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씁니다
<디질 것 같아서>
솔직하게 쓰는 글이 에세이라잖아요
원래도 지나치게 솔직해서 친구가 없는데
에세이도 나 같아야 된다잖아요
그러니 물 만난 거지요.
모르는 독자님들, (이전 글‘멧돼지 콧김과 무심한 고목’ 참고)
제 민낯 좀 구경하시겠어요?
빚이 좀 있습니다.
그것도 카드 빚.
장기 카드 대출과 단기 카드 대출까지 끌어 모은
영혼의 합이 오천만 원 정도 되더군요.
어때요, 위로가 좀 되시나요?
제가 좀 더 낫다고요?
이런.....
그럼 좀 더 까 볼까요?
혼자 삽니다.
열 번 넘는 전신마취 수술과 왼팔 통증은
꾸준한 노동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깊은 산속, 편의점 알바 자리는 산삼보다 귀하고
비빌 언덕 없는 삶은 자꾸만 깎여 나갔습니다.
딸애는 다 컸고, 아쉬운 소리는 하기 싫고.
그럼 그만 죽을까?
어두운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다 코스피 5천 시대가 온다기에
용기 냈어요!
주식하는 게 죽는 거보다 낫잖아!
그런데 돈이 없잖아!
카드 대출이 있잖아!
대출받아 사업도 하잖아!
사업하면 임대료 내잖아!
대출 이자를 임대료라 치면 돼!
얼마나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발상인가요?
스스로 기특했어요!
작년 6월에 시작된 짝사랑 이야기랍니다.
난데없이 웬 사랑타령이냐고요?
하필 그 주식을 상고점에 만난 거예요.
과장된 거 알고 만나나요?
몇 년을 하강했으니 씩씩하게 올라갈 줄 알았던 거죠.
소위 전형적인 개미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거지요.
처음엔 천만 원
물타기 천만 원
물타기
물타기
그리고 망할 놈의 전쟁
지구 저편에서 무고한 사람이 죽어 가는데
무섭게 곤두박질치는 주가 때문에 애도의 마음이 사치는 아닐까 싶을 정도랍니다.
어젯밤은 그야말로 가까운 남한강을 가야 하나
복어를 낚으러 가야 하나 고민했어요
복어를 통째로 끓여 먹으면 자연스럽게 복어 독이 퍼질 테니까요.
장엄해야 할 죽음을 가볍게 다룬다고 욕하지 마세요.
제가 지향하는 삶의 마지막을 조금이라도 예측 가능하다면, 헛웃음 한 자락 남기고 싶거든요..
엄마가 난소암 말기에 입원 중이실 때
아흔은 족히 되신 옆 침상 할머니께 배운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 몇 발자국 안 되는 화장실을 종종걸음으로 힘겹게 가시더니, 문 앞에서 한숨을 푹 내쉬며 혼잣말을 하시더라고요.
“ 아이고, 드럽게 안 죽네.”
묵직한 삶의 비애를 농담처럼 하신 거지요.
유일하게 남은 ‘지독한 짝사랑 글쓰기’가 돈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른 작가님들처럼 멤버십 구독자가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 솔직하지요?
화수분처럼 샘솟는 이 결핍을 응원해 주신다면
복어 낚시 같은 칙칙한 그림 말고
여러분과 같은 꿈을 꾸겠습니다.
드럽게 안 죽고,
기어이 써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