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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Nov 28. 2022

서울 강북, 리스펙트

- 서울은 칵테일 같은 도시

서울은 마치 시민들과 서로 밀당을 하는 듯 묘한 도시이다. 이 도시가 좋다가도 싫어지고, 싫다가도 좋아지고, 어느 날에는 또 훌쩍 떠나고 싶다가도 계속 머물고 싶어지는 곳... 


서울은 그렇듯 칵테일처럼 쓴 맛, 신 맛, 달달한 맛이 나고, 때로는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강남 예찬론자들이 많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강북에서 오랫동안 살아서인지 이곳이 훨씬 더 편하고, 정이 간다. 


강남 3구 중 하나인 송파구에서도 15년 가까이 살다가 3년 전, 다시 강북으로 건너왔는데, 이곳은 강남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정서적으로 아늑함을 준다. 


강북이 가장 아늑하고 친근했을 때는 그때였다. 강원도 화천의 최전방 부대에서 군 생활하다가 첫 휴가를 나온 4월의 어느 날... 


그날 지하철 2호선 시청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자 로맨스 멜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눈부신 햇살이 따사롭고, 거리에는 활기가 넘치고, 사방에서 새하얀 벚꽃 잎이 휘날리고, 제과점에서는 빵을 굽는 달콤한 냄새가 밀려왔다. 


부대 식당에서 맡았던 텁텁한 짬밥 냄새와는 클라쓰가 다른 황홀한 향이었다. 



그 순간, 그곳은 나에게 유토피아이었고, 무릉도원처럼 느껴졌다. 


첩첩산중에서 군 생활하다가 너무나 익숙한 도시로 다시 돌아오자 울컥해질 정도로 서울이 반가웠다. 



서울은 정신없이 번잡한 낮보다 한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깊은 밤이 더 아름답고, 친근해진다. 야경마저도 강북과 강남은 분위기가 다르다. 


강남이 심야에도 불야성이라면, 강북은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한 뒤에 숨을 고르고 쉬듯이 평온해진다. 


물론 강북에서도 홍대, 종로, 이태원, 장안동 등등은 불야성이지만, 내가 살았던 서대문구 북아현동과 지금 살고 있는 광진구 광장동은 번화가가 아닌 주택가라 자정이 넘으면 고요해진다. 



서울에서 살다가 귀농, 귀촌, 귀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이곳 서울을 떠나고 싶지 않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알듯 서울에서만 살아본 사람들은 특별한 사연이 생기지 않는 한 이곳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한번 살아보고 싶은 곳, 강릉과 속초, 순천, 제주 등등의 도시도 있지만, 그것은 간절한 희망 사항이 아니라 잠깐의 소망일 뿐이다. 


오늘, 어머니가 살고 계신 본가 북아현동에 들렀다가 강변북로를 달려 집으로 오는데 서울의 야경이 유난히 아름답고 친근하게 보였다. 


잠실대교의 조명에 비친 한강을 쳐다보자 잔잔하게 출렁이는 물결이 나에게 "요즘 힘들지?"라며 위로를 건네고, 서울의 야경이 "다시 기분 좋은 날이 올 거야" 그렇게 격려를 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서울의 야경과 한강의 물결에 고마움을 전하면서 이불속처럼 아늑한 강북의 광장동 품 속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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