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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hea Dec 26. 2015

제 5화. 당신의 섹스어필

Eletronic VS house Music or what?

난 사실 이상형이라는 게 존재하질 않는다. 

다만 취미가 비슷하고 무엇보다 음악적 취향이 비슷하면 그게 섹스어필과 맞먹는 위력을 가지는 거다.      


그리고 난 살면서  섹스어필하는 남자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장동건도 원빈도 현빈도 잘 생겼지만 연예인도 별로 관심 없었고 대장을 제외한 나머지 남자 사람들이나 남자 연예인들은 전부 아웃 오브 안중으로, 난 그렇게 살아왔다.



오히려 예쁜 여자를 더 선호하는 편으로, 전지현의 화장품 전신 포스터를 집에 들고 올 만큼 나의 여성 편력은 그러했던 것이다.        




체육관에 관장님이 엠프를 달아놔서 핸드폰 잭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성인 반에서는 기연 씨가 항상 시끌시끌한 일렉 음악을  플레이해놓고 있었다.



나도 내 음악 틀고 싶은데..       


그래서 오늘은 일찍 체육관으로 가서 미리 음악을 선수 치기로 했다.    

    

예상처럼 일등으로 도착.    



미리 골라온 하우스 음악을  플레이해놓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어 달혜씨, 일찍 와있었네요~"        


"네, 관장님 오늘 일이 조금 일찍 끝나서요~"    

          

엘리베이터 띵동 소리가 들리면 뭔가 몸이 간질간질해졌다.          


아.. 근데 기다리던 사람은 아니야,

        

그렇게 3 사람 정도가 더 오고 나서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났다.   

         

"어? 이거 누가 틀어놨어요?"           

 

"아~ 그거 달혜씨가 틀어놓은 거야"        

    

"와, 달혜씨도 EDM 듣는구나, 처음 봤어요, 여자가 듣는 거는"       

   

"전 정확히 일렉은 아니고 하우스 음악을 더 좋아해요"          


그 후로 30여 분 동안 UMF부터 시작해서 음악 얘기를  주고받았고 주변 사람들은 우리가 뭔 소리를 하는지 그냥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오~ 둘이 취향이 척척 맞네 그냥!"   


         

'넌 좀 닥쳐..'    


          

사실 여러 해 동안 하우스 음악 전파를 위해 여러 사람을 꼬드겼지만 아무도 걸려드는 사람이 없었다.   


여자는커녕 남자도 일렉 음악을 듣는 사람이 내 주변에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 음악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이 남자가 클럽 죽돌이 파는 아니고 진짜 음악 들으려고 혼자도 클럽 가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여태까지 내가 만났던 남자들 중 발라당 까진 사람은 있었지만 잘 노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뭘 하든 친구들이랑 하거나 나 혼자 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이 근처에 있었다니..    



음악적 취향으로 조금 마음이 열리게 된 나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고 만다.        





              


2주일 뒤        



[기연 씨, 항상 운동 같이 해줘서 고맙긴 한데 뭐 딱히 난 해줄 게 없고 영화라도 같이 보러 갈래요?]      

    

[좋죠!>ㅁ< 언제든 환영이에요~]        


[그럼 이따 저녁 9시꺼  예매해놓을게요]        


[ 네~ 이따 봬요]              



한참 인기몰이를 하던 로봇 영화를 예매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고 기연 씨는 급하게 왔는지 숨을 몰아쉬며 영화관으로 들어섰다.            



츄리닝이 아닌 회색 티에 하얀색 셔츠, 청바지   

         

'뭐...츄리닝만 보다가 사복 보니까 어색하긴 한데 그래도 봐줄 만하네'       

   

"팝콘은 제가 살게요~"          


3시간의 영화가 끝나고 같이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어색하기도 하고 난 대중교통을 타면 멀미로 잠이 쉽게 오는 인간이라 2명이 앉는 칸에 나란히 앉아 가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잠이 깜빡 들었다.      



버스가 코너를 도는 것 같았는데 분명 내 머리가 창문에 부딪쳐야 할 타이밍인데..    



쿠션 같은 게 머리를 잡아주고 있었다.     



차마 나한테는 손을 못 대고 내가 졸면서 머리를  여기저기 박고 있으니까 창문에 머리를 박지 않게 손으로 창문을 잡고 있었던 거다.        




'이 남자 뭐야.. 센스 있네. 이거. 그치만 이걸로 확실해졌어. 넌 바람둥이다!. 난 절대 걸려들지 않을 거야!!'

           



버스에 내리면서 가방을 다시 고쳐 매 주고 집 뒤 산책로에서 잠깐 앉아있었는데        

나란히 벤치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엉덩이가 간질간질해서 참을 수가 없었는데 내 시선이 정면으로 향하고 있어도 관자놀이가 타는 듯 뜨거웠다.          


"저 그만 좀 쳐다보세요. 얼굴 뚫어지겠어요"       

       

"아니요..달혜씨 너무 이뻐서요, 체육관에서 츄리닝입은 것만 보다가 이렇게 사복 입은 거 보니까 또 색다르네요"          


밤이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머리도 아프고 얼굴도 간질간질해져서 난 빨리 집으로 들어가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쿨함은 유지해야 했다.


"전 츄리닝이 편해요, 이제 사복 입을 일도 별로 없을 걸요, 전 이만  들어가야겠네요~"     

       

"그래요, 달혜씨~ 잘 들어가요, 오늘 영화 재밌었어요."             



           

이 남자랑 만나고 나서 바뀐 게 하나 있다면      

헤어지고 나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벽에 걸려있는 거울을 쳐다보게 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나의 마음은 조금씩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함으로 두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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