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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al Young Jun 12. 2023

폭식증 그리고 과유불급 - 1

나는  음식도 관계도 폭식증을 앓았던 것 아닐까?

어렸을 때 부터 건강한 체질이었던 나는 그렇게 마른 적이 없었다. 이미 초등학교 6학년때 여자들이 가장 갖고 싶어한다는 몸무게인 48킬로 였는걸 뭐!!! 나는 건강했지만 단 한번도 뚱뚱해 본 적은 없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제시 하는 마른 몸이 아니었을 뿐.


나는 꽤 오랜시간 동안 폭식증을 앓았다. 처음 시작은 고등학교 때 였다.


어렴풋이 음식을 먹지 않은 다음날 붓기가 빠져서 아침에 얼굴이 헬쓱해지고 헬쓱한 얼굴을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예뻐지고 싶은 욕구와는 다르게 학교 수업이 끝나고 야간자율학습(우리때는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이 끝나고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오면 나도 모르게 무언가(탄수화물)를 그렇게 찾아가며 먹던 시절이었다. 살은 찌고 몸은 붓고 운동은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집중도 안되는 공부를 하겠다고 책만 보면서 계속 먹을것만 찾아 헤매던 시절이었다. 아마 우리 때의 모든 여고생들이 그러했을 것이지만...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을 먹는데 "너무 맛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미역국을 그 자리에한 솥을 먹었다. 미역의 특성상 계속해서 뱃 속에서 불어나니 불편해서 토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화장실로 달려가서 다 개워냈다.


처음 느낀 감정은 상쾌하고 시원함이었다. 먹고 토하면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다 먹고 그리고 빠르게 비워낼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나의 폭식증은 시작되었다. 의학적으로 정신과적인 지식은 없지만 나의 경험으로 보면 폭식증만 올수는 없는 것 같다. 거식증과 폭식증은 같이 오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렇게 폭식을 하고 나면 한동안 먹고 싶은 생각과 욕구가 사라지고 배가 고파서 핑 돌때 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게 되거든.


그 이후로 나는 다이어트를 해야하는데 많이 먹었다고 생각하거나 어떤 감정적인 스트레스를 받아서 음식이 먹고 싶어지면 정말 많은 양을 먹어치우고 그것을 견딜 수 없어 다 토해내고를 반복했다. 무려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나는 이러한 나의 행동에 남 모를 죄책감이 있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이 폭식증상은 한 달에 한 두번 정도? 아니 두 세번 정도? 나타나거나 스트레스가 없으면 그냥 넘어가는 달도 있었으니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정말 괜찮았던 걸까? 20년 동안 이렇게 살아온 나는 정말 괜찮았던 걸까라고 물어보면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정말 신기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내가 그저 평범한 매우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사람들의 작은 말에도 흔들렸고 나를 비난했고 그리고 이것은 폭식 증상으로 귀결되고 그리고 토하는 내 모습을 보며 끔찍하다고 생각했으며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 앞에서 웃는 내 모습을 보며 나를 무서워 하는 감정까지 느꼈다. 가면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무서우니까. 나는 옷 사이즈와 체중계의 숫자에 집착하며 다이어트를 했고, 비싼 옷과 비싼 가방을 들면 더 나아질 것 같은데 돈이 없음을 한탄했고 그리고 사람들이 하는 작은 놀림, 비난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다 나를 비웃는 것 같은 생각에 거울 속 나에게 한없이 욕하고 비난하며 폭식증을 무한 반복 시켰다.


이것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치려고 생각을 해 보지 못했다. 심리적인 문제이던 심각한 다이어트에 강박이던.....그것과 관계 없이 난 여러모로 평범함이라는 기준 선에 있는 사람이었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난 여러모로 평범함이라는 사람들이 맞추어 놓은 숫자들 속에 있었을 뿐이지 나 스스로에게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혹시 나와 같은 경험을 겪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것은 병이다. 그리고 이 병이 치료 되면 삶과 나를 대하는 태도를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 겪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겪고 있다면 치료를 빠르게 하면 할 수록 더 좋다.


내 폭식증은 3년 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난 어떻게 폭식증을 그만두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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