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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이 Jan 15. 2024

모닝 페이지를 60일 넘게 썼더니

'모닝 페이지'가 도대체 뭐야?

모닝 페이지를 쓴 지 60일이 넘었다. ‘모닝 페이지’가 도대체 뭐길래 다들 좋다고 하는지 궁금했고, 나에게도 그 ‘좋음’이 적용될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딱 3일만 써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두 달을 넘게 썼다. 나는 모닝 페이지 덕분에 널뛰는 감정을 많이 갈무리하고 다양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참고로 모닝 페이지란, <아티스트 웨이>의 저자 줄리아 카메론이 제안한 방법으로 매일 아침 A4사이즈 노트 3쪽을 직접 손으로 써서 채우는 일을 말한다. 가능하면 일어나자마자, 의식의 흐름을 따라 무슨 내용이든 써야 한다. 배우자나 가족을 비롯한 그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고 오로지 나만 보기 때문에 제한 없이 무슨 말이든 적을 수 있다. 저자는 이 행위가 우리의 창조성을 회복시키고 새로운 목표와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나는 직접 손으로 쓰라는 말을 제외한 모든 안내 사항이 부담스러웠다. 아침에 일어나 쓰라는데, 내가 일어나는 9시-10시 즈음을 아침이라고 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 같았기 때문이다. 일어나자마자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A4 3쪽을 채우는 일 또한 완벽한 압박으로 느껴졌다. 나는 화가 풀리지 않거나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을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기를 쓰곤 한다. 모닝 페이지에 관심이 생겼을 당시 내 안에 어떤 불편한 감정이 존재하고 있었고, 이 감정이 약 4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에 부담스러움을 이겨 내고 한번 써 보기로 했다. 대신, 아침이 아니어도 좋고, 노트 크기는 B5 정도로 하며, 1쪽만 채워도 되는 걸로.



생각보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먼저 작심삼일이 60일 이상으로 이어졌다.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는 책 제목처럼, 나의 모습이 드러나기에 매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는 말은 추한 얼굴과 사랑스러운 민낯을 모두 보게 된다는 뜻이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자유롭게 적다 보면 나의 감정과 생각, 욕구, 두려움이 고스란히 기록된다. 나는 생각보다 분노가 아주 많고, 동시에 다정한 모습도 충분한 사람이란 걸 매일 아침 쓴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모닝 페이지라는 안식처가 생겼다. 가끔 힘든 일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매번 하소연하는 것이 미안하고 신경 쓰여서 속마음을 완전히 터놓지 못할 때가 있다. 내가 흐린 얼굴을 하면 상대가 나의 눈치를 보게 되니까 애써 밝은 척 해야 할 때도 있다. 모닝 페이지는 나만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괜찮다’는 말로 얼버무리지 않고 화가 나고 슬픈 이유를 있는 그대로 적는다. 눈물이 쏟아질 수도 있지만 손으로 한번 슥 훔쳐 내고 펜을 이용해 종이에 꾹꾹 눌러 적고 나면 무척 개운해진다. 그렇게 노트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은 내게 새로운 시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의식과도 같다.


더불어 자신감이 생겼다. 써볼까 말까 생각만 하다가 일단 써 봤다는 사실 때문에, 끈기를 발휘해서 직접 손으로 노트 한쪽을 모두 채웠다는 사실 때문에, 좋은 습관을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감이 생겼다. 나에게도 괜찮은 비기가 있다는 생각이 나를 단단하게 세워준다. 번뜩이는 글감이나 창조적인 무언가를 발견해냈냐고? 그건 아니다(곧 생길지도 모르지!). 모닝 페이지가 말하는 ‘창조성’이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나를 깨우는 것이다. 천 만원짜리 사업 아이디어든 팔리는 글쓰기 소재든, 나를 제한하는 일에서 과연 무엇이 생성될 수 있을까?



모닝 페이지가 세상만사를 다 해결해주는 건 아니다. 아침에 노트를 열심히 채웠음에도 종일 기분이 좋지 않은 날도 있었다. 그러면 그런대로 잘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오늘의 모닝 페이지를 채우는 데 집중한다. 손바닥 뒤집듯 상황이 반전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준 것도, 모닝 페이지였다. 지금의 나를 돌보고, 더 나은 나로 만들고 싶다는 강한 의지와 욕구가 모닝 페이지를 쓰게 만들었다. 미래의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과 소망이 있기에 오늘도 기록을 하는 것이다. 나는 이 마음을 귀하게 여기고 싶다.



요즘 나의 화두는 ‘올어바웃액션(All About Action)’, 일단 해보는 것이다. 말이 쉽지 실천하기가 정말 어렵다. 그러나 바라는 것이 있으면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가급적 ‘올어바웃액션’의 태도를 가지고 도전하되, 버겁고 힘들다면 노력의 양과 기준치를 조정하고, 다시 시도해보기는 방법을 택하고 했다. 모닝 페이지의 규칙을 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B5노트 1~2쪽을, 가급적 일어나자마자, 아침 8시 즈음에 쓰고 있다. 100일 동안 쓰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모닝 페이지 잘 쓰는 법' 릴스를 확인하고 싶다면

https://www.instagram.com/reel/C1iqvRSxmjT/?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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