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어 Nov 15. 2021

38광땡을 바라지 않는다

- 냉정해지기로 했다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넣을 때마다 38리터를 넣는다.


‘기름의 양을 속이는 주유소가 있으니 0으로 딱 떨어지는 것보다 다른 숫자로 끝나는 양만큼 주유하는 것이 좋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동네 주유소에서 매번 38리터를 넣으니 어느 날, 중년의 직원이 “왜 항상 38리터를 넣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대놓고 “당신들이 기름 양을 속일까 봐요” 차마 그렇게 말할 수가 없어서 “38광땡이 좋은 족보잖아요”라고 웃으며 둘러대었다.     


그랬더니 그가 “섯다 잘하시나 봐요?”라고 말했는데, 순간 눈이 반짝거렸다. 내가 손님만 아니면 “한 판 하자”고 말할 듯 한 표정이었다.




잘하기는 개뿔! 고스톱, 포커, 훌라만 하면 돈을 다 잃는다.


예전에 친구들과 재미로 노름을 할 때,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고 처음에는 따다가 결국 빈털터리가 됐다. 오죽하면 친구들이 ‘후원회장’, ‘협찬사’라며 놀렸을까. 그래서 노름을 아예 안 한다.


‘섯다’ 족보는 대충 알아서 ‘38광땡’처럼 ‘한 방 인생’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이야 간절하다. 그 간절한 의미로 기름을 38리터씩 넣는 이유도 있다.     


지금 현실은 ‘갑오’나 ‘세륙’ 정도나 될까. ‘망통’이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인생은 도박’이라는 말이 있다. 맞다! 그런데 ‘판돈’이 있어야 도박을 하든가 말든가 할 텐데, 이건 뭐 날마다 ‘오링’이니..... ‘38광땡’은 바라지도 않는다. ‘구삥’이나 ‘장삥’이라도 잡았으면.....




도박은 심리전이다.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 낮은 패로도 높은 패를 쥐고 있는 상대를 이길 수 있다. 그러려면 어떤 패를 쥐고 있더라도 냉정해야 한다.     


나는 그냥 이 모진 현실을 상대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게 냉정함이나 키워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어차피 인생은 통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