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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al Young May 27. 2023

선택에 대하여

인생 처음 패디큐어 색상을 선택하면서 나는 인생을 배웠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제대로 된 선택을 할까? 잘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서 누구도 나에게 가르쳐준 적이 없다. 그냥 경험을 통해 다들 깨달아서 그 선택들을 하는 동안 무수히 깨지고 또 슬퍼하고 또 뿌듯해 하면서 선택의 역량을 키워 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손과 발이 예쁘지 않다. 어렸을때 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어머 손이 많이 못생겼네!!" 라는 말이다. 무심결에 사람들이 던진 말들에 상처 받았지만 어느 순간 부터 나도 모르게 내 손을 가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손을 지금 보다 조금 더 낫게 할 수 있을까? 지금 현재 상태에서 예뻐보이게 가꿔주었으면 되었을텐데 그러질 못했다. 그래서 못생긴 손과 발이 눈에 띄는 것이 싫어서 더 가리고 감추면서 매니큐어랑 패디큐어를 바르는 것을 거의 해 본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손에 돈을 써보자. 예뻐질때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네일샵에 가서 가장 위에있는 50만원 권을 과감하게 결제 했다. 그리고 네일샵에 가서 네일을 했다. 발은 가려지니 돈이 아까우니 네일만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네일샵에가면..선생님에게 늘 아무 색깔이나 해 주세요. 요즘 유행하는 색깔 해 주세요." 라고 말했다. 어차피 무슨 색을 발라도 내 손은 못생겼다는 생각에 늘 아무 색깔이나 발랐다. 네일을 하고 나오면서 나는 더 내 손을 싫어하게 되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들였는데..이렇게 예쁜 색을 발랐는데 내 손은 마귀할멈 손 같다 라는 생각만 들었다.

돈도 아깝고, 돈을 들여도 못생긴 내 손을 더 싫어하게 된 계기였다. 그러니..손을 더 막대했다.


그런데 어느날 내 손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내 손은 건조하고 주름이 많지만 내 손톱은 길고 예쁘고 반짝거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손은 건조한게 문제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핸드크림을 열심히 바르기 시작했다. 초등학생일 때 나의 손보다 지금 나의 손이 훨씬 젊고 예쁘다. 이것이 내 손을 사랑하는 첫번째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손에 잘 맞는 핸드크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만 고집해서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 반면에 발은 안보인다는 이유로 난 항상 외면해 왔다. 나의 발을. 그런데 문득 내 발도 예뻐지고 싶다. 여름인데 다른 사람들이 하는 패디큐어를 왜 난 한번도 하지 않았지? 그냥 한번 해 보면 될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디큐어"를 인생 처음으로 받아보자!  패디큐어를 처음 도전하는 것이라 말도 안되게 두근 두근 떨렸다. 그리고 5만원이라는 크지도 작지도 않는 돈에 대해 실패할까봐 너무 두렵다는 생각을 했다. 실패와 함께 밀려오는 그 실망감이 너무 싫었던 것 같다. 기존과 달라진 것은 "아무거나" 가 아니었다. 나는 빨간 패디큐어를 바를거야...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빨간색은 어떤 것이지? 라고 신중하게 고민했다. 발톱이 정리되는 동안 마음에 드는 빨간색 샘플을 내 손톱위에 대어 보며 나에게 어울리는 색은 어떤 것일까? 라는 고민을 하며 찬찬히 색상들을 살펴보았다. 그랬더니....신기하게 정말 내 손에 대어보았을때 내 손을 마귀할멈 손으로 만드는 색도 있지만...내 손을 좀 더 뽀얗게 예뻐보이게 하는 빨간색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빨간색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갑자기 보라색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보라색 몇개를 손에 대어 보았더니....내 손에 정말 찰떡인 연한 보라색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노선을 바꾸어 연보라색으로 패디큐어를 받았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내 발이 너무 예쁜것이다. 그리고 내 발을 본 옆에 언니가 "어머, 저도 저 색깔로 받고 싶어요. 색을 너무 잘 고르셨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정말 오랜시간 천대 받던 내 발을 보고 누군가가 저것처럼 해 주세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에 나는 무한한 감동과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면서 나는 참. 인생의 선택과 비슷하다 라는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 많은 것이 있을때 또는 자신이 없는 분야일 때 사람들은 선택을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렵거든. 어떤 것이든 별로일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더욱 더 선택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이 중에 나랑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뭐지? 나랑 잘 맞는 것은 뭐야? 이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치 이상형 월드컵을 하듯이 하나 하나 비교 하니....그 어렵던 내 발과 손에 어울리는 색상을 고르는 일이 너무 기분좋고 뿌듯하게 느껴졌다.  


이게 정말 별거 아닌 작은 일일 것이다. 누군가는 매주 패디큐어를 받고 새로운 패디큐어를 하는 것이 취미일수도 있다. 그런데 내 인생에 선택이 어려울 때마다 나는 내가 그동안 나의 손과 발을 방치하면서 제대로 가꾸어줄 수 있는 선택을 못했던 나를 생각하며, 내가 이 모든 과정들을 겪어내면서 내 발에 찰떡인 연보라색을 선택해서 얻게 된 이 뿌듯한 감정을 가지고 난 더 나은 선택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의 이 경험이 누군가의 선택에 도움되길 바란다.


내가 알게 된 "선택이라는 것은" 말이야..

"나"를 아는 것이 첫번째다. 그리고 나를 아끼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아낀다면 말이야 나에게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의지라는 것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나면 나와 잘 맞는 것을 하나 하나 맞추어봐야 한다. 그것은 해 보는 방법밖에 없다. 경험이라는 것...보고 듣고 느끼고 그러면서 비교하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모든 것이 나와 잘 맞거나 잘 안맞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나와 맞는 선택을 최종적으로 하는 것이다. 물론 선택을 잘 못 할 수도 있다. 그러면 똑같은 과정을 다시 하면서 선택을 다시 하면 된다. 왜냐하면 선택의 기회는 무한히 많을것이기 때문에. 인생이라는 것에서. 그리고 이렇게 선택하고 나면 두렵지만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원망하지 않고 책임이라는 것을 지게 되고 다른 선택을 하기 위한 또다른 도전을 하게 된다는 것.


5만원짜리 패디큐어의 색이 잘 못 선택되면 나는 다른 색을 다시 똑같은 방법으로 해 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두려움을 극복했다. 말도 안되게....이것이 두렵다니..라는 생각이 들지만..밀려오는 나의 발에 대한 실망감! 역시 나는 안돼! 라는 실망감이라는 감정을 겪을까봐 두려운 것이다. 실제로 나의 가장 큰 외모 컴플렉스를 극복하는 가장 두렵고도 뿌듯한 순간이었다. 만약 내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나는 패디큐어를 또 한 번 해 보면 되니까. 50만원으로 아무거나 라고 이야기 하는 순간보다 단 한번의 5만원이지만 나는 정말 좋은 선택을 했고 기억에 남는 뿌듯한 순간이었다. 내 발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올해 여름은 남들보다 더 빨리 샌들을 꺼내어 신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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