낌 마저 들었다

어느새 창밖에는 천둥을 동반한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우르르쾅. 쏴아-



얼굴이 벌게져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비 오는 날 밤, 윗몸 일으키기를 이렇게 미친 듯이 하고 있는 우리 둘을 보고 있노라니 웃음이 새어나왔다



"저기.. 저희 되게 웃긴 거 알아요 지금? 운동에 미친 것 같아요.. 하하"


"네.. 저도 알아요. 남들 불토 보내는 시간에 저희는 열 운동하고 있네요, 그래도 운동 같이 하니까 좋네요~ 초대해 주셔서 고마워요"


"어? 근데 오늘은 자전거 안 가지고 오셨나 봐요?"


"네~ 달혜씨랑같이 가려고요."


'윽.. 얼른 집에나 가자, 모른 채 하자, 끝까지 그냥 모른 채 하는 거야, 서달혜! '




남자와 단 둘이 한 첫 운동.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것 나의 크나큰 오산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아는 형이 동네 근처로 와서 간단하게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 데 기연 씨에게 문자가 왔다


[달혜씨, 시간 되시면 운동하실래요?]


[그래요. 조금 있다가 갈게요, 지금 나와있어서요]


"형~ 미안한 데나 동네까지 좀 태워다 주라, 나 운동하러 갈 거야, 헤헤"


"야.. 이 미친 운동중독녀야, 운동 좀 그만 하고 즐기면서 살아. 지지바야, 그렇게 살다가 남는 거 없다?"


"괜찮아. 나한테는 운동이 남는 거고 운동이 유일한 친구니까"


"아오.. 이 운동 덕후, 그래 , 태워다 줄테니까 가자"


난 운동 덕후 답게 항상 어딜 가나 반바지와 반팔티는 필수로 챙겨가지고 다녔다. 언제 어디서든 운동을 해야 했기에..

다만 그 날은 호피 원피스에 샌들이었고 운동화와 양말이 빠져 있었다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고 체육관으로 들어섰다



"아~달혜씨. 어서 와요~ 오늘도 저 혼자 운동해요"


'알아 인마. 난 오늘도 운동만 열심히 하다 갈 거다, 뿡이다'


취기가 살짝 올랐는지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고 줄넘기를 하는 데 정확하게 균형이 잡히질 않았다


"달혜씨, 무용하셨다면서요~ 저 스트레칭 좀 알려주세요"


"아.. 무용을 전공한 건 아니고요.. 그냥 조금 했어요. 스트레칭은 그냥 아플 때 계속 참으면 돼요, 근육이 늘어날 때 까지요, 여기 앉아보세요"


"다리를 이렇게-"


"으아아악!!!!!!!!!! 그만그만!!!"


"아플 때 참아야 한다니까요.. 이렇게 금방 수축하면 유연성이 안 길어져요"


"어? 근데 달혜씨,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 혹시 술 마시고 왔어요?


"네.. 원래 선약이 있었어요, 술을 평소에도 잘 안 마셔서 오랜만에 마시니까 조금 올라오네요"


"아.. 그럼 진작 말하시지.. 전 그런 줄도 모르고, 그럼 오늘은 그만 하고 갑시다!"


"뭐.. 그래요.. 조금 만 뛰다 가요"



살짝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흐르는 날씨 탓에 땀으로 다 젖은 옷을 그냥 입고 가기가 싫어졌고 간단히 샤워 후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같이 가요, 신호등까지요~"


"네.."


이 날도 역시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우산이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우산을 쓰기로 하고 키가 크니 자기가 우산을 받쳐준다고 한다.


신호등을 기다리고 서 있는데

갑자기 내 쇄골 쪽으로 들어오는 손



'엄마야! 이런 우라질'


"비 때문에 다 젖겠어요."


'요놈 봐라. 이거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네, 어리숙한 줄 알았는데 재수없구먼 이거!'


"아, 전 괜찮아요, 어차피 집에 가서 다시 샤워할 거라"


"이 우산, 기연씨 가지고 가세요~전 근처니까 금방 들어가거든요.. 아... 근데 호피 우산이라 좀 그런가.."


"크하하, 전 괜찮아요~달혜씨 어서 들어가요"



취기 때문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묘하게 열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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