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때타월과 다리미

by 모어

분대장 아파?

나 안 아픕니다.

분대장 아프면 말해.


갓 자대에 배치된 신병 때, 목욕탕에서 분대장이 등을 밀어주었다. 목욕탕이 좁고, 부대원은 많다보니 일, 이병들은 대충 씻고 서둘러 나가야 되는데, 분대장이 때를 밀어주니 대단한 특권을 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비록 때타월을 끼긴 했지만, 손끝에서 정이 느껴졌다. 그 순간, 어렸을 때 아버지가 등을 밀어주셨던 기억이 떠올라 울컥했다. 내가 첫 휴가를 나갈 때도 그는 군복을 정성스럽게 다려주었다. 밥도 거른 채 다리미로 군복에 각을 잡는 모습이 꽤나 진지해보였다.



“나에게는 추억이지만 그에게는 그저 기억일 뿐이다”


요즘 ‘감성 리더십’이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되는데, 그것을 경험하고 체감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혹시 둔감하거나 성에 차지 않아서 그것을 못 느낀 걸까? 군 생활할 때, 그 분대장은 분명 ‘감성 리더십’을 발휘했다. 비록 수십, 수백 명이 아닌 예닐곱 명을 이끄는 분대장이었지만, 모두 그를 인정하고 기꺼이 따랐다.


전역 후, 그와 몇 번 만나다가 각자 사회생활에 적응하느라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군에서는 시간이 더디게 갔는데, 사회에서는 한두 달이 금방 지나갔다.


어느새 전역한지도 10년이 넘었을 쯤 문득 그가 생각났다. 그다지 어렵지 않게 전화번호를 알아내 그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는 더 이상 그 분대장이 아니었다. 무슨 영업인가를 한다고 들었는데, 말투가 거칠어지고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바뀌었다.


군 생활할 때 등을 밀어주었던 일과 군복을 다려주었던 추억을 꺼냈더니 그가 쓴웃음만 지었다. 그 후로 그를 만나지 못했다. 전화해도 받지를 않았다. 이제 그는 추억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 왜 그가 변한 것일까? 무엇이 그를 변하게 만든 것일까? 그에게 물으면 또 쓴웃음만 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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