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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Nov 15. 2021

엘리베이터는 무죄

- 멱살 충동

엘리베이터에서 종종 기분이 상한다. 내가 타거나 내리기도 전에 ‘닫힘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1층 구석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경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걸어오는 발소리를 분명히 들었을 텐데도 급히 ‘닫힘 버튼'을 눌러서 올라가버리는 사람들도 꽤 많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낯선 사람과 함께 있으면, 그 좁은 공간에 어색하고, 무거운 침묵이 감돈다. 그래서인지 길어야 몇십 초 밖에 안 되는 시간이 꽤나 길게 느껴진다.   


그 심정을 알기에 이해하고, 신경을 안 쓰고, 무던해지려고 애쓰지만, 서운함을 넘어 화가 치밀 때가 있다.


특히, 스크류바와 꽈배기처럼 두 다리를 비비 꼴 정도로 화장실이 급할 때, 엘리베이터 안에 탄 누군가가 일부러 급히 ‘닫힘 버튼'을 누르고 올라가버렸다는 느낌이 들면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내가 생활신조처럼 여기는 말이 있다. '선을 행하면 당장 복이 들어오지 않지만, 악의 기운은 멀리 할 수 있다'


사실, 나도 신경이 예민하고, 짜증이 날 때 누군가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걸어오는 것을 알면서도 급히 '닫힘 버튼'을 누른 채 올라가버린 적이 있다.


왠지 그 순간, 나 자신이 속 좁고 옹졸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더 나빠졌다. 엘리베이터 안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이 측은하게 보이기도 했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이 “어진 마음 자체가 나에게 따스한 체온이 된다”라고 말했다. 


배려는 어진 마음에서 나온다. 어진 마음과 배려는 의미 없고, 쓸데없는 짓이 아니다. 귀찮고 번거로울 수 있지만, 복을 불러오는 행운과 행복의 마중물이다. 나부터 이 마중물을 마음속에 들이부어야겠다.   


누군가 나한테 “헛소리 해대지 말고, 너나 그렇게 살아!”라고 말하는 것 같은 환청이 들린다. 그래, 나는 그렇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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