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으면 유죄입니다.
주방이 덜그럭 거립니다.
짭조름한 생선 냄새가 납니다.
엄마가 가을 무를 넣어 해풍에 건조된 생선을 조리는 중이십니다.
" 이상하게 무에서 쓴 맛이 나네...."
대꾸하지 않고 흘립니다.
엄마는 혼잣말을 자주 하시거든요.
엄마의 혼잣말은 구별해야 합니다.
시키기 미안한 일은 혼잣말로 하십니다.
" 서리 내리기 전에 상추에 비닐 씌워 놓으면 봄에 일찍 먹을 수 있는데......"
이런 혼잣말엔 대답합니다.
"비닐 사러 철물점 다녀올게요."
저녁 식탁이 차려집니다.
" 어? 안 쓰고 맛있는데요?"
" 호호호~비법 양념 좀 쳤지!"
조미료를 감춰 두고 쓰시더라고요.
아마, 미원일 거예요.
입 짧은 딸아이가 조림 국물에 비벼 맛있게 먹습니다.
어쩌다 우리는 조미료를 대놓고 쓰는데 죄책감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엄마께 말씀드립니다.
" 엄마, 백종원 아저씨가 그러셨어요. 미원은 죄가 없다고요. 자기 아이들 음식에도 미원 넣는다고요. 그러니 비법을 당당히 밝히세요!"
삶도 그렇더군요.
씁쓸하고 팍팍한 모퉁이마다
위트와 합리화라는 조미료를 치지 않으면
도저히 삼킬 수 없는 날들이 있지요.
쓴맛 나는 무 같은 하루를 힘겹게 씹기보다
감칠맛 나는 농담 한 꼬집 뿌려
기어이 맛있는 하루를 만들어내는 것.
엄마의 미원은 죄가 없습니다.
삶을 맛없게 방치하는 것이 유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